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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20. 화로를 손님 가까이 옮겨주던 따뜻한 마음

"고만고만한 아이들 / 화롯가에 모여 / 부엌 나간 할머니 기다리네 / 찬바람 묻어 온 날감자 / 장밋빛 불꽃 먹고 / 익어 가는 밤 / 곰방대 길게 늘어뜨린 / 주름진 손마디로 / 잘 익은 놈 골라 / 호호 불어 손자 입에 넣어 주던 할머니"

위는 고야 시인의  <화롯가 풍경> 입니다. 깊어 가는 겨울 밤 화로에서 밤이나 감자를 굽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오지·무쇠·놋쇠·곱돌 따위로 만들었으며 형태도 다양했던 화로는 예전 우리 겨레의 훌륭한 난방기구였지요. 화로(火爐)는 난방용으로 쓰던 것 말고 평상시에는 음식을 데우거나 끓이는 용도와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사용하는 불씨를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였습니다. 또 옷을 지을 때 마무리에 쓰이는 인두를 꽂아 쓰기도 했구요.

화로는 상하 계층, 빈부 차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이던 살림살이 중 하나로 옛날에는 불씨가 집안의 재산 운을 좌우한다고 믿어 살림을 맡아 하는 여인네들이 불씨를 보존하는 데 정성을 쏟았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보온력이 강한 은행나무나 목화 태운 재로 불씨화로를 따로 만들 정도였으며 집에 따라서는 불씨가 담긴 화로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물려주기도 하였지요. 종가에서 분가할 때에는 그 집의 맏아들이 이사하는 새집에 불씨화로를 들고 먼저 들어가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화로의 진가가 빛이 나는데 옛 사람들은 손님을 맞을 때 화로를 손님 가까이 옮겨주어 따뜻한 정을 나타냈지요.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옛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표하던 화로가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