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 난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먹의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덕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란 구절을 정운복이 쓴 《행복한 그루터기》라는 책에서 본다. 그는 <우리문화신문>에 ‘정운복의 아침시평’이란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강원 동산중학교 교장으로 “봄향기를 대하며 더불어 사람 냄새나는 싱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날마다 아침 편지를 써서 번개글(이메일)로 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한 지 어언 30년이란다. 그는 책에서 말한다. “제가 30년 넘게 아침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알량한 지식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고 글 쓰는 잔재주를 드러내려 함도 아닙니다. 어쩌면 매일매일 공중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어두운 소식들 흉악범, 사기군, 협잡꾼, 권모술수가 난무한 세상. 하지만 흉측한 것보다는 아름다운 것이 더 많고 아프고 슬픈 것보다는 기쁜 것이 더 많고 우리가 함께 누려야 할 행복의 가치가 더 큼을 같이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땅이 척박해도 풀들은 제각기 뿌리를 내리고 아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018년부터 추진해 온 경복궁 계조당 복원사업을 마무리하고 9월 20일부터 복원한 계조당 권역을 국민에게 공개했습니다. 계조당은 왕세자의 공간인 경복궁 동쪽에 자리 잡은 동궁(東宮) 권역의 일부로서, 세종대왕을 대리하여 정무를 맡았던 세자(문종)가 썼던 건물입니다. 특히, 신하가 왕세자에게 하례를 드리고 잔치를 여는 등 동궁 정당(正堂)의 기능뿐만 아니라 조선 왕조의 권위와 후계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계조(繼照)’는 ‘계승해(繼) 비춰준다(照)’라는 의미로 왕위계승을 뜻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0년경 헐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복원한 계조당 권역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본당, 의례에 필요한 월대, 주변부 행각(行閣, 건물 앞이나 좌우에 지은 긴 줄행랑)과 담장 그리고 외곽 담장부 봉의문입니다. 문화재청은 복원과정에서 다양한 고증자료를 수집하고 관계전문가의 검토를 거쳤으며, 목재ㆍ석재ㆍ기와 등도 문화유산 수리장인이 손수 제작ㆍ가공하는 등 전통재료와 기법을 충실히 적용하였습니다. 복원이 끝난 계조당 권역은 경복궁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별도의 사전 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완창판소리-정순임의 흥보가>를 11월 11일(토)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이자 여든을 넘긴 관록의 정순임 명창이 깊은 공력의 소리로 박록주제 ‘흥보가’를 들려준다. 1942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정순임 명창은 판소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집안의 계보를 이어 판소리 계승ㆍ발전에 헌신해 온 인물이다. 고종의 교지를 받은 어전(御前) 명창 큰 외조부 장판개와 ‘8잡가꾼’으로 불릴 만큼 기예가 출중했던 외조부 장도순을 시작으로, 외숙부 장영찬 명창과 어머니 장월중선 명창의 계보를 이은 정순임 명창의 가문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뽑은 ‘전통예술 판소리 명가’(3대 이상 전통예술 보전․계승에 앞장서 온 가문) 1호로 지정됐다. 판소리 명창이자, 가야금ㆍ거문고ㆍ아쟁 등의 기악을 비롯해 춤에도 능했던 예인 장월중선 아래서 태어난 정 명창은 어린 시절부터 소리를 좋아했다. 1950년대에는 임춘앵의 국악단 공연에 매료되어 소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단체에 입단하기도 했다. 이후 정응민 명창에게 ‘춘향가’ 일부를, 장월중선 명창에게서 ‘춘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입니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수증기가 땅 위에서 엉겨서 서리가 내리는 때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얼음이 얼기도 합니다.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지요.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뀌었지요. 옛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라는 뜻입니다. 이즈음 농가에서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지요.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요긴하고,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두물머리 위로 수종사의 종소리가 물안개 사이로 걸어 나오는 잔잔한 걸음이 이른 아침 두물머리에 가면 우린 안개를 본다. 그런데 이규복 시인은 그 안개 사이로 수종사의 종소리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단다. 그렇게 아름다운 두물머리 나룻터에서 어제 10월 22일 낮 12시 (사)배뱅이굿보존회 경기도지회(지회장 전옥희)가 주최하는 제19회 <황포돛배야, 두물머리 강변에 살자> 잔치가 펼쳐졌다. 이 잔치는 벌써 19번째가 되며, 2023년 양평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행사ㆍ축제 지원사업으로 뽑혔는데 양평군ㆍ양서면ㆍ양평문화재단ㆍ양평문화원ㆍ(사)향두계놀이보존회ㆍ(사)한국국악협회의 후원으로 열린 것이다. 잔치는 두물머리 나루터 들머리부터 시작하여 행사장까지 두물머리풍물단이 길을 트고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지신밟기로 시작되었다. 이날 잔치를 시작하면서 잔치를 이끄는 전옥희 (사)배뱅이굿보존회 경기도지회장은 “마지막 황포돛배 선조들의 애환과 삶을 품고서 두물머리 강변에 길이길이 살아갈 것입니다. 여러분과 손잡고 천혜의 자연 나루터 터전을 보존해야 할 것입니다. 