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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정순임의 흥부가-박록주제’

장판개 - 장월중선으로 이어진 소리 세계를 구축해 온 정순임 명창
‘전통예술 판소리 명가’ 1호 가문의 빛나는 소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완창판소리 ‘정순임의 흥부가’ 공연이 5월 23일(토) 낮 3시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여든을 앞둔 관록의 정순임 명창은 2015년 9월 이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에서 박록주제 ‘흥부가’를 5년 만에 다시 완창한다.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난 정순임 명창은 어린 시절 어머니이자 판소리 명창인 장월중선에게서 소리와 기악을 배우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정 명창은 판소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집안의 대를 이어 판소리 계승ㆍ발전에 헌신해 왔다. 큰 외조부 장판개 명창을 시작으로, 외숙부 장영찬 명창과 어머니 장월중선 명창이 계보를 이은 정순임 명창의 가문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뽑은 ‘전통예술 판소리 명가’(3대 이상 전통예술 보전ㆍ계승에 앞장서 온 가문) 1호로 지정됐다.

 

 

서편제의 고향에서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정순임 명창은 20대 중반부터 경상북도 경주에 정착해 동편제 소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정 명창은 영호남을 넘나들며 동서 구분 없이 조화로운 소리 세계를 구축해 온 예인이기에 더욱 특별한 인물로 꼽힌다. 지역 내 판소리 전승에 힘써 온 그는 현재 한국판소리보존회 경상북도지부장, 한국전통예술진흥회 경주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북대와 부산대, 동국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해 왔다. 최근 문화재청은 정순임 명창을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흥보가)’ 보유자로 지정 예고한 바 있다.

 

판소리 ‘흥부가’는 권선징악과 형제간 우애라는 교훈적인 주제를 담아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흥부와 놀부라는 대조적인 인물을 통해 선이 악을 이기는 과정을 재치 있게 다룬 ‘흥부가’는 사설이 우화적이고 익살스러운 대목과 아니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에 소리뿐만 아니라 아니리, 발림 등 판소리의 3박자를 두루 갖춘 소리꾼만이 제대로 부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박송희 명창으로부터 ‘흥부가’ 한바탕을 배운 정순임 명창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부가’ 예능보유자다. 여러 장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균형 잡힌 발성을 자랑하는 그는 ‘흥부가’의 귀한 소리를 제대로 들려줄 으뜸 소리꾼으로 꼽힌다.

 

 

 

정순임 명창이 5월 완창판소리에서 부를 박록주제 ‘흥부가’는 송만갑-김정문-박록주-박송희로 이어졌다. 익살과 재치가 돋보이는 ‘흥부가’ 중에서도 섬세하게 다듬어진 간결한 사설, 기품 있고 점잖은 소리로 유명하다. 정순임 명창은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소리를 이번 무대에서 유감없이 선보이고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 명창은 “소리꾼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장월중선 명창, 박송희 명창 등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다.”라며 “5월의 한복판에서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완창 무대를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명창의 관록과 깊은 소리가 돋보일 이번 완창판소리 무대에는 제19회 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이낙훈,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17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박근영이 고수로 함께한다. 또한, 김세종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한국음악전공 교수가 해설ㆍ사회를 맡아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성창순ㆍ박송희ㆍ성우향ㆍ남해성ㆍ송순섭 등 당대 으뜸 명창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이자,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초ㆍ최장수ㆍ으뜸의 완창 무대다. 전통에 대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최고의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귀명창과 만나고 있다.

 

5월 완창판소리 ‘정순임의 흥부가’ 공연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하나로 ‘객석 띄어 앉기’를 시행한다. ‘객석 띄어 앉기’ 운용으로 기존 예매 내역은 전체 취소되고, 지난 4월 29일(수)부터 다시 예매하고 있다.

 

전석 2만 원.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 02-2280-4114

 

 <정순임 명창 소개>

 

정순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부가 예능보유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흥보가)’ 보유자로 지정 예고중

 

사사

오정숙ㆍ박송희 명창

 

수상 내역

1985 남도예술제 판소리 특장부 대통령상

1991 문화관광부 국악공로기념패 수상

1997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

2004 대한민국 청소년 지도자 대상

2015 경상북도 문화상

2015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

2016 제26회 동리대상

 

 

 

 

  

‘전통예술 판소리 명가’ 1호 자랑스러워

어머니 처음엔 소리꾼 되는 것 원치 않아, 나중에 정흥민 명창에게 배우게 해

 

- 고향이 서쪽 끝 목포이신데 동쪽 끝 경주로 가서 정착하신 까닭은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어머니(장월중선 명창)는 힘들게 살아가셨어요. 그때는 지금과 달리 판소리 명창이어도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경상북도에 사시던 지인이 이끌어주셔서 경주에 정착하시고 그곳에서 어머니는 판소리 전승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머니를 따라 경주에 가서 어머니의 전승활동을 돕게 되어 그곳에 살게 된 것입니다.”

 

- 서편제와 동편제를 넘나드는 명창이라는 평을 받는데 어떻게 그런 평을 받으셨을까요?

 

  “영화 서편제가 나오기 전에는 서편제ㆍ동편제의 구분이 없었어요. 그런데 전 원래 목포가 고향이어서 애원성이 들어있는 서편제 성음을 타고났는데 뒤에 웅건한 동편제 성음을 가지고 계신 스승 박송희 명창으로부터 ‘흥부가’ 한바탕을 배운 뒤로 자연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 어머니가 장월중선 명창이신데 어머니와의 일화로 기억나는 것이 있는가요?

 

  “어머니는 소리꾼으로 힘들게 사셨기에 자식이 그러한 소리꾼이 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어요. 그러다가 제가 기어코 소리 배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자 큰맘 먹고 정흥민 선생님 문하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판소리의 길로 들어섰는데 뒤에 어머니가 경주에 정착하신 뒤로 저도 그곳에 가서 어머니께 못다 배운 소리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 여러 선생님께 소리를 배우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누구인가요?

 

  “저는 40대 후반 서울 국립창극단에 들어가서 박송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박송희 선생님은 제게 흥보가를 전수해주시면서 친딸처럼 끔찍하게 아껴주지요. 그래서 박송희 선생님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전통예술 판소리 명가’ 1호로 지정됐는데 그에 대한 자부심을 얘기해 주십시오.

 

  “물론 전통예술 판소리 명가’ 1호로 지정된 것은 큰 영예입니다. 고종 앞에서 ‘적벽가’를 불러 즉석에서 종9품 참봉 벼슬을 받은 큰 외할아버지 장판개 명창, 외숙부 장영찬 명창과 어머니 장월중선 명창 그리고 제가 이 계보를 이었으니 그야말로 3대가 전승의 반열에 서 있어서 감히 ‘판소리 명가’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믿습니다.”

 

전화로 대담을 진행했지만, 음성은 따뜻하고 분명했다. 몇 년 전 한국전통음악학회 단원들이 중국 연길에 공연차 갔을 때 취재차 함께 다녀왔던 기억이 선하다. 당시 공연에서 정 명창은 곰삭은 소리와 함께 청중을 휘어잡는 아니리와 발림으로 공연장을 요동치게 만든 기억이 있다. 또 무형문화재라면 갖추어야 할 인품의 소유자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분이 바로 정순임 명창이었음을 나는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