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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아ㆍ김민서의 음악편지

송민도 ‘나 하나의 사랑’

[디제이 김상아의 음악편지 26] TV주제가 인기시대 열었다

[한국문화신문 = 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기억 하나요? 

한 섬들목의 바다 새라는 커피숍을. 창문엔 늘 두툼한 커튼 자락이 반쯤 내려져 있고, 희뿌연 전구들이 바닷바람에 한들한들 졸고 있는 그 커피숍을. 손님의 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그 적막한 커피숍을 지나면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산책길이 시작되지요. 오른쪽에는 푸른 바다가 하늘만큼 펼쳐져 있고 왼쪽 언덕에는 해송들이 빼곡한 길.  

그 길을 걸으면 비릿한 미역냄새가 나기도 하고 풋풋한 들풀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냄새가. 인적 없는 숲길은 간밤에 내린 겨울비로 처녀림 같은 신비감마저 돌고, 마른 잎 몇이 나뭇가지 끝에서 풍경처럼 간당입니다. 

우리는 그 길에서 수없이 많은 대화를 눈빛으로 나누었고, 대화의 마지막은 늘 이런 약속이었지요. 그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 내자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자는. 같은 날 같은 배를 타고 영원의 항해를 떠나자는. 

알고 있나요? 

그때 그 길은 지금 나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을. 밀리는 파도도, 세찬 비바람도 씻어내지 못한 당신과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되짚으며 걷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떠나간 지 어느 덧 다섯 해가 흘렀네요. 후회하고, 후회하고 또 후회했어요. 그 때 당신을 말리지 못한 것을. 원망하고, 원망하고 또 원망했어요. 설경에 홀려 단독 등반에 나선 당신의 고집을. 

야속한 사람!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자던 약속은 어찌되었나요? 같은 날 같은 배를 타고 떠나자 더니. 하기야 나도 아이들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요. 같은 날 같은 배로 떠나자던 약속을. 당신이 있는 곳에서도 김상아의 오래된 라디오가 들리지요? 송민도의 나 하나의 사랑으로 내 마음을 전할게요. 

   
▲ 송민도 음반 표지
영원한 내 사랑!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갖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사랑하여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소
나 혼자만을 그대여 생각해주
나 혼자만을 그대여 사랑해주
나 혼자만을 그대는 믿어주고
영원히 영원히 변함없이 사랑해주

                                      ‘나 하나의 사랑 

우리나라 TV주제가의 인기시대를 연 송민도는 1925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목회자인 아버지의 부임지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만주에서 해방을 맞았고, 학업 역시 늦어져 스물세 살에 이화여고를 졸업하였다. 

여고를 졸업하던 1947년에 제1KBS전속가수 모집에 응시하여 합격하였다. 그때 이미 기혼자의 몸이었지만 진보적성향의 남편과 가족들의 전폭적 지원으로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같은 해에 데뷔곡 고향초가 송민숙이란 이름으로 발표되었는데, 본인의 동의 없는 음반사의 독단이었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본명을 고집하여 관철시켰고, 1956년에 나온 청실 홍실의 주제가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나 하나의 사랑1955년에 만들어진 작곡가 손석우의 데뷔작이다. 또한 KBS악단장을 역임한 송민영은 그녀의 친동생이기도하다. 가성과 기교를 부리지 않는 고급스런 창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송민도! 현재 LA에 거주하는 그녀는 올해 90세로 최고령 가수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CBS D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