양평군의 소중한 문화예술의 발전에 우리 모두 예술인단체와 함께 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광해군일기(光海君日記)》는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아래 《실록》) 가운데 광해군(1575~1641, 재위 1608~1623) 시기의 역사를 편년체(編年體, 사실을 연월로 기술하는 편찬 방법)로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은 1624년(인조 2)부터 편찬이 시작되었고, 1633년(인조 11) 중초본(中草本)’ 1부가, 이듬해 5월에 중초본을 검토하고 옮겨 쓴 정초본(正草本) 2부가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광해군일기》 중초본’은 태백산 사고(경북 봉화)에, 정초본 2부는 정족산 사고(강화도)와 적상산 사고(전북 무주)에 1부씩 봉안(奉安)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광해군일기》는 적상산 사고에 보관되었던 1책(권55-58)으로, 1612년(광해군 4) 7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비운의 임금 광해군 광해군은 1575년(선조 8) 선조와 후궁 공빈 김씨(1553~1577)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왕세자로 책봉되어 전란의 수습에 힘썼으며, 1608년 선조의 뒤를 이어 조선 제15대 임금으로 즉위했습니다. 광해군은 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금이야 상자와 가방을 주로 쓰지만 예전 사람들은 보자기를 일상적으로 썼는데 그 가운데 ‘조각보’는 예술 작품의 하나로 승화될 만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방향이나 마름모형처럼 정형화된 무늬는 궁중이나 지체 높은 사대부집에서 사용한 조각보에서 주로 나타나고, 일반 집에서는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 옷감을 이용하다 보니 삐뚤삐뚤한 무늬로 이루어진 것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옷감 값이 비쌌기에 옷감 조각 하나도 버리기 아까웠을 테고 여인들이 직접 옷감을 짜는 일이 많다 보니 남은 옷감을 허투루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자투리 옷감을 그냥 버리지 않고 만들어 낸 것이 조각보였으니, 자투리를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옛 여인들의 정성과 예술감각이야말로 대단했습니다. 이렇듯 조각난 옷감을 잇는 행위에는 복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장사 가운데 포목점을 가장 천히 여겼습니다. 그것은 옷감 장사처럼 옷감 찢는 직업은 복을 찢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장 돈을 아무리 잘 번다고 해도 포목장사의 끝이 좋지 않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옷을 만드느라 자르고 찢은 옷감, 곧 복을 다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민초 꽃 - 이서정 얕보지 마라 태풍에도 살아남는 것이 풀뿌리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이들아 봄을 빼앗긴 민초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 질기게 더 깊게 뿌리내린다는 것을 아는가 귀 막고 눈 가리고 진실을 외면해도 하늘을 가릴 수 없듯 음지에도 태양은 뜨고 꽃은 핀다 지난 5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으로 올렸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1894년~1895년 조선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기록물로 썩은 지도층과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중이 봉기한 사건이다. 한국이 번영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발판을 놓았으며, 유사한 나라 밖의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근대주의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보면 농민지도자 20여 명이 방 가운데 백지를 펼치고 백지 가운데에 큰 사발을 엎어 놓고 사발을 중심으로 각자의 이름을 쓴 ‘사발통문’이 있는데 이는 동시에 참여자 모두가 주모자가 되어 똑같이 책임을 나누어지겠다는 뜻이 담겼다. 더 나아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창극 <패왕별희>를 11월 11일(토)부터 11월 18일(토)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동명 경극을 원작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패왕 항우와 한나라 황제 유방의 대립, 전쟁에 패한 항우와 연인 우희의 이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년 4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초연과 같은 해 11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재공연 모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4년 만에 돌아온 창극 <패왕별희>는 대극장인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겨와 한층 광대해진 규모와 촘촘해진 완성도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는 손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경극과 소리에 우주를 담아내는 창극의 결합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나라 안팎 으뜸 제작진과 국립창극단이 의기투합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작품의 연출은 대만의 배우이자 당대전기극장 대표로 경극의 현대화 작업에 천착해 온 우싱궈가 맡았다. 작창ㆍ작곡ㆍ음악감독에는 창극 <정년이>, <나무, 물고기, 달>, <흥보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두 물줄기가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경기도 양평 들머리의 두물머리, 곧 양수리(兩水里)는 오래전부터 서울의 뚝섬이나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이름난 나루터였다. 그러나 팔당댐이 완공됨에 따라 고기잡이나 선박의 건조가 금지되고, 배가 오고 가지 못하게 되면서 나루터의 기능은 상실되었다. 하지만,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를 비롯하여, 강가에 늘어서 있는 수양버들, 나이 400년의 느티나무, 그리고 해넘이 모습 등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어서 언제나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그 많은 문화행사 가운데 오는 10월 22일(일) 낮 12시부터 4시까지 두물머리 나루터에서 펼쳐지는 <황포돛배야, 두물머리 강변에 살자>라는 잔치가 있다. 이 잔치는 벌써 19번째가 되며, 전옥희 명창이 지회장으로 있는 (사)배뱅이굿보존회경기도지회가 주최하고, (사)배뱅이굿보존회가 주관하며, 양평군ㆍ양서면ㆍ양평문화재단ㆍ양평문화원ㆍ(사)향두계놀이보존회ㆍ(사)한국국악협회의 후원으로 펼쳐진다. 특히 이 잔치는 2023년 양평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행사ㆍ축제 지원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