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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노은주 중견소리꾼 '한농선류 흥보가' 완창하다

선농아트홀, 세 번째 완창 무대 ‘박록주제 한농선류 흥보가’ <화양몽>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023년 계묘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는 2003년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지 20돌이 되는 해다. 그 20돌을 마무리하면서 어제 12월 28일 낮 3시 ‘선릉아트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면서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중견소리꾼 노은주 명창의 세 번째 완창 무대 ‘박록주제 한농선류 흥보가’ <화양몽>이 펼쳐졌다.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흥보가’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던 한농선 명창은 지정된 뒤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한농선 명창에게 흥보가를 이어받은 노은주 명창이 외롭게 ‘한농선류 흥보가’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완창으로 ‘한농선’ 명창을 새롭게 드러낸 것이다.

 

 

노은주 명창은 완창 발표회에 앞서 “한농선 선생님은 늘 곁에서 소리공부를 알려주실 줄 알았는데 자금은 제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물려주신 동편제 박록주제 흥보가는 꾸밈과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담백한 소리입니다. 미사여구가 없다보니 그만큼 소리의 깊은 묘미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리를 감히 흉내낼 수는 없어도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한다.

 

발표회는 김영 낭산역사문화연구소장의 사회로 문을 열었고,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조동준 상임이사의 축사로 이어졌다. 조동준 상임이사는 “한국판소리보존회에서 두 해를 나와 같이 근무한 노은주 명창은 현재 고령의 국가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을 이을 차세대 명창으로 분명한 믿음을 주는 소리꾼이다.”라고 축사를 했다.

 

 

 

2시간 30분 동안 열린 노은주 명창의 공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고법 이수자면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수석으로 있는 정준호 고수가 함께했다.

 

발표는 ‘놀부 심술에 흥보 쫓겨나다’ 대목으로 시작하여 ‘흥보가 환자 얻으러 질청을 들어가다’, ‘흥보, 매품팔러 병영가다’, ‘흥보, 놀부집 찾아가 매맞고 들어오다’, ‘대사, 흥보집터를 잡아주다’, ‘제비노정기’, ‘첫째박을 타다’, ‘둘째박을 타다’, ‘셋째박을 타다’, ‘놀부, 흥보 부자되었다는 말 듣고 건너감’으로 이어졌으며, 마지막으로 ‘제비 후리러 나감’으로 끝을 맺었다.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다
또랑을 건너뛰다 아차내가 잊었다
초장초장 아니다
방장천장 아니다
이놈이 거꾸로 붙이면서도 모르겄다
장화초 초장화
아이고 이것 무엇이냐 갑갑허여서 내가 못살것다 아이고 이것무었이냐”

 

노은주 명창은 ‘화초장’ 대목을 구성지게 부른다. 지금 사람들은 그 이름도 잊어버렸을 아름다운 ‘화초장’은 놀부에게서 초화장, 장초화, 화장초, 구들장, 고초장 같은 엉터리 이름으로 마구 불린다. 완창하는 내내 노은주 명창은 내공이 듬뿍 담긴 소리는 물론 걸쭉한 아니리로 청중들을 자지러지게 한다. 그 바람에 공연 내내 청중들의 추임새는 끊길 줄 모른다.

 

중간에는 노은주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고 있는 제자들인  이오규, 임우혁, 정덕균 씨가 단가 사철가를 구성지게 불러 공연을 더구 빛내주었다.

 

 

완창이란 소리꾼이 중간에 잠시 쉼을 가지는 것 말고는 홀로 전 바탕을 소리해야 하는 것으로 보통의 내공과 의지로는 불가능할 정도다. 노은주 명창은 공연 전에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조동준 상임이사가 “차세대 명창으로 분명한 믿음을 주는 소리꾼이다.”라고 한 말을 증명해 주었다.

 

노은주 소리꾼은 전남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수원대학교에서 음악학으로 박사수료, 수원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WISE대학원에 출강중이다. 한편 노은주 소리꾼은 한농선 명창은 물론 강도근, 성창순, 신영희 , 조상현 명창에게서 판소리를 배우는 등 40여 년 판소리 공부에 전념해 왔으며,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현재 서울시 송파구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과 (사)한국판소리보존회 본부 사무차장을 맡고 있다.

 

2023년 계묘년이 저물어 가는 때 선릉아트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노은주 명창의 내공이 담긴 걸쭉한 흥보가 완창으로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