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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15. 세자의 천연두 회복을 기뻐해 그린 그림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 오리건주(Oregon) 유진(Eugene)에 자리 잡은 오리건대학교 박물관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십장생병풍>이 있습니다. 이 병풍은 1924년 거트루드 베스 워너 부인이 조선에서 사들인 것으로 1880년 비단에 색을 칠해 그린 것인데, 크기는 201.9×52.1cm이지요. 모두 10폭으로 8폭은 십장생 그림이며, 나머지 두 폭에는 그림 제작에 관련된 관직과 이름을 기록한 좌목(座目)이 있습니다. 

이 <십장생병풍>은 순종임금이 세자시절 걸렸던 병 천연두의 회복을 기뻐해 그린 것입니다. 천연두는 세상에서 사라진 1977년 이전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전염병의 하나였습니다. 특히 명성황후는 4남 1녀를 낳았지만 세자 "척(순종의 세자 시절 이름)"만 남고 모두 죽었기에 척에게 온갖 정성을 쏟았지요. 그래서 척이 천연두를 회복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종은 척의 회복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상을 주었고, 사형수를 뺀 죄수들을 석방하기도 했습니다. 

십장생(十長生)은 예로부터 오래 산다고 믿어왔던 열 가지를 한데 모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상징물로 삼은 것이지요.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말하는데, 중국의 신선(神仙) 사상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래살기를 바랐던 옛 사람들은 십장생을 시문(詩文) ·그림 ·조각 같은 데에 많이 썼고, 병풍 ·베갯머리, 혼례 때 신부의 수저주머니, 선비의 문방구에도 그리고 수를 놓았지요. 경복궁 자경전에는 십장생 그림의 굴뚝이 있을 정도입니다. 예전 사람들보다 오래 사는 지금 사람들에게 이런 <십장생병풍>은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만 그 아름다움만은 두고두고 즐겨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