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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유신 암흑기에 유토피아 노래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17]

[그린경제/얼레빗=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은 영국문단에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문호(文豪)로 대접을 받는다. 전 12권으로 발간된 <실낙원>은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하여 아담과 하와의 원죄에 따른 낙원에서의 추방, 그로 인한 끝없는 고통과 방랑, 사탄과의 사투 등을 서사시로 그리고 있다. 

   
▲ 한대수 음반 표지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 바람을
한번 또 느껴보자
가벼운 풀밭위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주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접어드는 초저녁 누워 공상에 들어
생각에도 취했소 벽의 작은 창가로
흘러드는 산뜻한 노는 아이들 소리
아 ~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친다면
밤과 하늘과 바람 안에서
비와 천둥의 소리 이겨 춤을 추겠네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그보다 한 세기쯤 먼저 살았던 토마스 모어는 혁명적 내용을 담은 역작 <유토피아>를 썼다. 지배자도 피지배자도 없는, 부자도 빈자도 없는 나라. 재산은 공유제로 하고 식사도 공동으로 하며, 공통의복을 입고 공통된 주택에서 사는 평등한 나라를 그렸다. 홍길동이 건설했다는 율도국과 베낀 것처럼 닮아있다. 허균과 토마스 모어가 거의 같은 시기에 살았고 닮은 내용의 책을 썼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Utopia는 그리스어 ou(없다)와 toppos(장소)의 조합어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이 강하다. 중국의 전원시인 도연명은 <도화원기>에서 무릉도원이라는 낙원을 건설했다. 항상 복사꽃이 만발한 봄만 있는 나라,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세상사는 까마득히 잊은 채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현상계 저편의 나라를 그렸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은 파키스탄의 오지마을 훈자에서 영감을 얻어 <잃어버린 지평선>을 집필했다. 휴 콘웨이라는 외교관이 비행기로 납치되어 간곳이 히말라야 산맥 깊숙한 곳에 숨겨진 샹그릴라라는 곳으로, 불로장생의 세계를 체험한다는 내용이다.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뚫리기 전까지는 훈자마을이 지상에서 샹그릴라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복사꽃과 사과꽃이 마을을 뒤덮고, 6000m급 고산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기후가 온화하고 쾌적한, 낙원 같은 곳이다. 하지만 개발지상주의에 중독된 인간들은 또 다시 실낙원을 자초하고 말았다. 그 뒤 중국정부는 곤륜산 서쪽 끝에 있는 중전(中甸)이 샹그릴라라고 우기며 아예 지명을 샹그릴라로 바꾸어 버렸다. 관광객이 몰려들수록 이상향과 거리가 멀어질 텐데도 말이다. 

낙원을 동경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사회 혼란기에 나온다. 오늘 감상할 <행복의 나라로>도 유신치하라는 암흑기에 나와 우리의 마음을 아련하게 해주었다. 

1968년 기타를 둘러맨 한 청년이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세시봉에 나타났다. 그는 전주도 없이 대뜸 “물 좀 주소”를 외쳤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랫소리에 청중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바로 한국 모던포크의 창시자 한대수이다. 비판의식이 강한 그의 노래는 정부당국의 제재를 피할 길이 없었고, 무대에 오른 지 6년이 지나서야 첫 앨범을 발표한다. <행복의 나라로>는 1974년에 나온 데뷔음반 수록곡이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