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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다산 정약용과 혜장스님이 우정을 나눴던 길 가보셨나요?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뿌리의 길

[우리문화신문=유경석 기자]


이 길은 '뿌리의 길'이라 일컬어지는 길.

다산 정약용이 백련사 혜장스님과 우정을 나누기 위해 오고갔던 길로 유명한 길이다. 다산은 전남 강진으로 유배 내려와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을 때, 만덕산 백련사 주지 혜장스님을 만남으로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 방황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비로소 심신의 안정을 되찾고 목민심서 등의 왕성한 저술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다산과 혜장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 이끌린 이후, 백련사와 현재의 다산초당을 오고가며 우정을 교유(交遊)한다. 두 분의 우정이 얼마나 심오했는 지는 '견월첩(見月帖)' 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견월첩은 다산과 혜장이 주고 받았던 편지를 모은 책으로 다산이 친필로 정리한 서첩이다. 두 개의 견월첩이 있는데 다산이 혜장에게 보낸 편지를 다산이 친필로 정리한 견월첩이 있고, 혜장이 다산에게 쓴 편지를 다산의 아들 정학연이 써서 묶은 또 하나의 견월첩이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백련사를 찾는 이유는 다산과 혜장이 우정을 나눴던 저 '뿌리의 길'을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다산과 혜장이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지극한 마음이 배여있는 시 한 편 살펴보자.


깊은 거처 빗질 세수 게을리하여

어리 취해 낮잠만 늘어졌었네.

산 사람 한 켤레 짚신 신은 발

문 앞에 나서길 즐기질 않네.

불러옴은 더더욱 어려운지라

마치도 숲 속의 현자 같았지.


뜻밖에 만나자는 기별이 오니

희망 넘쳐 마음이 상쾌하였네.

옷깃 떨쳐 가파른 언덕 오르자

묏부리들 서로서로 엉켜있구나.

이따금 풀섶 사이 열매도 따고

바위 틈의 샘물도 자주 마셨네.


간신히 기갈을 막아가면서

높은 산 다행스레 넘어서 갔지.

흰 베옷 적삼을 나부끼면서

내려와 반갑게 맞이하였네.

손들어 애썼다고 사례하고는

풀밭 앉아 정담을 나누었다네.


산바람 불어와 비가 오는데

연기가 나는 듯이 바람 매서워

손잡고 절문으로 들어서려니

젖은 물기 자리 위로 배어들었네.

다행히 촌농막에 손님이 없어

내달리는 시내처럼 얘길 나눴지.


나는 [시경], [서경], [역경]을 말하고

그대는 [화엄], [능엄], [원각경] 얘기

보슬비 허공에서 떨어지는데

주고받은 말은 모두 그윽도 해라.

사방에선 쥐죽은 듯 꼼짝도 않고

천분에 감동하여 눈물 흘렸네.


평생에 이마가 훤한 승려들

번번히 깨달은 체하는 엉터리였네.

따져보면 붉은 대문 안쪽에서도

많은 손님 어지러이 어깨 부비며

이(利)로 꾀어 서로 해칠 궁리가 바빠

기름 불로 차례로 지지고 볶네.


백년 인생 골똘히 애를 쓰느라

즐거움은 단 한해도 못 누린다네.

뉘라서 알리오 그대와 내가

저 멀리서 슬픈 연민 품고 있을 줄.



다산초당과 백련사 (그림 이종구)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길 초입


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