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사진나들이

[화보] 백제불교의 도래지 불갑사에서 본 꽃무릇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서기384년 인도에서 온 마라난타 존자가 중국을 거쳐 백제에 처음 불법을 전해주고 절을 세운 곳이 불갑사라고 한다.  영광에는 법성포가 있는데 그 말 자체가 법(진리)의 성인(마라난타)이 들어온 포구 라는 뜻이다. 그런 역사적 사연을 담아 절을 짓고, 그 이름도 불갑사, 즉 부처 불(佛) 첫째 갑(甲) 그래서 불갑사(佛甲寺)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갑사의 유래나 이름보다는 근래 붉게 피어난 꽃무릇 때문에 가을철 불갑사를 찾는다. 해마다 9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무릇의 대향연이 불갑사 일주문부터 불갑사 경내와 주변 그리고 불갑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까지 가득 피어나기 때문이다.


9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한 꽃무릇은 정렬의 화신인 양 붉게 피어나는데, 그 꽃잎은 가늘게 곡선으로 피어나 10여일 동안 잠시 머물다 시간이 가고나면 어김없이 시들고 만다. 불교의 가르침인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상을 느끼게 하면서, 그래서 일찍 피어난 꽃무릇은 시들고 늦게 피어난 꽃무릇은 화사하게 피어있고, 그 중 며칠이지만 늦은 늦동이는 이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그런데 꽃무릇에는 그럴듯한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깊은 절에 불도를 배우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백일동안 불공을 드리러 온 예쁜 여인이 있었는데, 불도를 닦던 젊은 스님은 그 젊은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백일 기도를 마친 젊은 여인이 산을 내려가버리자, 젊은 스님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말도 하지 못하고, 그날 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후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그런데 젊은 스님을 지도하던 노스님은 그런 젊은 스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노스님은 그렇게 죽은 젊은 스님을 양지바른 곳에 묻고 돌아왔는데, 몇 년 후 그의 무덤에 가을이 오자 꽃대가 오르더니 빨갛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이 아닌가? 노스님은 그 꽃이 바로 피를 토하고 죽은 젊은 스님이 꽃으로 환생한 것으로 보고 이 꽃을 상사화라 불렀다고 한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이 때를 맞추어 영광군은 꽃무릇 축제를 행하며 전국의 가을을 찾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꽃무릇이란 식물은 덩이뿌리인데, 그 뿌리는 봄부터 초가을 까지는 지상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웅크리고 있다가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면 그 때부터 감추어 두었던 녹색의 꽃대를 지상으로 밀어올리고 1주일 정도 자라난 후에는 그 끝에서 빨간 꽃을 피워낸다. 


그리고 10여일 화사한 꽃을 피웠다 시들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꽃이 시들고 난 후 다시 뿌리에서 난초잎 같은 싹이 움터 녹색의 잎을 키우고, 그 녹색의 난초같은 잎은 겨울부터 봄까지 푸른잎으로 살아 있다가 다른 풀들이 잎을 피울 때는 그 잎도 시들어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만다.


그런 뒤 여름이 가고 가을에 접어들면 어김없이 붉은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뿌리에서 꽃과 잎이 피어나는 시기가 서로 달라서,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고 하여 서로 그리워만 할 뿐 만날 수 없다는 것에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여 이런 식물을 상사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꽃무릇의 뿌리는 독성이 강하여 목조로된 절 건축물 단청을 할때, 그 뿌리를 으깨어 단청재료와 함께 발랐다고 한다. 그 까닭은 목재에 기생하는 곤충들의 접근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 이유로 절 주변에 꽃무릇을 많이 심기도 하였다. 그 이유와 전설이야 어떻든 이제 빨갛게 피어나는 꽃무릇은 남쪽지방 불갑사를 명소로 만들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꽃무릇이 군락으로 피어나는 곳은 전남과 전북의 몇 몇 절들인데, 전남에는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가 유명하고 전북에는 고창 선운사가 유명하다. 꽃무릇으로 유명한 절 가운데에 오늘은 백제에 처음 불교가 전해진 역사의 고장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의 향연을 소개해보았다.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