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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59. 영화 ' 달빛 길어 올리기' 속의 한지 이야기



중국인들은 신라시대 때부터 우리 종이를 ‘계림지(鷄林紙)’, ‘고려지’, ‘조선지’로 부르며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송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고려나 조선 사신들이 들고 가는 선물 목록에는 꼭 ‘종이’가 들어있었다는 데서 우리 종이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지요. 더구나 당시 중국 사람들은 우리 종이의 질이 비단으로 만들었다고 착각하기까지 했는데, 명나라 "일통지(一統志)" 때 와서야 비로소 닥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을 정도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오십보백보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일본이 조선정부에 대장경을 달라는 기록이 80여 차례 있습니다.이러한 잦은 일본의 대장경 요구에 조선 정부는 “지금 찍어 놓은 게 바닥이 났다. 종이를 보내면 찍어 주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1416년 (태종 16년) 10월 13일자에 일본에서 종이와 먹을 가지고 와서 대반야경을 인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 종이가 대장경을 인쇄할 수 없을 만큼 조잡하고 형편 없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일본 종이가 세계적인 한지로 인정받습니다.  우리가 입으로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우리 것을 잊어갈 때, 일본인들은 오히려 역으로 자신 만의 것을 구축했던 것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달빛 길어 올리기>는 바로 이 한지 이야기입니다. 임 감독은 <달빛 길어 올리기>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 것을 우리 것 답게 되살려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그는 서편제를 시작으로 축제, 츈향뎐, 취화선, 천년학, 태백산맥 등 우리 것을 조명하는 일에 매달려 왔습니다. 우리 영화계의 원로 임권택 감독, 그는 우리가 진정 어떤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지 담담하지만 힘있게 얘기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