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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정전 70년 주제전 ‘BLACK TOUR _ 분단기행’

전주포토페스티벌, 10월 7일부터 10월 22일까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쟁이나 학살과 같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커다란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장소들을 돌아보는 여행을 블랙투어(BLACK TOUR) 또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고 한다. 9ㆍ11테러가 발생했던 세계무역센터 자리가 <그라운드 제로>라는 이름으로 ‘뉴욕의 대표 여행지’가 된 것이 그 한 예다. 유대인대학살 현장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수용소>, 수백만 명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도 블랙투어 코스로 순위를 다툰다.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게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 하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외국어로 된 신조어를 <역사교훈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했다. 하지만, ‘비극(BLACK)’을 ‘관광(TOUR)’하는 일은 못내 불편하다. 더구나 문학비평가 황현산 선생이 “어떤 이(현대인)에게는 조선시대 종의 운명도 (지금껏) 가슴 아프다.”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으로 아픔이 사라지는 감각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매스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블랙투어 프로그램들이 유행처럼 번져 시청률을 경쟁하고, 한국의 DMZ가 세계인들에게 블랙투어의 무대가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정전 70년’이라는 무겁고 엄정한 의제를 <BLACK TOUR>라는 이름 위에 얹는 데에는, 시간이 무심히 지워가는 비극의 역사를 ‘여행’의 형태를 빌어서라도 다시 되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첫째요, 그 과정에서 국립국어원의 바람대로 반성과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둘째다.

 

또한 발명된 이래 오늘까지 ‘부재의 증명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온 사진이 다시금 6.25의 사라진 현장과 잊힌 사람들, 지워진 시간을 소환하고, 우리가 갈 수 없는 ‘저기를 여기로’ 눈앞에 옮겨 보여주는 역할을 해냄으로써 자신의 존재 값어치를 증명해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셋째다. 지역의 작은 사진축제인 전주국제사진제가 <BLACK TOUR>의 여행지로, 2023년 10월의 전주가 뜨겁게 달궈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덧붙인다.

 

부제 ‘분단기행’을 사진으로 기록한 분단의 풍경을 여행한다(紀行)는 의미 외에 ‘분단이 낳은 기이한 풍경 속을 여행한다’라는 블랙유머로 해석해도 무방하겠다.

 

주제전 <BLACK TOUR>는 평화롭게 서 있는 사슴과 두루미의 발아래 지뢰가 묻혀있는 아름다운 숲 DMZ를 시작으로 멀미를 자아내는 분단의 풍경들을 들여다보고, 미군기지의 확장으로 폐허가 된 군산의 바닷가마을 하제를 거닐다가, 미국 워싱턴의 ‘NARA(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묻혀있던 사진 속에서 전쟁터의 눈먼 소녀를 만나고, 한 참전군인의 유품인 구급약품 상자 안에서 발견된 필름을 통과해, 위무하듯 유골 위에 꽃잎이 내려앉은 발굴터를 지난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DMZ. 지난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서 국방부가 비무장지대의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사진가 박종우와 그의 카메라에 DMZ를 개방하였고, 60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불가하던 그곳에서 첫 사진 촬영이 이루어졌다.

 

남과 북 사이 폭 4㎞의 중립지대.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며 임진강 하구로부터 동해안까지 248㎞ 길이를 따라 이어지는 철책. 박종우는 때로는 날 선 시선으로, 때로는 애잔한 마음으로 철책과 초소들, 무장 군인들과 시설, 동물들과 자연 생태까지, 비무장지대의 여러 면면을 1년 여에 걸쳐 촬영했다.

 

6.25 전쟁의 결과로 만들어졌으나,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었기에 역설적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지대로 남은 DMZ. 풍경보다 더 아래, 지층에 묻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인지뢰들은 오늘의 DMZ가 감추고 있는 또 하나의 실재다.

 

2017년 이 DMZ 사진들이 독일의 사진집 전문출판사 <슈타이들(Steidl)>에서 책으로 펴내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임으로써 한국의 ‘DMZ’ 사진가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박종우는 2023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금 DMZ 전시를 열어 큰 호평을 받았다. 종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자 시각적 결과물이기도 한 DMZ를 중심으로, 6.25전쟁 그 이후 풍경을 되돌아본다.

 

 

오는 10월 7일(토)부터 10월 22일(일)까지 전주포토페스티벌 주최, 전주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주관으로 전주아트갤러리, 서학아트스페이스, 전주향교, 서학동사진미술관, 서학담쟁이갤러리, 서학동 스트릿갤러리, 전주현대미술관, 선재미술관. 에프갤러리에서 주제전 <BLACK TOUR _ 분단기행>이 열린다.

 

이 주제전에는 박종우(역설의 풍경 DMZ), 노순택(분단인 멀미), 장일암(희미한 네거티브), 박도(나를 울린 한국전쟁 한 장면), 이재각(하제, 바다와 기지 사이), 주용성(숨겨진 학살)이 참여한다. 기획전 말고도 특별전으로 성남훈 기획의 후지필름 프로젝트 <천 개의 카메라> 등도 함께 한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전주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전화(070-8133-536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