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값’은 남이 가진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가 내놓는 값어치를 뜻한다. 그것은 곧 내가 가진 무엇을 남에게 건네주고 대신 받는 값어치를 뜻하기도 한다. 이때 건네주는 쪽은 값어치를 ‘내놓아야’ 하지만, 값어치를 건네받는 쪽은 값을 ‘치러야’ 한다. 값어치를 내놓고 값을 받는 노릇을 ‘판다’ 하고, 값을 치르고 값어치를 갖는 노릇을 ‘산다’ 한다. 팔고 사는 노릇이 잦아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많은 사람이 모여 종일토록 서로 팔고 샀다. 그때를 ‘장날’이라 하고, 그곳을 ‘장터’라 한다. 본디는 파는 쪽에서 내놓는 것도 ‘무엇’이었고, 사는 쪽에서 값으로 치르는 것도 ‘무엇’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슬기가 깨어나면서 ‘돈’이라는 것을 만들어, 사는 쪽에서는 돈으로 값을 치르는 세상이 열렸다. 그러자 돈을 받고 무엇을 파는 노릇을 일로 삼는 사람도 생겼는데, 그런 일을 ‘장사’라 하고, 장사를 일로 삼은 사람을 ‘장수’라 부른다. 장사에는 언제나 ‘값’으로 골치를 앓는다. 값을 올리고 싶은 장수와 값을 낮추고 싶은 손님 사이에 밀고 당기는 ‘흥정’이 불꽃을 튀기지만, 언제나 가닥이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저의 유년 시절은 농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찬 이슬 내리는 새벽부터 밤이 이슥할 때까지 참으로 고생이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그 힘든 농사일을 마을 사람들은 힘을 보태서 하는 슬기로움을 가졌습니다. 농사뿐만 아니라 김장하기, 초가지붕 새로 얹기, 겨울 땔나무 하기 등등 큰일이 있을 때마다 품앗이했지요. 함께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있게 마련이어서 어려운 일도 척척 해 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1은 결코 2가 아닙니다.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니까요. 초원의 무법자인 표범은 사슴을 잡아먹고 살아갑니다. 초원에 표범이 없으면 사슴들이 행복하게 살 것 같아서 사람들은 표범을 잡아 없앱니다. 초원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사슴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몇 년 세월이 흐른 뒤에 찾아오지요. 사슴 떼가 너무 불어나 풀을 먹어 치워 사막화로 인한 먹이 부족으로 사슴의 대멸종이 다가온 것이지요. 어쩌면 표범은 사슴을 잡아먹는 폭력자가 아니라 초원의 관리자로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므로 표범과 사슴은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공생의 관계로 살아왔던 것이지요. 공생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 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