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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천 번의 손길을 거친 수제화의 모든 것

국립민속박물관, ‘세대를 넘어 – 수제화장인’ 특별전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근현대 직업인 생애사’ 사업의 하나로 2014년 송림수제화를 조사하고, 《을지로 수표교에서 4대 80년 - 송림수제화의 장인들 -》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이번 <세대를 넘어 - 수제화 장인> 특별전은 기존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시로 2018년 6월 20일(수)부터 10월 15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제화 제작도구, 산악인 허영호의 수제 등산화, '구두를 신은 고종황제의 사진‘, 구두 제작과 수선에 관한 광복 이후의 저서 ‘구두 만드는 법 고치는 법 ’등 유물과 기록, 사진, 동영상 등 약 131건 224점을 선보인다.

 

전통을 계승하는 수제화 장인들의 ‘장인정신’과 ‘미래의 수제화’ 제시

 

전시의 구성은 ‘프롤로그_ 땅과의 접촉’, ‘제1부_ 구두 갖바치’, ‘제2부_ 백년의 가게’, ‘제3부- 천 번의 손길’, ‘에필로그_ 행복한 구두’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수제화에 담긴 장인의 노고와 ‘오래된 미래’를 만나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땅과의 접촉]

 

동양에서는 하늘, 땅, 사람[天地人]이 만물을 구성한다고 믿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람을 하늘과 같이 소중하게 여겼다[人乃天].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다니는 사람은 하늘과 땅의 접촉[Contact], 곧 만남의 매개체이다. 하늘과 땅을 소통시키는 존엄한 인간의 발. 그 발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신발’이다. 프롤로그는 영상을 통해 수제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전달하였다.

 

[1부 구두 갖바치]

 

구두는 구한말 일본어 くつ(구츠)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몇 대에 걸쳐 수백 년의 가업을 잇는 ‘소상공인의 천국’ 일본에서도 대를 잇는 제화공 가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종 황제가 구두를 신은 이래로 우리나라 수제화 장인은 텔레비전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직업으로도 등장할 만큼 이미 우리에게 친근하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갖바치가 만들었던 징신으로부터 대통령이 신은 수제화 가죽구두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2부 백 년의 가게]

 

을지로 수표교에서 4대 83년의 역사를 지닌 송림수제화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장인정신[匠人精神]이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을 말한다. 그들은 항상 꿔왔던 꿈을 이루기 위해 그 무엇도 바꾸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그런 정신을 가진 장인의 가게는 단골들이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져 백년을 넘게 지속된다. ‘백 년의 가게’에서는 송림수제화 간판과 광고지, 고객 감사편지 등을 전시하였다.

 

[3부 천 번의 손길]

 

누군가의 편안한 발을 위해 장인들은 천 번의 망치질과 못질을 한다. 그런 정직한 사람들의 땀방울이 있어야 비로소 수제화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장인을 꼭 빼닮은 한 켤레의 신발이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제화 제작과정은 접객(接客)으로부터 가죽 재단, 갑피*, 저부*의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 속에 가죽과 깔창은 수많은 도구와 만난다. 그런 만남이 수없이 거듭되면서 수제화는 비로소 새로운 주인과 만나게 된다. ‘천 번의 손길’에서는 제작도구와 과정별 구두 형태, 목형(라스트), 완성 수제화 등을 전시하였다.

 

*갑피: 바닥창을 뺀 가죽 부분을 디자인에 맞춰 자르고 박음직해서 붙이는 공정

*저부: 갑피를 바닥창에 붙이고 밑창과 굽, 깔창 작업까지 해 구두를 완성하는 공정

 

 

 

[에필로그 : 행복한 신발]

 

좋은 구두가 행복을 부른다. 내 발에 꼭 맞는 수제화 한 켤레만으로 우리는 행복하다. 미래첨단과학의 발달로 3D프린터와 풋 스캐너(foot scanner)가 목형(木型) 구두골인 라스트(last)를 빠르게 대체해 나갈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진보한다고 해도 정성스럽게 수제화를 제작하는 장인정신과 견줄 수는 없다. 수제화 장인은 세상의 하나 뿐인 구두를 만들어 주는 장인으로서의 ‘슈피터(shoe fitter)’이며, 발의 건강을 고려하여 딱 맞는 신발을 만드는 치료사로서 '슈즈닥터(shoes doctor)'이기도 하다. 구두를 통해서 장인은 고객에게 행복을 준다. 에필로그에서는 수제화를 신어본 고객과 수제화 장인, 의사 등을 통해 수제화의 미래를 제시하였다.

 

갖바치의 혼과 천 번의 손길을 거친 세상의 오직 하나뿐인 구두

 

삼국시대부터 갖바치가 만든 징신을 비롯한 가죽신의 전통은 이제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양화를 거쳐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수제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통 수제화 산업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기성화의 대량 생산으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오직 손님의 발만 생각하는 장인들은 온갖 정성을 다해서 손님에게 꼭 맞는 신발, 세상의 단 하나 밖에 없는 구두를 만든다. 그런 세상의 단 하나 밖에 없는 구두, 천 번의 손길을 거친 정성스러운 구두, 사랑과 추억이 담긴 행복한 구두를 만드는 장인들이 있는 한 수제화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수제화 작업 공간 재현과 매주 주말 장인 시연 펼쳐

 

 

전시장 내에는 수제화 작업공방을 재현하였고, 수제화 제작과정을 영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전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매주 주말에는 송림수제화 장인이 직접 시연을 하고, 관람객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은 장인 정신을 이해하고, 그들의 일상으로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