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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정선 <북수원회도> 등 명품서화 보러가기

아낌없는 기증으로 꽃피운 조선시대 명품 서화
“손세기ㆍ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 2”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 님이 부친 고 손세기 님과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를 2018년 11월 21일 기증(모두 202건 304점)받아 이를 기념하는 첫 특별전“손세기, 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2018.11.23.~2019.3.24, 16건 25점>을 열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라안팎 관람객으로부터 큰 찬사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를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특별전에는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4)의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1716년), <비로봉도>를 비롯하여 심사정, 김득신, 이인문, 김수철 등 조선 후기에 활동한 서화가들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18세기 양반 풍속과 조선 산천을 그린 화가, 겸재 정선

 

<북원수회도>는 1716년, 서울 장동(壯洞, 지금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일대) 이광적(李光迪, 1618~1727년)의 기와집에서 열린 마을 원로들의 장수를 축하하고 그 모임을 기념하는 그림이다. 정선이 41세에 그린 기록화로, 커다란 마당이 있는 이광적의 자택 건물을 비롯하여 참석자와 시종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충실하게 표현하며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림 뒷부분에 수록된 참석자들의 축하 시와 함께 당시 양반의 생활 풍속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

 

 

 

꼼꼼하게 잔치 장면을 그린 <북원수회도>와는 달리, <비로봉도>에서는 금강산의 봉우리를 과감하게 그린 정선의 개성적인 화법을 확인할 수 있다. 뭉게구름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비로봉을 그리고, 그 아래 중향성 암봉(岩峰)들은 줄지어 배치해 비로봉을 부각하였다. 비로봉은 피마준(披麻皴, 그림에서 약간 물결짓는 필선으로 베(麻, 마)를 푼 것 같이 꺼칠꺼칠하게 그리는 표현)으로 그린 반면, 암봉들은 수직준(垂直皴, 그림에서 수직으로 내려 긋는 예리하고 강한 표현)으로 표현해 실제 경물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 서화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서예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17세기 문인인 조문수(曺文秀, 1590~1647)의 「이군산방기」는 북송 최고의 문장가인 소식의 글을 행서의 기운이 도는 해서체로 쓴 작품으로, 작은 글씨가 명쾌하고 힘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역대서법과 중국서법을 익혀 한국적 서풍을 일으킨 백하(白下) 운순(尹淳, 1680~1741)의 초서 편지와 글씨를 쓰는 이의 서권기(書卷氣)를 강조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서첩도 함께 전시된다.

 

* 서권기(書卷氣) :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그 사람의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는 뜻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선유도(船遊圖)>와 김득신(金得臣, 1754~ 1822)의 <출문간월(出門看月)>에서는 각 화가의 개성적인 화법과 운치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담채로 그린 <선유도>는 거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인물들의 모습이 신선 놀이처럼 느껴진다. 반면, 김득신의 능숙한 수묵 표현이 돋보이는 <출문간월>에서는 한밤중 개가 짖자 밖으로 나와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동자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편, 김수철(金秀哲, ?~1862 이후)의 <산수도> 2점과 <백합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김수철은 대상을 간략하게 표현하거나 과감하게 생략했으며, 산뜻한 채색을 더해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19세기 당대 화단의 주류인 남종문인화에 기반을 두면서도 참신한 조형감각을 살려 이색화풍을 구축했던 김수철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세기ㆍ손창근 기념실에 기증품을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하여 품격 높은 전시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