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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독도를 집어삼킬 듯한 바람과 파도

2013년 13번째 독도탐방기 <둘쨋날>

[그린경제/얼레빗=안동립 기자]  밤새 파도소리, 돌 굴러가는 소리에 뒤척이다 530분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하여 일어났다. 부두에 나와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폭풍전야와 같이 바람이 멈춰있다. 숙소에 들어오니 김 이장은 식사를 마치고 방어잡이 낚시채비를 고치고 있다. 바다가 좋으면 나가보자고 하신다. 아주머니가 밥상을 차려와 둘이서 아침을 먹으며 김 이장에게 훈장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김성도 이장이 월남전 참전하여 맨 앞장에 서서 수류탄을 던지고 겁 없이 싸워서 전투에서 일개 소대를 소탕하는 큰 전과를 올려 화랑무공 훈장을 받고 비행기를 타고 남방으로 일주일 휴가를 다녀왔다고 한다. 지금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종아리가 자주 헐고 피부병을 앓고 있으며 2년 전 혈압으로 쓰러져 오른쪽 손이 마비되었으나 강한 의지와 치료로 손의 떨림은 약간 있으나 손의 감각을 익히기 위하여 방어잡이를 나가신다. 가끔 과장된 몸짓과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평생 바다에서 거칠게 살아온 그에게 습관처럼 나오는 행동으로 찾아오는 방문객을 따뜻한 미소로 맞이하는 멋진 분이다. 그가 이 땅을 지켜 가는 것도 운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뒤집어지는 바다

   
▲ 필자가 쓴 "대한봉 가는 길"

   
▲ 바위 틈에 붙어사느 해국(왼쪽), 바위틈 해국(가운데), 산사태가 계속 이어진다.
 

야야 그런 소리 마라 물골에 귀신 나온다.” 

창밖을 힐끔 보던 김 이장이 "틀렸다."고 하신다. 아침에 잔잔하던 바다가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같이 있던 아지메가 "오늘은 물골 가지 말고 방에서 쉬어라. 위험하다." "아지메요 제가 9년을 물골에 다녔는데 괜찮니더" "야야 그런 소리 마라 물골에 귀신 나온다." "아지메요 거짓말이지." 옆에 있던 아제가 거든다. "맞다. 독도에 혼령이 많다." 아지메는 "절대로 물골에서 눞지마라. 내가 군함바위에서 물질하는데 여자가 내 목을 막 죄는 거야""내가 욕을 하며 죽어라고 고함치니 손을 놓더라."  

김 이장 "밤에 부두에 나가서도 눞지마라. 도깨비불이 진짜로 달려온다." 아지메 "가끔 군함바위 위에 귀신들이 보인다. 자꾸 귓가에서 시끄럽게 떠드는데 욕을 해서 쫓아 버려라." 아지메가 내가 올 때마다 여러 번 이야기해준 것인데 원혼이 독도에 있다고 하니 한편으로 무서워진다. 몇 년 전에 동도에서 진혼굿을 하고 난 뒤부터는 귀신이 잘 보이질 않는데 그래도 물골에서는 귀신이 시끄럽다고 한다

   
▲ 독도를 삼킬 듯 큰 굉음으로 파도가 밀려온다.

   
▲ 취명아주 스케치(왼쪽), 변행초 스케치

   
▲ 개밀 돌피 물피 군락지

   
▲ 동도 전경


해풍이 날아와 카메라 렌즈와 안경에 붙어 뿌옇게 보인다.” 

배낭을 챙겨 매고서도 대한봉으로 오르는 계단에 붙었다. 바람이 점점 거칠어진다. 몸이 흔들릴 정도이다. 바람에 해풍이 날아와 카메라 렌즈와 안경에 붙어 뿌옇게 보인다. 잔돌도 날아다니니 헬멧을 쓰고 대한봉 중턱 전망지에 올랐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해국이 많이 졌다. 동도보다 일주일 먼저 꽃잎이 진 것 같다. 바람이 너무 불어 한발을 때는 것도 위험하다. 발밑으로는 보이는 거센 바다가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전망지를 돌아 개밀, 돌피, 물피 군락지가 있는 대한봉 서쪽 골을 돌아 올라간다. 대한봉이 전망되는 언덕에 올라서니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불며 잔돌이 날린다. 해국이 대한봉 동쪽 벽에 다닥다닥 붙어 피어 있는데 거의 다 지고 꼬투리만 남아있다. 작년에 산사태가 난 지역이 더 많이 무너져있다. 물골로 넘어가기 위해 계단 쪽으로 걸어가니 위험하여 뒤로 물러나 안전한 곳에 쉬면서 날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렌즈에 하얗게 묻은 소금기를 물로 닦아낸다 

   
▲ 해국 스케치

   
▲ 물골

   
▲ 해국

   
▲ 독도 홍합밥

더는 조사 취재가 어려워 발길을 돌려 숙소에 내려오니 320분이다. "아이쿠야 어딜 갔다가 이제 오나, 오늘은 물골 못 간다고 안 했나. 빨리 앉아라."라며 아지메가 늦은 점심상을 차린다. "아지메요 빵 먹었으니 괜찮아요" "아이다 빨리 먹어라" 홍합밥을 후딱 차려주신다. "바람이 센데 큰일 난다." 아제도 옆에서 거든다.  

숙소에 들어오니 몸이 떨리며 춥다. 카메라, 안경, 모자 등 온몸이 짜다. 입었던 옷에도 하얀 소금기가 있다. 물걸레로 닦고 원고도 대충 정리하고 나니 전기가 나간다. 촛불을 켜고 잠시 정리한 후 자리에 누웠다. "쿠르르르 콰쾅~"소리가 자장가로 들린다.
  

 

 

 

 

 

 

 

 

 

 

 

 

▲ 해국 꽃잎이 떨어진 서도

 

   
▲ 동서도 사이에 큰 파도가 일어난다.

   
▲ 파도에 덮인 서도부두

   
▲ 거센 파도와 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