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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 지식망 속에서 마음껏 방랑하라

선행학습 금지법의 뇌과학적 비판 1 - 지식의 속성

[그린경제/얼레빗 =고리들 기자]  인간의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복잡계의 원리를 설명하는 카오스 법칙을 다룬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가장 긴박한 장면이 티라노사우르스가 염소를 먹은 이후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이다. 여기서 공룡 전문가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공룡들은 빛의 변화로 인한 압력(광압)의 변화에 두뇌가 반응하기 때문에 뭔가가 움직여야만 그 사물을 본다고 하며 안전하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공룡의 눈이 움직이는 물체에만 반응하려는 이유는 빛을 인식하는 일에 쓰는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진화의 산물이다. 움직이는 것에만 반응한다면 적이나 먹잇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지한 물체의 빛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람은 두뇌가 공룡의 눈과 비슷한 연비 절약형이다. 인간의 두뇌는 공룡의 눈처럼 변화하지 않는 자극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효율성 원칙이 있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휩쓰는 행동경제학의 근거에는 선택과 판단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 인간의 두뇌가 늘 활용하는 휴리스틱(나름대로 결론 내리기)’이 근저에 깔려있다. 인간의 두뇌는 놀람, 새롬, 변화, 복잡, 모호 5가지를 생각할 거리로 취급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면서 발달한다.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 중에서 복잡하고 모호한 것을 미묘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로토닌과 관련이 많고, 놀랍고 새롭고 변화가 큰 것에는 그 자극이 긍정적일 때에는 도파민이 호기심을 느끼게 하고, 그 자극이 위협적일 때는 노르아드레날린이 집중을 하도록 만든다.  

배움의 현장에서도 칭찬과 격려가 보상이면 도파민이 반응하고 체벌을 하는 위협이 기다릴 때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반응한다. 사람에 따라서 호르몬 반응의 정도가 다르며 집중력에는 노르아드레날린이 필요하므로 위협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명 마감효과(마감이 임박해야 정신이 뚜렷해지면서 짧은 시간에 일이 잘 되는 효과)라는 것이 이런 위협에 반응하는 노르아드레날린의 효과이다 

   
▲ Big Flower(고리들 작품)

그런데 앞의 5가지 놀람, 새롬, 변화, 복잡, 모호함이 학교 현장에서는 주로 개별적인 두뇌가 판단하기에 선행하는 지식들 속에서 발견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공부할 거리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새롭거나 복잡해진다. 인간의 두뇌는 저 5가지 속성이 있는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진화되었다.  

인간의 지능은 주로 먹이를 구하려고 밀림에서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하는 과정과 요리를 하는 과정과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협동하며 생명을 지키면서 발달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는 모두 세포들의 생존과 관계된 활동 속에서 진화했다. 따라서 다세포인 인체 내의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의 균형은 건강한 면역력(생존력)을 갖은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모든 지식의 속성은 리좀(Rhizome:그물망처럼 얽힘)의 특성과 프랙탈(fractal:더 미세한 잔가지가 계속됨)의 속성이 있으며 각각의 사람마다 선행하는 지식과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선행학습 금지법은 지식의 속성과 두뇌의 속성에 맞지 않는 법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선행지식이 과목별로 다르다. 그래서 무학년제로 더 쉽거나 더 어려운 교실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행지식 습득 방법이다.  

일반고에서 수준이 높은 학생이라면 살짝 더 어려운 대학 수준의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식은 학년에 따라 수준을 정하여 교과과정으로 나누면 소수에게만 적절한 선행지식 습득 반응이 생기며 더 앞서간 아이들은 지루해지고 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은 잠이 오게 된다. 그래서 법의 취지와 이름이 맞춤 선행학습법 또는 맞춤교육 의무법(권장법)’ 등으로 바뀌어야 맞다.  

신나는 공부는 원래 리좀(Rhizome)프랙탈(fractal) 구조의 지식망 속에서 마음껏 방랑을 할 때 생기는 것이다. 하늘이 왜 파란지 궁금하여 질문한 아이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을 초중고 교과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초등학교 수준의 대답일까? 대답은 교사의 능력이나 문학적 감수성이나 지식의 깊이에 따라서 아주 짧게 또는 50분 간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빛의 특성과 산란에 대해 초등 1학년에게 실험을 통해서 보여주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오랜 시간 설명하다보면 아이가 지능이 높을 경우에는 광학적 지식에 대해 석박사 수준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가 이해한다는 것과 논문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이해의 깊이는 같으나 단지 표현력이 다른 것이다.  

