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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061. 수제천, 그 천상의 선율을 듣다


“들하 노피곰도다샤”로 시작하는 ‘정읍사’를 우리는 국어시간에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정읍사는 멀리 떠나보낸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애절한 사랑의 노래라고 하지요. 그 정읍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음악 수제천(壽齊天)을 들어 보셨나요? 국악과 출신인 문성모 목사가 독일의 한인교회에서 대학생들에게 '한국적인 자각을 위한 질문'이라는 제목으로 서양음악과 국악을 비교하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 물음 속에는 서양 클래식을 대표한다는 “운명 교향곡”과 우리의 수제천“을 견줍니다. 그만큼 수제천은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수제천 악기 편성은 당초 삼현육각(三絃六角)인 향피리 2, 젓대(대금) 1, 해금 1, 장구 1, 좌고 1 등 6인 편성이었으나 지금은 장소나 때에 따라 아쟁·소금이 더해지는 등 달라지기도 하지요. 향피리가 주 선율을 맡고 있으며 대금과 해금이 향피리가 쉬는 여백을 받아 연주하는 연음 형식으로 장중함과 화려함을 더해 줍니다.

수제천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곡의 느린 속도에 우선 놀라게 됩니다. 메트로놈으로 측정하기 조차 힘들다는 이러한 속도는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제천은 한 박 한 박의 길이가 또한 불규칙하기 이를 데 없어서 각 박의 길이가 똑같은 서양음악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차마 다 말 할 수 없어 느려진 것은 아닌지요. 은근하게 시작하던 음악은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격하게 타오르다가 다시 사그라질 때 곡도 끝나게 됩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봄날 천상의 음악이라는 수제천을 한 번 들어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