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민간 기악합주의 주류를 이루어 온 삼현육각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서울 경기지방의 삼현육각(三絃六角)음악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피리의 최경만, 대금의 이철주, 해금의 김무경 등이 보유자로 인정되었다는 이야기, 삼현육각의 악기편성은 피리 2인, 대금 1인, 해금 1인, 북 1인, 장고 1인 등, 6인이며, 최경만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악장으로 재임하던 2006년 11월, 50여년 만에 대풍류 전곡을 재구성하여 발표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령산>과 같은 음악은 매우 느린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호흡이 길어야 하며 피리와 대금, 해금의 가락이 어렵고 장단이 불규칙한 악곡이라는 이야기, 전승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적으로 공연을 준비한 <삼현육각보존회>의 열의와 뒤늦은 결정이긴 해도 서울시의 시 지정 문화재로 삼현육각을 선정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삼현육각으로 연주되는 서울경기의 <대풍류> 원가락을 되찾는 작업에 고심해 온 보존회장 최경만은 어렵고 재현이 불가능했던 부분은 지영희 편 《민속음악연구집》을 참고하였고, 선배나 선생들이 남긴 구술자료나 녹음자료, 혹은 악보 자료를 참고 하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가 재구성하여 무대에 올린 작품은 대풍류 뿐이 아니라, <푸살>이라든가, <굿풍류>와 같은 무속음악들도 재구성하여 민속 합주음악의 레퍼터리를 확충해 온 공로가 크다.
▲ 단원 김홍도의 <무동(舞童)>, 삼현육각 편성 그대로다. |
이들이 전승하고 있는 삼현육각이란 무슨 뜻인가?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의 <무동(舞童)>이라는 그림을 보면 무동은 한삼을 뿌리며 춤을 추는데, 그 옆에는 6인의 연주자가 앉아서 반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대표적인 삼현육각의 편성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피리, 대금, 해금 등은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대표적인 선율악기들이다.
얼핏 보면 마치 유니손처럼 모든 악기가 동일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그렇지 않다. 동일한 음, 동일한 가락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곧바로 서로의 길을 향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만났다가는 곧 헤어지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선율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피리는 장단의 끝 부분보다는 첫 부분을 충실히 연주하는 편이며, 대금과 해금은 장단의 처음보다는 끝부분을 충실하게 맺는 역할을 하면서 다음 장단의 피리가락을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을 전문용어로 연음(連音)형식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음형식의 음악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이어나가기 때문에 오래도록 연주한다고 해도 연주자들이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장시간 행군을 한다든가, 오랜 시간 의식과 관련되어 쓰여 왔던 것이다.
선율악기들만이 아니다. 장고와 북이 느린 한배를 여유 있게 짚어나가는 진행이어서 강약의 변화를 만들어 주고 있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편성으로 최대의 음악적 효과를 가져 오는 편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현육각(六角)이란 말에서 육각은 6인의 연주자를 뜻하고 있지만, 반드시 6인이어야 삼현육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나 음악의 성격, 쓰임에 따라서는 악기의 종류도 늘거나 줄 수도 있고, 그리고 편성 인원이 6인을 기준으로 가감되기도 하는 것이다.
▲ 삼현육각 연주 장면
삼현육각을 일러 달리 <대풍류>라 칭하기도 한다. 대풍류란 큰 편성이란 개념이 아니라, 악기의 제작재료가 대(竹)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들의 합주라는 의미가 되겠다. 피리나 대금 등은 그 재료가 대나무이기 때문에 이들 악기의 합주를 대풍류라 불러 왔다. 그 대칭 개념이 곧 줄풍류이다. 그러므로 줄풍류라고 하는 편성은 거문고나 가야금, 양금 등과 같이 그 재료가 실(絲)로 만들어진 현악기들인 것이다.
이러한 악기들은 음량이 작고 부드러운 편이어서 사랑방 음악으로 쓰여 왔다. 이러한 사랑방 음악의 조용한 편성은 줄풍류와 함께 가곡이나 시조와 같은 조용한 노래음악의 반주로도 많이 쓰였다. 반면에 대풍류는 피리, 대금, 북, 장고 등 음량이 크고 활달해서 춤 반주 등 옥외의 풍류로 자리 잡아 온 것이다.
그러므로 삼현육각은 과거 관리들의 행차음악, 즉 행악(行樂)에도 쓰였고, 경사스러운 잔치 때에도 연향음악, 즉 거상악(擧床樂)으로 쓰였으며 그 외에 향교의 제향이나, 무속의식악, 탈놀이를 비롯하여 야외에서 펼쳐지는 춤의 반주음악 등, 민간음악 일체에 쓰여 온 대표적인 음악이며 편성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과거 우리의 악기를 분류해 온 방법으로는 <8음>이라고 해서 그 제작재료에 따른 분류가 일반적이었다. 다시 말해 그 악기가 어떤 재료로 만들어 졌는가 하는 분류방법인 것이다. 8음은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이다. 금은 쇠붙이로 편종이나 방향과 같은 악기이고, 석은 돌로 만든 편경이나 특경과 같은 악기이고, 사는 거문고 가야금 등 현악기, 죽은 피리나 대금을 비롯한 대나무 악기 일체, 포는 박으로 된 생황, 토는 흙을 구워 만든 훈이나 부, 혁은 장고를 비롯한 가죽악기 일체, 그리고 목은 나무로 된 박판이나 축과 같은 악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