“16세 소녀로 부친의 임종에 단지수혈(斷指輸血)한 일편단심 갸륵한 소녀의 미담이 숨어잇다가 이제야 세상에 알리게 되엇다. 그 소녀는 해남군 현산면 조산리 고 추수협 씨 장녀 추묘례로써 그 부친 추씨가 작년 10월부터 중병에 신음하게 되자 딸 묘례는 불철주야로 간호를 하여오던중 지난 2월에 이르러 병세는 극도로 악화되어 드디어 절명하려는 찰나 양편 손가락을 아낌없이 잘라서그 부친의 입에다 주입시켰는데 그 보답인지 부친 추씨는 즉시 소생하야 5일간 생명을 유지하다가 마츰내 불귀의 객이 되엇으나 어린 소녀의 단지수혈은 일반에게 감격을 아니 줄수 없다 한다.”
위 내용은 “父親의 臨終에 斷指輸血한 少女 海南縣山面下의 美談”이라는 제목의 1938년 12월 28일 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양 손가락을 잘라 단 닷새 생명을 유지한 건 아쉽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어린 소녀의 살신성인은 참 보기 드문 일입니다.
이제 경인년도 저물어갑니다. 요즘 세태는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식도 있다고 하는데 70여 년 전 16살 소녀의 갸륵한 부모공경은 이 시대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양력 설밑을 맞아 부모님도 한 번 더 찾아뵙고, 추위에 떠는 이웃은 없는지 살펴 넉넉한 인심으로 세상살이가 훈훈 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