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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거리와 꾸미개

독하고 도도한 여성들, 한복 자랑하다

서울 청계광장서 “한복, 걷기” 행사 열려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독하고 도도한 여성들을 아는가? <다음>에 12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독하고 도도한 여성들”이란 카페, 일명 <독도카페(카페지기 샤넬)> 회원들이 어제(7월 2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복, 걷기>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한복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카페 활성화를 위해서 택한 것이 “한복 자랑하기”였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복의 일상화란다. 한복이 국민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가고 있을 때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 <독하고 도도한 여성들> 카페에서 준비한 한복을 입고 자랑을 하는 한 중국 여성

   
▲ 한복을 입어보려는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접수마당에 몰려 있다. 오늘족에는 "보통날에도 사랑해주세요"라는 펼침막을 세워놓고 한복의 생활화를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은 “한복이 입기 불편하고 값이 비싸서 입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 기모노는 한복에 견주면 훨씬 입기 어려운 옷임은 물론 값도 거의 10배가 넘는다. 그래도 일본 가정 대부분 그 비싼 기모노 몇 벌은 가지고 있으며 축제나 행사 때는 물론 평상시도 자주 입고 자랑스럽게 나들이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우리의 한복에 눈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필요한 일이다. 

회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 행사였지만 행사장에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이 참여했다. 윷놀이, 투호, 붓글씨 쓰기, 공기놀이, 제기 차기, 한복 입고 자랑하기 같은 다양한 마당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잔치마당이 되었다.  

제기 차기 마당에서 신이 나 있는 3명의 인도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연수차 한국에 온 인도포스코 직원들로 한국 문화를 접해보려 청계광장에 나왔다가 횡재를 만난 것이다. 포스코 영어강사 황동희 씨의 통역으로 Shino Vassan(35)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제기 차기는 인도에서 하는 축구와 비슷한 <실사>를 닮았다. 그런데 해보니까 어렵기는 하지만 대단히 놀랍고 재미있다. 인도에 가서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인도인들이 처음 해보는 제기차기에 신이 나있다.

   
▲ 벨기에에서 온 합기도 선수라는 Layra Geurts(20) 씨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고 있다.

붓글씨 쓰는 곳에서는 행사 도우미들이 외국인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고 따라 쓰게 한다. 벨기에에서 온 합기도 선수라는 Layra Geurts(20) 씨 역시 왼손잡이지만 제법 따라 쓴다. “처음 써보는 거라서 힘들었다. 하지만, 재미있었고 한국에 온 훌륭한 기념품이 될 것 같다. 또 써보고 싶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도우미를 자처한 회원들도 모두 한복을 입고 신이 나 있다. 자신들이 예쁜 한복을 입은 것에 스스로 고무되기도 하지만, 행사에 많은 이들 특히 외국인들이 적극 참여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행사 도중 짧은 대담을 해준 운영자 진다영(21) 씨는 “우리는 그저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대화동아리(커뮤니티) 형태로 2011년 출발했다. 그래서 오프라인(현실공간) 모임을 별로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한복에 관심을 갖고 행사를 해보자고 시작한 것인데 올해는 운영진들이 적극 나서서 좀 더 체계를 가지고 행사를 치러보자고 한 것이다. 아직 여러 모로 모자라지만 해보니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더 공부를 해서 시민들의 한복 생활화를 돕는 행사로 발돋움 해나가고 싶다.”라고 말한다.

 

   
  ▲ 한복 입고 윷놀이에 신이난 시민과 도우미들

   
▲ 한복을 입고도 "망줍기" 같은 전통놀이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도우미

다만, 한복이나 전통문화에 대한 완벽한 공부 없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하는 것이어서 약간의 문제점은 있었다. 예쁜 한복을 입었는데 신은 운동화를 신어서 어색한 차림이 되기도 했고, 전단에 설명해놓은 한복 관련 상식이 모자란 부분도 있으며, 투호는 이벤트사에서 빌린 나머지 전통투호가 아닌 것이어서 아쉬웠다.  

그러나 이들은 한복 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디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행사를 치르는 것만도 크게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행사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저 한복 입는 것으로 끝내는 행사가 아니라 이들은 펼침막에 “보통날에도 사랑해주세요.”라고 써놓고 한복의 생활화를 외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한국문화를 외면할 때 이들은 한복을 부여잡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린 것은 아닐까? 정말 기분 좋은 취재마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