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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일상적 행위의 의미

한화생명 63아트홀, “커피 한 잔 전(展)”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63아트홀(63빌딩 60층)에서는 오는 3월 3일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커피 한 잔 전(展)”이 열리고 있다. 커피는 그 탄생에서부터 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음료라고 끊임없이 모함을 받았지만 커피의 긍정적인 효능 역시 팽팽하게 제시되면서 오랜 시간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되고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음료로서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오늘날 커피를 마시는 우리의 일상적 태도는 무심한 습관적 소비에서부터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마치 의식을 행하듯 수행하는 전문가 및 마니아적 접근태도에 이르기까지 그 층과 폭이 깊고도 넓다. 분명한 것은 이제 커피를 빼놓고는 이 시대의 일상을 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63아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점령한 기호품, 우리가 미처 깨닫지도 못할 만큼 너무 자주, 아주 많이 소비하는 음료 중 하나인 커피를 주제로 그 속에 담긴 일상의 시간과 사회 문화적인 의미를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커피가 소개된 이래로 커피는 서구문물의 상징이었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한 잔의 음료를 마신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신문물의 가장 대표적인 품목으로 지배계층에 먼저 소개되었기에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보통 사람들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공간과 분위기를 소유한다는 의미였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와 더불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다방 또는 카페는 근대기를 거치면서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창작의 산실로 회자되며 신화화되거나 계층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적 기호를 담아내는 하나의 은유로 기능하기도 했다. 커피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부터는 커피 한 잔은 열심히 일하는 보통 사람들을 더 열심히 뛰게 하는 마법의 음료처럼 소비되었지만 커피 광고는 언제나 맛, 향, 삶의 여유와 같은 우아하고 품위 있는 문구로 채워졌다.

 

커피에는 언제나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짧은 휴식의 권유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커피는 이렇게 당대 문화적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호품으로 시작하였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잠시의 여유를 찾아주는 필수품으로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전시는 모두 5마당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마당 ‘커피와 수’는 커피의 소비 경제의 현황을 숫자를 통해 소개하는 부분이다. 커피의 생산과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통계와 에피소드를 인포그래픽(정보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달하는 그래픽)의 형식으로 제시하여 커피가 문화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상에서 소비되며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마당 ‘커피와 도구’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함께 소비하고 욕망하는 다양한 도구들과 음식 등에 주목한다. 커피를 담는 한 잔의 컵은 디자인 제품에서부터 일회성과 반복성이 극대화된 일회용 컵까지 소비의 문화적 행태를 보여주며 커피에 늘 곁들어지는 디저트는 일상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하는 매개체로 널리 인식되면서 개인적 감정과 기억 등을 동반하는 하나의 문화적 기호로 제시된다.

 

3마당은은 커피의 공간이다. 유럽문화에서부터 시작된 커피하우스의 전통과 역사는 카페를 문화와 예술의 집결지로서 또한 활발한 토론이 발생하는 공론장으로 각인시켰다. 그러나 오늘날의 카페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에서 현시대 만남의 마당 실상을 들여다본다.

 

4마당은 상표의 소비다. 커피의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커피 소비의 사회적 기호가 된 국제적상표의 점령에 대한 관점을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들이 있다. 한국에 상륙한지 불과 20년 만에 서울에 1,000개가 넘는 가게를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는 이미 국제 자본시장의 잠식력에 대한 은유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 점에 주목한 작가들이 상품 기호에 대해 언급한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5마당은 커피의 시간에 대한 것이다.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커피를 음미하며 우리는 삶의 시간들을 음미한다. 커피 한 잔의 시간이 가지는 의미를 모든 감성으로 느낀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 휴식, 각성, 명상과 같은 삶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63아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일상적 행위의 여러 상징들과 문화적 기호들, 그리고 새로운 커피 문화의 모습 등을 회화, 영상, 설치 등의 현대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 자료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커피 한 잔이 우리에게 주는 휴식과 각성을 통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듯 63아트의 이번 전시가 우리의 일상을 잠시 돌아보고 새로운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입장료는 13,000원이며, 관람시간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 02-780-6382로 하거나 63아트 누리집(www.63art.co.kr)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