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매었지만 봄은 없었다네 짚신이 닳도록 산 위의 구름만 밟고 다녔지 지쳐서 돌아와 뜰 안의 매화향기 맡으니 봄은 여기 매화 가지 위에 이미 무르익었거늘“ (어느 비구니의 오도송)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매었지만 뜰 안의 매화 가지 위에 봄은 이미 와 있었다는 시입니다. 매화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꽃입니다. 특히 매화에 대한 시 91수를 모아 ‘매화시첩’으로 묶을 정도로 매화 사랑이 각별했던 퇴계 이황이 두향이란 기생과 매화로 맺어진 사랑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기생 두향은 퇴계에게 희면서도 푸른빛이 도는 진귀한 매화를 선물했고 그 매화에 감복한 퇴계는 결국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습니다. 퇴계는 그녀의 매화를 도산서원에 심었고, 69살에 삶을 마감하면서도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라고 했다지요.
조선 중기 문신 신흠(申欽)은 ≪야언(野言)≫의 "매불매향(梅不賣香, 매화는 향기를 팔지 않는다)”이란 시에서 ‘오동나무는 천 년을 살아도 그 가락을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느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남아 있고,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또다시 새 가지가 나온다네'라며 노래했습니다. 눈을 뚫고 맨 처음 봄을 알리는 매화는 희망을 잃지 않고 절개를 지키는 꽃으로 옛 선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