인간의 사고력이 언어의 한계에 갇힌다는 주장을 필자는 믿지 않는다. 인간적 언어가 없는 동물들만의 언어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우며 그들 동물의 이미지()를 다루거나 음파(진동)나 냄새(가스)를 다루거나 하는 능력은 인간의 능력을 만 배 이상 능가하는 동물들이 많다. 그들은 만 배 이상의 정보로 인간과 다르게 세상을 이해한다. 아이들의 두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논문은 쓸 수 없지만 어른과 달리 고도의 복잡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 어릴 적의 직관적 이해는 성인기의 노벨상이 된다.  

7세경 화학적으로 색깔을 다룬 놀이에 가까운 실험을 한 후, 비슷한 원리로 형광단백질을 개발하여 노벨 화학상 받은 로저 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어릴 적의 원초적이지만 사물을 만지고 조작하며 이해하는 경험이 거의 모든 창의적 발명가들의 유년기 공통점이다(이는 스미소니언박물관의 발명가 명예의 전당 기록에 나옴). ‘스티브 잡스도 자동차를 고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난이도의 범위가 정해져서 그 이상을 금지한다는 것은 가르침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언제나 놀람, 새롬, 변화, 복잡, 모호, 5가지 반응으로 배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지식을 즐기며 배우려는 이들에겐 교과과정은 더 올라갈 수 없는 유리천정이나 감옥과도 같다. 자연계와 지식에 풍부한 리좀(Rhizome)과 프랙탈(fractal)의 특성은 분파 학문과 교과과정의 분류 과정으로 담기 어렵다 

   
▲ 우리의 도제식 전통교육에는 리좀(Rhizome, 그물망처럼 얽힘)과 프랙탈(fractal, 더 미세한 잔가지가 계속됨)의 특성이 잘 살아 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래서 뛰어난 스승에게 도제식으로 교육을 받는 상황이 가장 오랜 전통의 교육이며 도제식 교육에는 리좀(Rhizome)과 프랙탈(fractal)의 특성이 잘 살아있다. 그리고 이 리좀(Rhizome)과 프랙탈(fractal)의 특성은 현대의 고액과외나 개인 과외, 그리고 무학년제 이동식 수업에도 있다. 배움은 본질적으로 잔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산삼을 캐는 일이거나 48방으로 미로처럼 얽힌 길을 헤매면서 마음속에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학교에서든 선행학습을 금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길 수 있다. 자기주도적 배움은 본래부터 계단(교육과정)을 오르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 

하버드의 철학교수였던 화이트헤드공부의 목적이란 책에서 두세 가지의 과목을 깊게 공부하는 체험을 12세 이전에 해야만 공부로맨스가 생긴다고 했다. 그런데 그 공부의 깊이를 석사과정 정도로 해야 공부의 참 맛을 느낄 거라고 주장했다. 초등학교에서 석사 수준을 맛보라고 했다.  

최근 다니엘 핑크도 책 Drive에서 동기부여의 첫째 조건을 자기결정성이라고 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어지려면 그 일을 자기의 결정으로 다양한 옵션 중에서 몇 가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진짜 내재적 동기가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전체 시험에서는 너무 어려운 문제를 내는 걸 금지하되 교육현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얼마든지 선행학습과 후행학습이 맞춤교육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배움의 자기결정성이 생기게 되므로 아이들의 동기와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대학의 서열화와 대입을 목표로 공부하는 관행을 당장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미처 진도에 따라오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특별반, 뛰어난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특별반을 일반 공교육에서도 상시 운영해야 그나마 학교가 공부로맨스가 유지되는 배움의 장이 된다고 본다. 무학년제 맞춤교육의 장이 마련되고 적합한 강사들이 투입되어야 가능하므로 예산부족이 계속 문제이지만 학부모 참여나 은퇴한 자원봉사자 모집, 공교육 내의 대학생 아르바이트 허용 등을 시도해보면 좋겠다. 

   
 

고리들
1996 중앙비엔날레(18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정책연구원
문앤파트너스 특허 컨설팅 발명가
내 아이를 위한 두뇌사용설명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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