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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05. 기와집 스무 채 값으로 산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구름 사이로 학이 날아올랐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스무 마리, 백 마리……. 구름을 뚫고 옥빛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불교의 나라 고려가 꿈꾸던 하늘은 이렇게도 청초한 옥색이었단 말인가. 이 색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영원의 색이고 무아의 색이란 말인가. 세속 번뇌와 망상이 모두 사라진 서방정토(西方淨土)란 이렇게도 평화로운 곳인가.”

위는 ≪간송 전형필, 이충열, 김영사≫에 나오는 글로 간송이 매병을 보고 중얼거렸다는 말입니다.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紋梅甁)”은 원래 전문도굴꾼 야마모토가 강화도 한 고분을 도굴하여 고려청자 흥정꾼 스즈끼에게 1천 원에 팔아넘긴 뒤 마에다 손에 왔을 때는 2만 원으로 뻥 튀겨져 있던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은 흥정 한 번 없이 한 푼도 깎지 않고 샀습니다. 당시 2만 원은 기와집 스무 채 값이었지요. “여자는 값이 싸면 필요 없는 물건도 사두지만, 남자는 꼭 필요한 물건은 바가지를 쓰더라도 산다.”라는 말을 생각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간송은 이 귀한 매병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걸 걱정했던 것입니다.

높이 42.1㎝, 입지름 6.2㎝, 배지름 24.5㎝, 밑지름 17㎝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간송미술관 소장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매병은 어깨 부분이 풍만한 대신 매우 날씬한 곡선을 그리면서 떨어지다가 맨 아랫부분에서는 살짝 밖으로 내밀어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마에다가 천 마리 학으로 보았던 학은 실제 69마리입니다. 원 안의 학은 위로 향하고 원 밖의 학은 아래로 향하게 율동감과 화려함을 더해 준다고 하지요. 또 다른 일본인 수집가 아마이케가 무려 4만 원을 부르며 사들이려고 했지만 간송이 정중히 거절했기에 이 귀한 매병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입니다. 간송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털어 우리의 정신을 지킨 일제강점기 문화재 독립운동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