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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하수처리수’ 세계 최대 규모 재이용 ‘결실’

수원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용으로 일일 28만 톤 공급 예정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돈이나 물건을 마구 헤프게 쓴다는 뜻으로 ‘물 쓰듯 하다’는 관용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사실 ‘물 스트레스 국가’다. 계절별 강수량 편차가 크고, 인구밀도가 높아 물의 활용이 어려워 1인당 가용 수자원이 1,000~1,700㎥에 불과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됐다. 물을 ‘물 쓰듯’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부터 ‘물고을’이라는 이름의 맥을 이어온 수원(水原)시는 수자원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고 물의 활용을 위해 노력해 왔다. 환경수도를 자처하며 레인시티 등 물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하수처리수를 첨단 반도체 산업의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수원시, 삼성전자에 하수처리수 28만 톤 제공

 

오는 2030년이면 수원시의 하수처리수가 삼성전자에 공업용수로 공급돼 반도체를 만드는 ‘초순수’로 이용될 전망이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물은 수돗물보다 훨씬 까다로운 수질 기준에 맞춰 고도로 정수되고 순수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수원시의 하수처리수가 사용되는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 11월 30일 환경부ㆍ삼성전자와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유관기관과 5개 지방자치단체, 삼성전자 등 모두 10개 주체가 함께 참여한 협약은 지자체 하수처리시설의 처리수를 재생해 삼성전자에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4개 지자체에서 일 평균 47만 4,000톤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 재이용 사업의 시작인 셈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생산 공업용수로 활용되는 하수 재이용량은 연간 1억 7,300톤에 달한다. 이는 경상남도 진주시에 있는 남강댐 저수량(1억 8,000톤)과 맞먹는 수준이며, 120만 수원 시민이 일 년 내내 사용하는 수돗물을 훌쩍 넘기는 양이다.

 

수원시는 하루에 28만 톤의 하수처리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원공공하수처리장에서 하수처리 후 방류되는 유량(40만 톤)을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수질에 맞게 정수해 보낼 수 있는 공급량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처리시설이 건립되고, 이 시설에서 반도체 공정에 맞는 수질로 정수한 재이용수를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로 보내게 된다. 특히 수원시가 공급하는 하수처리수 양은 4개 지자체가 공급하는 총량의 절반을 훌쩍 넘긴 56.9%에 해당한다. 수원시가 이번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가동은 수자원공사의 공업용수 단가(침전수 기준 톤당 328원) 기준으로 연간 약 335억 원가량의 직접적인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또 수원시에도 일정의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든 ‘수원 하수처리수’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는 것은 ‘수원 하수처리수(REWATER)’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9년부터 수원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해 온 환경 정책이다. 앞서 수원시는 지난 2019년 12월 한국환경공단 및 태영건설과 ‘수원공공하수처리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대규모 하수 재이용 사업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다. 목표는 경기남부 권역 기업에 공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하루 32만 톤 이상의 재이용수 공급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고, 글로벌 환경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요처를 찾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수요처를 찾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뚝심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을 추진한 수원시는 지난 2020년 11월 발표된 환경부의 제2차 국가 물 재이용 기본계획에 수원시의 하수 재이용수 32만 5,000톤 반영을 끌어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K-반도체 전략’ 가운데 반도체 단지의 10년 치 용수물량 확보 전략에 수원시 물량을 포함하는 성과도 이뤘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위한 수원시의 노력은 올들어 삼성전자의 ESG(지속가능경영) 목표와 맞물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수자원 절감과 재이용 확대를 위해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이용하는 방안을 계획한 삼성전자 쪽과 여러 번 협업으로 수질에 대한 정밀한 검토를 벌이며 민선8기 들어 하수 재이용 사업을 현실화했다. 수원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이 들어서면 직접적인 부가가치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 용량 28만 톤은 국내 최대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기존의 국내 하수 재이용시설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수 이용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싱가포르의 재이용 총량(22만 8,000톤)을 훌쩍 넘긴다. 따라서 재이용시설이 세워지면 나라 안팎 시설 견학과 관련 산업의 유치 등 전시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광역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수원시가 물 산업 발전의 새로운 물줄기를 열 수 있다는 구상이다.

 

◇수원시, 다양한 하수처리수 재이용 선도

 

수원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미세먼지와 열섬현상 등 다양한 도심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재이용수를 활용해 왔다. 기존에는 살수용, 조경용, 하천유지용으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고 있다.

 

처리 과정을 거친 하수에 정수 수준의 수처리를 추가해 일상생활과 산업단지 등에서 다양한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하수처리수는 신규 수자원으로 관심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하ㆍ폐수처리수 재처리수의 용도와 그 수질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재처리수 용도는 청소ㆍ화장실용수, 세척ㆍ살수용수, 조경용수, 친수용수, 하천 등 유지용수, 농업용수, 지하수 충전, 공업용수 등 8종으로 구분된다.

 

 

 

올해 수원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한 하수 가운데는 연간 854만 톤의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했다. 하수처리장을 유지ㆍ관리하는데 사용되는 장내 재이용이 대부분이다. 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시 도로에 물을 뿌리는 고압 살수차에 살수용수를 재이용수로 사용해 연간 6천 톤 이상을 활용한다. 서호생태수자원센터에서는 하루 4만 7,000톤을 처리할 수 있다.

 

하루 4만 톤가량의 하수를 처리해 2만 5,000톤가량을 재이용한다. 대부분은 하천 유지용수로 활용된다. 내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황구지천 하수처리시설에서는 하루에 4만 5천 톤의 하수를 처리해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활용, 하수처리수 재이용량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다.

 

◇‘환경수도’ 수원이 수자원 순환 이끈다

 

하수뿐만 아니라 빗물 등 다양한 수자원의 원활한 순환과 재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환경 정책의 목표다.

 

수원시는 지난 10월 그린시티 공모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환경수도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대표 시책으로 꼽은 ‘레인시티(Rain City) 수원’ 사업도 물 순환 사업이다. 레인시티 사업은 도심지 빗물침투율을 높여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예방은 물론 지속할 수 있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시민들에게 물순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그린빗물인프라를 설치해 빗물 유출 저감률을 개선하고, 빗물 분사로 대기온도를 저감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빗물관리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공감대도 확산했다.

 

수원시는 물 재이용을 활성화하고 지속할 수 있는 친환경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물 재이용에 관한 종합적인 관리계획도 수립했다. 2030년까지 빗물이용시설 30곳을 추가 설치해 연간 빗물이용 가능량을 22만여 톤 늘리고, 중수도 시설 용량도 확충해 6,39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빗물 이용 시설, 중수도 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등으로 2030년 기준 총 상수 수요량의 2.2%를 재이용수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선제적으로 하수 재이용 사업을 준비해 수원시가 세계 최대 규모로 하수처리수를 공급하는 지자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며 “수원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및 산업과의 상생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