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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제주굿의 대표 물질문화, 기메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제주굿에서 쓰이는 종이 무구(巫具)의 기능과 의미를 다룬 조사보고서《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조사자가 직접 제주도 무속의 현장에 참여하여 종이 무구의 기능과 제작과정은 물론 연행과 전승 양상까지 아울러 분석하고 기록한 책이다.

 

제주굿에서는 종이 무구를 많이 쓴다. 특히 종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접고 오려 굿판을 장식하고 신체로 모시기도 하는데, 제주 무속에서는 이를 ‘기메’라고 부른다. 창호지나 천, 백지 또는 색지로 만드는 기메는 굿판의 다채로운 꾸밈이자 신의 상징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무구다. 그러나 굿이 끝나면 불에 태워 없애버리는 특성상 이를 보존하거나 형태를 기록하여 남기기 어려웠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기메의 다양한 모양, 기능과 함께 실제 기메의 제작 사례와 물질문화로서의 가치까지 담고자 하였다.

 

 

□ 울긋불긋 굿판에 부는 신바람 – 제주 기메

 

신들린 무당이 구성진 입심과 몸짓으로 신명을 뿜어내며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제주 굿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가운데 하나는 굿판 여기저기 장식된 종이 무구, ‘기메’다. 영등굿과 같은 큰굿은 물론 마을에서 하는 작은 굿이나 집굿에서도 볼 수 있는 제주 기메는 굿의 장식과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의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은 기메는 신을 부르고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이자 신과 심방의 위력과 굿판의 기세를 전하고 구경꾼의 흥을 돋우는 장치이다.

 

심방의 손끝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흔들리는 기메는 신성이 부여된 제주굿의 가장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기메는 굿의 과정은 물론 모양과 쓰임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며 기능 역시 다르다.《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는 이처럼 제주 굿판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제주 기메의 이모저모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여 이해를 돕는다.

 

□ 기메선생 김영철 심방과 스무 가지 기메의 모습

 

제주 기메는 무구이기 때문에 심방이 직접 기메를 만들고 그 제작 방법을 전승한다. 특히 굿을 이끌어가는 수심방이 아니라 수심방을 도와 악기를 연주하고 굿을 보조하는 소미(小巫)가 주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남자 소미가 굿에 쓰일 기메를 도맡아 제작하는데, 기메를 특히 잘 만드는 소미를 ‘기메선생’이라고 높여 부르기도 한다.

 

 

이 보고서에는 살아있는 제주 으뜸 기메선생이라 할 수 있는 김영철 심방의 기메 제작방법 및 과정이 담겨있다. 김영철 심방은 4대조 할아버지부터 이어져 온 세습무가계 심방으로서 집안 안팎의 여러 심방으로부터 기메 제작법을 전수했다. 제주도에서는 지역별로 기메 제작법이 다르다. 제주 여러 심방들로부터 기메 제작법을 익혔기에 그는 지역별 기메 제작의 전통과 방식에 능통하다. 또한 그가 제작한 기메는 굿판에서는 물론 여러 차례 전시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제주 기메를 대표하는 20여 종의 기메의 제작 방법과 과정을 김영철 심방의 시연을 통해 구체적으로 담았다.

 

예술작품으로 기메를 바라보다

 

기메는 무구지만 종이로 만든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기메의 모양과 색상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장식으로서의 값어치 역시 지니고 있다. 꽃 모양 깃발, 갖가지 형태의 살장 등 당클(신을 모시는 자리) 앞의 기메는 굿판에 몰려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즘은 색지를 써서 굿판을 화려하게 꾸며 굿을 더욱 다채롭게 하거나 기메를 주제로 한 전시도 열리는데 이를 보면 기메를 종이공예로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게 한다. 《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는 이런 예술품으로서 기메의 의미에 초점을 맞춰 제주도에 전승되는 물질문화로서 기메의 문화, 예술사적 값어치를 조명하고자 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기메가 제주굿의 뿌리이자 바탕인 신화(본풀이)와의 접점을 제공할 수 있는 상징적 매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는 오랜 기간 제주 무속과 신화를 연구해 온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과 제주대에서 강의하며 제주굿의 현장을 직접 찾고 연구하는 강소전, 두 명의 민속학자가 1년여 동안 제주굿의 연행과 기메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관찰하여 얻은 결실이다. 그간 제주도에 전승되어 온 기메에 대한 연구가 없지 않았지만, 이 보고서는 단발적으로 제작되고 사용 즉시 소멸하는 기메의 다양한 형태와 전승 양상, 실제 제작 사례는 물론 미학적 측면에서 기메의 의미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으로 살펴 기록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제주 무속의 전통이 점차 사라져가는 지금 제주굿의 상징인 기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기록인 이 보고서가 제주굿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종이예술로 빛나는 제주굿의 세계》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서 공개하고 있으며 원문을 내려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