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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스승과 그 제자들의 찐 사랑 고백담

《봉주르, 마담 양!》, 양수경 선생과 제자들, 도서출판 얼레빗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얘들아 아주 작은 변화와 노력도 우리 삶에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는 거야. 선생님이 밥을 하려고 쌀을 씻는데 항상 씻다 보면 쌀알이 몇 개씩 물에 쓸려나가서 이게 참 번거로웠는데, 얼마 전에 볼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어서 쌀은 건져지고 물만 빠져나가는 쌀 씻는 전용볼을 발견했어! 그게 아주 편하더라~ 사용할 때마다 작은 아이디어인데 참 좋다 느끼면서 쓰고 있어. 뭔가 대단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것, 작은 것부터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씩 변화를 주는 거지. 너희도 수능, 입시 이렇게 무거운 주제로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어제보다 조금 더 열심히 그렇게 공부하면 되는 거야.”

 

이는 광주광역시 대광여고에서 37년 동안 프랑스어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양수경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엮어낸 사랑의 편지 《봉주르, 마담 양!》 내용의 한 부분으로 양 선생의 제자 강영아 씨가 쓴 “대학에 와서도 나는 선생님의 제자”에 나온 얘기다.

 

이 책에는 이렇게 제자들이 스승을 그리워하는 내용과 더불어 스승의 제자 사랑이 가득한 찐 사랑의 편지들이 빼꼭히 담겨있다. 여기 김의연 제자가 쓴 ‘이 똥강아지야’의 한 대목을 더 읽어 보자.

 

“먼저, 선생님 자체가 엄청난 매력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양수경 선생님께서는 교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 바라봤을 때도 '참 닮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비범한 면모가 있으십니다.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시는 분이며, 칼 같은 완벽함과 엄격함을 보이시면서도 적시에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네서 학생들이 정신 못 차리고 빠져들 수밖에 없게 하는 ‘츤데레’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선생님 같은 흡인력을 지닌 사람을 그전에도 보지 못했고, 졸업 이후에도 만나본 적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저는 선생님을 정말 유일무이하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자에게 받는 이 이상 극찬의 말은 없을 것이다. 아니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 제자들이 양 선생을 극찬할 수밖에 없는 스승으로서의 인간적인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제자 김평화가 쓴 “이 학생이 그럴 리가 없다”라는 글 일부를 읽어 보자.

 

“고등학교 1학년 때, 복도에서 다른 아이들이 친 장난임에도 제가 범인으로 몰려 다른 선생님께 크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습니다. 주눅이 들어있던 시절에, 당당히 제가 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도 못 하고 그저 당황만 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선생님께서 나타나 ‘이 학생이 그럴 리가 없다. 성실하고 착한데,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한다’라고 말씀을 해주고 든든히 옆을 지켜주셨습니다. 굉장히 놀랐습니다. 모든 선생님이 그저 보고 지나갈 때 뚜벅뚜벅 오셔서 단호하게 말씀해 주시던 선생님이 참 감사했습니다. 모교 특성상 굉장히 성적이 강조되고, 성적순으로 다른 가치들도 함께 평가가 매겨지는 부분들이 꽤나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 날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구나’라는 감정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정말 제자가 스승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책의 3부는 “그리고 남은 이야기‘로 양수경 선생의 회고담이다. 3부에서 양 선생은 프랑스교육대표단 앞에서 프랑스어 공개수업 이야기를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기“라는 제목으로 썼고, 주한 프랑스 대사와 하원의원들의 대광여고 방문에 얽힌 이야기를 ”방 안의 코끼리 상황 벗어나기“와, ”프랑스 학교에서 한국문화를 강의하다“라는 글도 있다. 3부에서 양 선생은 자신의 얘기를 감추려 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고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데면데면하다. 아니 데면데면하기만 하면 괜찮은데 냉랭함을 넘어서 서로 외면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양 선생의 제자들은 졸업한 지 10~20년이 지나서도 스승과 서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지속하고 있음을 책 속에서 증명해주고 있으니 감동적이다.

 

책 속에는 스승과 제자가 함께한 사진이나 제자 가족사진이 군데군데 들어 있어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살가운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는 양수경 선생과 제자들의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힘찬 손뼉을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