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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K-Culture의 출발점, 마을신앙은 사라져 가는가?

한국의 마을신앙(전라ㆍ제주권) 조사보고서 펴내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에서는 전라ㆍ제주 지역의 124개 마을신앙을 참여관찰로 기록한 《한국의 마을신앙(전라ㆍ제주권)》 조사보고서 3권을 펴냈다. 이 보고서는 1967년,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신인 한국민속관이 주축이 되어 전국 6천여 개의 마을 제당을 조사한 이래 50여 년 만에 이루어진 전국 단위 전수조사의 결과물이다. 2022년 펴낸 충청지역 마을신앙 보고서에 이어 전라ㆍ제주 지역의 마을신앙 현황을 담고 있어 전국적인 차원에서 민속자원의 전승 양상을 파악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60여 명의 민속학자가 기록한 전라ㆍ제주권의 생생한 민속 현장

마을신앙은 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전승된 공동체 신앙이다. 그러나 산업화ㆍ정보화를 거쳐 공동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전과 달리 많이 변화했다. 그리고 제의를 주관하던 집단이 고령화되면서 급격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규모가 축소되고 형식이 바뀌었어도 마을신앙은 여전히 마을에서 전해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전라ㆍ제주권 동제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영등굿과 잠수굿까지 살아있는 민속신앙의 현장을 담았다. 또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일제히 행해지는 마을신앙의 특성상, 모두 60여 명의 민속학자를 일제히 투입해 생생한 민속 현장의 자료를 수록했다.

 

전승현황표로 전라ㆍ제주권 마을신앙 전승 현황을 한눈에 파악

보고서에는 이번에 참여조사로 기록한 자료 말고도 전라북도 마을신앙 전수조사를 통해 얻은 현황표를 수록했다. 현황표에는 제의 명칭, 제의 시기, 제당 형태와 신격, 전승 여부 등을 기록해 지역적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변화하고 있는 마을신앙

전라권에서는 마을제사를 부르는 이름이 ‘당산제'로 보편화되고 있는 특징을 발견하였고, 주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제의를 하는 시간이 밤에서 낮으로 바뀐 경우가 많았다. 또 고령화와 주민 인구의 감소로 풍물패 구성이 어려워지자, 외부에서 풍물패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인구 감소는 제주의 경우 무속인이 아닌 전문 악사가 굿을 진행하게 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전남 곡성군 옥과면의 경우 귀촌자들이 참여하면서 공동체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마을신앙이 현대사회에서도 공동체를 통합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대사회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방향 모색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 발간한 《한국의 마을신앙(충청권)》과 올해 전라ㆍ제주권에 이어 향후 경상권, 강원권, 서울ㆍ경기ㆍ인천권을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다. 전통사회 공동체 문화의 핵심 요소였던 마을신앙을 조사함으로써 변화하고 있는 지역 민속의 현황을 파악하고, 현대사회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실마리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지금은 챗지피티(챗GPT)와 같은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시대지만 발품으로 기록한 이 조사는 민속박물관을 대표할 만한 조사 중 하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전국적으로 같은 때에 행한 마을신앙 조사에 68명의 민속학자가 동시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라며 조사에 참여한 민속학자들과 기록을 도와준 마을 관계자에게 감사함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