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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호모 소금 사피엔스_소금을 가진 지혜의 인간

국립민속박물관 ‘세계의 소금’ 특별전
세계의 소금을 비교민속적 관점에서 다룬 첫 전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소금을 만들고 다루는 지혜로운 인류’를 주제로 한 호모 소금 사피엔스(Homo Salinus Sapiens) 특별전을 2018년 5월 1일(화)부터 2018년 8월 19일(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염부의 임시가옥’(인도), ‘암염 광산’(폴란드), ‘자염 가마’(라오스)를 재현하고, ‘소금 블록(salt block)’과 ‘소금 운반용 수레’, 광부 조직의 ‘뿔피리’와 ‘의례용 도끼’(폴란드), ‘원형 소금’과 ‘막대 소금’(파푸아뉴기니), 유럽의 ‘소금통(salt cellar)’, 폴 자쿨레(Paul Jacoulet)와 기산(箕山) 김준근의 ‘소금 장수’ 유물 및 영상 350여 점이 전시된다.

 

한 가지 물질 ‘소금’에 대한 같고도 다른 이야기

 

이번 특별전은 국립민속박물관이 ‘한 가지 물질’을 통해 인류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탐색하는 조사・연구를 토대로 하는 전시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 주제가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소금이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2년 동안 파푸아뉴기니, 인도 , 라오스, 페루, 볼리비아 등 전 세계 11개국 15개 지역에 걸친 현지조사와 자료 수집의 결과이다.

 

전시는 ‘들어가기(프롤로그)’, ‘제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 ‘제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 ‘뒷이야기(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인류 문명과 소금의 역사를 보여준다. 인류는 빙하시대 매머드 스텝(Mammoth Steppe)이라 불리던 ‘소금길’을 따라, 소금의 섭취량을 늘리면서 문명화였고, 소금을 얻기 위한 집념과 소금에 대한 탐닉이 인간의 삶과 세계사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연대표와 영상에 담았다.

 

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는 세계 각 지역에서 소금을 얻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환경, 역사적 경험과 함께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준다. 즉, 자연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소금을 생산 방식의 차이에 따라, 천일염天日鹽, 자염(煮鹽, 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 암염(巖鹽, ),, 회염(灰鹽, 파푸아뉴기니 소금 만드는 법)으로 구분하여, 세계 각 지역의 유물과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엥가 부족의 ‘원형 소금’과 바루야 부족의 ‘막대 소금’, 그리고 13세기부터 소금 광산에서 채굴한 광부 조직의 ‘뿔피리’와 ‘채굴 도끼’, ‘소금 운반용 수레’를 볼 수 있다. 특히,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매년 염전을 조성하는 인도 구자라트 지역 ‘염부의 임시가옥과 살림살이’ 일체를 옮겨와 재현한 공간은 인간의 소금을 향한 집념과 소금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아울러, 소금의 생산 과정을 시각

 

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미디어 인포그래픽(information graphics, 미디어를 활용하여 시각쩍인 이미지로 전달하는 그래픽)과 16세기 폴란드 소금 광산의 채굴 모습을 실감 나게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폴란드 소금의 역사를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15개 조사 지역의 소금 생산 모습과 도구를 일목요연하게 비교, 검색할 수 있는 미디어테이블을 배치하였다.

 

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여러 용도와 문화적 의미로 사용되는 소금을 소개한다. 이를 위해, 소금의 다양한 속성을 ‘짠’, ‘흰’, ‘불변의’, ‘귀한’이라는 네 가지 주제어로 나누어 관람객에게 제시한다.

 

소금은 짠맛을 내는 유일한 물질이다. 짠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 ‘셰프의 인터뷰’ 영상에서 모든 요리사는 하나의 목소리로 ‘음식에 있어서 소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한국의 천일염부터 프랑스 게랑드, 안데스와 히말라야의 소금까지 생산방식별로 대표적인 소금을 맛볼 수 있는 시식 체험 코너도 마련하였다.

 

소금은 흰색이다. 흰색이 지닌 순결함과 순수함, 깨끗함은 소금의 문화적 상징으로도 확대되었다. 이집트 신관은 정화의례에 소금을 사용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무당은 본굿에 앞서 소금을 뿌리며 신이 오는 길을 깨끗이 하였다.

 

소금은 썩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기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금의 속성은 변하지 않아야 할 ‘약속’이나 ‘동맹’, ‘우호’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70일간 소금물에 담가 방부 처리하였는데, 이는 ‘제드바스티우에프앙크의 관(Coffin of Djed-Bastet-iu-ef-ankh)’ 뚜껑에 그려져 있는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의 조리법을 담은 순한글본 《주중묘방(厨中妙方)》 ‘쟝초제방’에서도 장 담그기에 소금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소금은 귀했다. 18세기 이전의 유럽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주인의 지위를 나타냈던 정교하고 화려한 소금통, 귀한 만큼 우리나라 종묘제례(宗廟祭禮)에 형염(形鹽, 예전에는 호랑이 모양의 돌소금을 썼으나 지금은 굵은 소금을 쓴다.)을 제물로 올렸으며, 전 세계적으로 소금이 국가의 전매품이었던 당시의 자료가 소개된다.

 

한편 전시장 곳곳에는 소금에 대한 각종 이야기가 가득하다. 소금에 관한 상식과 세계 각국의 소금 관련 속담과 전설, 금기, 그리고 소금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영화의 포스터 등을 통해 관람객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우리의 일상과 문화를 함께했던 소금에 관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뒷이야기의 함민복 시 ‘눈물은 왜 짠가’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먹는 설렁탕에 소금을 많이 풀어 국물을 더 먹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다. 또한, 여러 나라의 속담과 격언은 소금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다시금 보여준다.

 

세계의 소금을 비교민속적 관점에서 다룬 최초의 전시

 

국립민속박물관은 청바지에 이어 두 번째 물질문화 프로젝트인 소금을 통해 과거의 역사성을 전제로 한 현재의 넘나듦, 일상생활뿐 아니라 일상적인 물건을 다루었다. 또한, 이 전시는 단순히 소금을 만드는 방식, 용도만이 아니라 사회의 이념이나 사상, 관습, 믿음과 관계를 맺으면서 소금이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고, 그것이 문화가 된 배경을 비교민속적 측면에서 다룬 최초의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소금에 관한 ‘총체적’ 정보를 얻고, ‘같고도 다른 세계의 소금’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