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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해설이 있는 춘향가, 초가을 밤을 아름답게 수놓다

<김세종제 판소리보존회> 제1회 발표회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세종제 춘향가>에 대해 판소리연구가 이보형 선생은 김세종, 김찬업, 정응민과 같은 뛰어난 명창들이 짠 것인 만큼, 옛날 명창들의 더늠이 고루 담겨 있고, (調)의 성음이 분명하며 부침새와 시김새가 교묘할 뿐만이 아니라, 사설도 잘 다듬어져 있어서 썩 잘 짜인 바디라고 밝힌 바 있다. 송흥록으로부터 비롯된 동편제 소리를 더욱 가다듬은 소리인 <김세종제 춘향가>를 이제 오늘날에는 김수연 명창이 대를 잇고 있다.

 

어제 913() 저녁 730분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코우스)에서는 그 김수연 명창이 제자들과 함께 <김세종제 판소리보존회> 1회 발표회를 열었다. 공연장 1층은 물론 3층까지 객석을 가득 메워 이 공연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보여주었다.

 

공연은 단국대 명예교수이며,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의 명쾌하고 맛깔스러운 해설로 시작되었다. 우선 서한범 회장은 공연 시작을 앞두고 아니리, 발림 따위를 쉽고도 재미있는 설명으로 청중들과의 소통을 시도해 객석의 큰 호응을 받았다.

 

공연은 먼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전수교육조교이며, ()김세종제 춘향가보존회 이사장인 김수연 명창이 나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25호 고법보유자 송원조 명인의 북에 맞춰 춘향가의 앞부분인 기산 영수부터 적성가까지를 불렀다. 서한범 회장이 김수연 명창의 소리 속에는 공력이 물씬 풍겨 남다른 품위와 당당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 것이 그저 한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객석에서 연신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




 

이어서 미래의 명창, 어린이 꿈나무의 판소리가 펼쳐진다. 김수연 명창의 제자인 황시원, 박지민, 백채현, 김나혜, 박시언 어린이가 깜찍하게 아니 힘차게 소리를 했다. 어른들의 소리에 뒤지지 않을 기백으로 춘향가 앞부분 앉았다 일어서부터 백백홍홍까지를 부르는 어린이들이 몇 십 년 뒤 큰 명창으로 자랄 기대에 청중들의 마음은 훈훈해진다.

 

다음은 김수연 명창의 수제자 강경아 명창의 김세종제 춘향가 가운데 이별가차례다. 전주대사습놀이, 남도민요경창대회, KBS국악대경연,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장원을 거머쥔 것은 물론 지난 2015년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대열에 함께 한 화려한 경력의 소리꾼이다. 정확한 음정과 굵으면서도 분명한 성음이 매력적이며, 표현이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는 공연에서 부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찬조 출연 아쟁산조가 이어진다. 아쟁의 큰 명인으로 인기가 높았던 서용석의 큰아들 서영호 명인이 굵직한 남성의 한을 표현한다는 아쟁의 선율을 애절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연주한다.


 



다시 판소리 공연으로 돌아온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보유자 신영희 명창이 무대에 올라 김소희제 춘향가 가운데 '박석치' 대목을 불러 그의 소리가 통성이 특징적이며, 남성적인 소리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 까닭을 확인시켜 준다. 소리가 끝나고 서한범 회장의 질문에 국가무형문화재제도에 대해 쓴소리 한 마디도 곁들였다.

 

이어서 김수연 명창 제자들이 함께 부르는 김세종제 춘향가 가운데 쑥대머리차례다. 일제강점기 임방울 명창이 불러 유성기 음반 120만 장이 팔려나갔다는 쑥대머리 신화를 만들어내 대목이다. ()김세종제춘향가보존회 강습생들 김혜자 외 17명이 함께하여 강습생 소리를 뛰어넘는 대단한 공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단막창극도 무대에 올랐다. 홍보가 가운데 화초장대목을 왕기석(놀보), 조용균(홍보), 김지영(홍보처)이 익살스럽게 소리하고 연기한다. 객석은 흥이 나서 달아올랐다. 이런 단막창극도 우리 국악의 한 매력 요소임이 분명할 터이다.


 


마지막 무대는 강경아 명창과 6인의 남도민요 새타령, 풍년가, 진도아리랑이다. 맺힌 한을 풀어준다는 육자배기토리의 남도민요가 한바탕 무대와 객석을 휩쓴다. 그렇게 민요 마당이 끝나자 서한범 회장은 김수연 명창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남도민요 <흥타령>을 불러줄 것을 강권한다. 다시 부대에 오른 김수연 명창은 제자들과 함께 <흥타령>으로 청중들이 자리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하도록 매력을 발산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양훈(57) 씨는 역시 김수연 명창의 소리가 기가 막히다. 김세종제 판소리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고 격이 다른 내공을 드러내고 있다. 김세종제 판소리를 현대에 이어주는 김수연 명창의 노력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오곡이 무르익어가는 초가을의 아름다운 밤, 청중들은  한국문화의집(코우스)에서 김세종제 판소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흠뻑 감동을 받는 순간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