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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21. 한 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나라는 복조리


예전엔 섣달그믐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이 집집이 누비며 복조리를 팔았고 아낙네들은 다투어 복조리를 사는 풍경이 있었지요. 복조리 값은 깎지도 무르지도 않았습니다. 복을 깎고 복을 찬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복조리에는 동전이나 엿을 담아 문이나 벽에 걸어 놓아 복을 비손했습니다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낼 일이 없는 요즘 복조리는 이미 부엌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예전엔 부엌살림의 필수품이었지요. 조리는 주로 대오리, 버들가지, 산죽, 싸리 등으로 엮어 만들어 썼습니다. 조선후기의 농업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대를 가늘게 쪼개 국자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조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925년에 펴낸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의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예로부터 섣달 그믐날의 해가 저물면 복조리 파는 소리가 성 안에 가득하다. 집집마다 사들여서 붉은 실로 매어 벽에 걸어 둔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조리질하는 방향은 복이 집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으로 집 안쪽을 향했고 한 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나라는 뜻을 담아 한 해 동안 쓸 조리를 새해 첫 날에 샀습니다. 그런가 하면 남정네들은 복을 갈퀴처럼 긁어모으려고 복갈퀴를 사기도 했지요. 이제 정감어린 복조리와 복칼기를 사고파는 그리고 벽에 걸어두는 일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의 아름다운 정경을 다시 살려 설날에 복조리를 선물로 주고 복을 빌어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