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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8월 30일 ‘백중’의 전통, 왜 밀양에는 남아있을까

국립민속박물관, 밀양에 전승되는 대동놀이 조사보고서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밀양지역 대동놀이에 대한 보고서 《밀양지역 대동놀이의 지속과 변화》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전통 농경사회가 축소되면서 사라진 대동놀이가 유독 많이 남아있는 밀양에 주목했으며, 대동놀이의 지속과 변화 그리고 밀양지역의 민속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밀양에서 대동놀이가 전승된 까닭은 무엇일까?

밀양지역은 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길목이었다.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을 따라 넓은 농경지가 형성되어 있어 경제적으로도 풍족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의 발걸음과 대동놀이를 위한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또 과거 기녀의 조합인 권번(券番)이 있어 많은 예술인이 활동했다. 이들은 춤과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지역민 주도의 ‘53친목회’라는 모임은 지역 민속문화의 재현과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한여름 농사철의 휴식, 백중(百中)

올해 8월 30일이 음력으로 7월 15일 백중이다. 백중은 백 가지 곡식이 익는다고 해서 백종(百種)이라고 불린다. 곧, 힘든 김매기 등 바쁜 농사일을 끝나고 추수하기 직전 마지막 쉬는 시기로, 농사일에 지친 농부들과 머슴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소박한 잔치를 벌였는데, 이를 백중놀이라고 한다. 밀양의 백중놀이는 이전 조사에서는 ‘꼼배기’라고 불린 것으로 조사ㆍ보고되었으나, 오늘날에는 꼼배기라는 말과 함께 ‘희추’, ‘회치’라는 용어를 확인했다. 이는 ‘회취(會聚)’의 이음으로 판단되며,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을 뜻한다.

 

아직 대동놀이의 전통이 남아있는 지역, 밀양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밀양지역의 대동놀이는 ‘밀양백중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 외에 ‘무안용호놀이(경남무형문화재 제2호)’, ‘감내게줄당기기(경남무형문화재 제7호)’, ‘법흥상원놀이(경남무형문화재 제16호)’가 있다.

 

 

법흥상원놀이는 법흥리의 풍물굿과 공동체 신앙, 각종 정월 놀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을공동체 신앙인 동제와 관련 깊다. 이 놀이는 정월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놀이 과정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무안용호놀이는 각각 용과 호랑이로 상징되는 두 줄이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이 놀이는 본래 정월대보름 무렵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일대에서 전승되던 무안줄다리기를 민속예술경연대회 및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변형한 것으로 추정된다.

 

감내게줄당기기는 정월대보름이나 칠월 백중 때 농한기를 이용하여 보를 고치는 일 등의 마을 일을 걸고 하거나 참게를 잡던 주민들 간의 다툼을 막고 주민 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행했다. 여느 줄다리기와 다르게 여러 사람이 목에 줄을 걸고 기어나가듯 줄다리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밀양 지역민속의 지속과 변화

밀양에 대동놀이가 큰 전승력을 유지하는 데는 지역 잔치인 밀양아랑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밀양아랑제(현 밀양아리랑대축제)는 1957년 영남루 중수 기념으로 시작된 이후 정례화되면서 다양한 민속놀이ㆍ예술의 연행장이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전승자들이 밀양지역 민속의 재현을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전통사회와 달리 현대적인 재맥락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과거의 전통 그대로가 아닌 전승자들의 목소리와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이 축제에서 선보인 대동놀이들은 차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도 연행되고, 국가무형문화재 및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밀양백중놀이와 법흥상원놀이, 감내게줄당기기 등은 전통 농촌사회에서의 대동놀이가 무대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무안용호놀이의 경우에는 하나의 대동놀이가 분화되어 별개의 놀이로 전승되는 다양한 변화와 정착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문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화한다는 점에서, 밀양은 지역 민속의 재현을 위한 노력과 재맥락화를 거쳐 지속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mfm.go.kr) 발간자료검색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