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8.7℃
  • 흐림강릉 15.0℃
  • 맑음서울 20.3℃
  • 구름조금대전 22.5℃
  • 구름많음대구 25.9℃
  • 구름조금울산 17.6℃
  • 맑음광주 24.1℃
  • 구름조금부산 19.2℃
  • 구름조금고창 ℃
  • 구름조금제주 22.2℃
  • 맑음강화 15.2℃
  • 구름조금보은 22.3℃
  • 구름조금금산 22.2℃
  • 맑음강진군 23.9℃
  • 구름조금경주시 17.7℃
  • 구름조금거제 21.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2034. 무늬벽돌 한 장 속에 스민 백제 예술


1937년 3월 충남 부여 규암면 외리 절터로 짐작되는 곳에서 농부가 보리밭을 갈다가 무늬가 있는 벽돌을 발견했습니다. 이 무늬벽돌은 백제 말기인 7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정 사각형에 가까우며, 가로 세로 길이가 29cm 안팎, 두께가 4cm입니다. 이 무늬벽돌 표면에는 각각 연화무늬(蓮花紋), 와운무늬(渦雲紋, 소용돌이치는 구름), 반룡무늬(蟠龍紋, 승천하지 못한 용), 산경무늬(山景紋, 산모양 무늬) 등 8종의 무늬가 돋을새김(부조/浮彫) 되었는데, 이 덕에 백제 문화가 삼국시대 세 나라 가운데서 단연 뛰어남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산무늬벽돌은 동글동글한 산 모양이 더 없이 부드러우며, 살짝 두드러진 돋을새김(양각)에 한 겹 얇은 테두리를 둘러 현대적 디자인 감각마저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무늬 하나하나는 별 의미가 없어 보여도 여럿의 산 모양이 어울리면 우락부락 하지 않은 곡선미가 자연스럽고 완만한 전형적인 한국의 산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지요.

이 벽돌은 네 모서리가 각기 홈이 파여 여러 무늬벽돌을 연결하여 깔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벽 장식용으로 쓰였을 법한 벽돌 들을 바닥에 연결하여 깔았다면 그 보다 더 세련되고 우아한 장식은 없을 것입니다. 벽장식이든 바닥 장식이든 용도를 불문하고 백제인들이 만든 무늬벽돌 한 장을 통해 들여다 보는 그들의 삶과 예술성은 그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수 없는 시대를 초월한 미의식이 낳은 수준 높은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