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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함부르크, 한국인 광부ㆍ간호사ㆍ조선기술자들이 살았네

국립민속박물관, 한인동포 생활문화 조사 보고서 《독일 함부르크 한인들의 삶과 문화》 펴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독일 한인동포에는 파독 광부, 간호사 외에 조선기술자도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2016년 독일 함부르크 한인동포에 대한 생활문화 현지조사(2차례)를 실시해 20178독일 함부르크 한인들의 삶과 문화조사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는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는 독일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에 더하여,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산업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이 되는 300여 명의 파독 조선기술자들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서울-부산간 자동전화가 개통되고,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1971~72, 3차례에 걸쳐 독일에 파견된 조선기술자들은 함부르크 호발트 조선소에 3년 계약으로 근무하며 기술을 배웠다. 근면 성실한 작업 태도로 독일인들에게 인정을 받은 한국인들은 3년 후에 대부분 귀국했지만, 45명의 인원은 현지에 잔류했다. 귀국한 조선기술자들은 이후 한국의 조선소 등에 취업하여 배운 기술을 활용, 한국 조선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한편 독일에 남은 조선기술자들은 그곳에 정착하여 일가를 이루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비슷한 시기에 파견된 한국인 간호사들과 혼인을 하여 가정을 꾸리기도 하였다. 이들 가운데 세상을 뜬 된 분도 있고, 다시 귀국한 분들도 있어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남아 있는 조선기술자는 20명가량 된다. 이들 모두의 지난 이야기와 물건을 모았으며, 그 가운데 10명을 면담한 뒤 4인의 상세한 생애이야기를 이 보고서에 수록하였다.

 

2세대, 3세대, 한한 가정, 한독가정


 

현재 독일 한인동포 사회는 2세대를 넘어 3세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파독 1세대들은 고향이 한국이지만 본인이 묻힐 곳은 독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가를 이루고 살아온 곳이기에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반면 본인들은 섞일 수 없는 독일 사회의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파독 1세대인 광부간호사조선기술자의 후손들인 2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이룬 안정적인 바탕 위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교사, 대기업 직원, 의사, 프랜차이즈 식당 CEO, 영화감독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한한가정(한국인 부모), 한독가정(한국인과 독일인 부모)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갖는다. 먼저 한한가정의 자녀들은 스스로가 이민자이며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사용할 줄도 알고, 한국의 문화와 예절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한국음식을 주로 먹기도 한다.

 

반면 한독가정 2, 3세대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스스로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사고방식도 보통의 또래 독일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도 성인이 된 뒤에 스스로의 민족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고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배우고자 한다. 실제로 2세대들이 본인의 자녀들인 3세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함부르크 한인학교에 보내고 본인들도 성인반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소주, 독일산 배로 치르는 부모님 제사


 

함부르크에 사는 파독 1세대 조선기술자 출신인 이정수씨(1951년생, 부산 출생)1983년부터 35년째 양친의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부모님 사후 장남으로서 독일에서라도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처음 몇 년간은 부인인 박순옥(1955년생)씨가 친정인 부산에서 제주인 정종과 떡, 나물, , 과일 등의 제물을 배송 받아 제사를 지내왔었는데, 최근에는 독일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

 

독일소주, 독일산 배, 함부르크 아시안 마트에서 구입한 나물 등을 제사상에 올린다. 그러나 제사를 모시는 마음만큼은 고향인 한국의 그것 그대로이다. 35년 동안이나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애써서 노력해 지켜나가려 하지 않으면 고국의 문화가 끊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 한인가정의 살림살이는? 혼수로 가져온 장롱과, 고추장고춧가루

 

이 보고서에는 재외동포 살림살이 조사내용이 수록된 것이 특징이다. 현지조사에서 동포 사회의 생활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정을 선택하여, 집안의 모든 물건을 끄집어내어 사진을 찍고, 그 물건에 깃든 사연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보여주는, ‘물건으로 보는 독일 동포의 생활모습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조사 대상은 파독간호사 출신의 함양분씨(1951년생, 1세대) 가족으로 선정하였다.

 

이 조사를 통해서 간호사로 독일에 오게 된 이야기부터 독일인 남편을 만나 정착해 살아온 이야기를 포함한 생애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었다. 또한 독일에서 50여 년 동안 살아오며 쌓인 물건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적응과 정착 과정의 이야기를 보다 더 입체적이고 미시적으로 파악해 기록할 수 있었다. 함양분 씨 집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장롱이 있었는데, 이는 대부분의 1세대 동포 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친정집에서 혼수로 보내준 것이며, 이와 함께 고추장, 고춧가루 등의 조미료와 쌀을 보내주는 경우도 많았다.

 

기억하고 이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힌다!

 

조사를 위해 만났던 독일 함부르크 한인동포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이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잊힌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함부르크에 한인학교를 설립하여 후세대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독일 사회와 건강한 관계를 맺고 서로 이해하며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소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본 보고서에는 이러한 그들의 노력과 모습이 담겨져 있다.

 

앞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712월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과 공동으로 한국의 현대 생활문화와 19세기 전통사회의 생활문화에 대한 전시를 열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 발간자료 원문검색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