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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그동안 나를 지탱해주어 고마웠다고

김지연 사진전 <99명의 포옹> 3월 12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자신을 꼭 안아보세요”

누군가에게 이런 청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사진가 김지연에게 이런 청을 받은 99명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뜬금없어 하다가 서서히 스스로를 안아주었다. 한 번도 안아본 적 없는 자기 자신이었다. 어떤 사람은 어색한 나머지 차마 꼭 그러안지 못했지만,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나는 누구와 손목을 잡거나 포옹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주 누군가를 포옹하게 된다. 내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을 때 때론 몸으로 다가선다. 어느 날은 나 자신을 껴안아 보았다. 안쓰러움과 고마움과 서러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교차하면서 비로소 나를 이해하고 용서할 것 같았다. 그동안 나를 지탱해 주어서 고마웠다고.’

 

작가가 지인들에게, 또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안아보라’고 청한 이유다. 때는 느닷없이 맞닥뜨린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던 시기였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힘들고 지쳐 보였다.

 

2002년 <정미소> 개인전을 시작으로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원의 식사>, <남광주역>,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서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해 온 사진가 김지연이다. 또 불안과 우울, 잠재의식의 흔적 등 스스로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해 <놓다, 보다>를, 자신이 태어난 영산강가 탯자리 주변과 강물이 시작되는 근원지부터 서해바다에 이르는 길을 강을 따라 걸으며 강과 사람의 서사를 한데 묶어 <영산강>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상의 시간과 공간, 사물, 자기의 근원과 내면으로까지 향했던 그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이, 오랫동안 자신이 해 온 사진으로 사람들을 위무하고 싶었던 마음이, <99명의 포옹>을 낳은 것이다.

 

작가는 <99명의 포옹>을 인화지 대신 천에 담음으로써, 스스로를 감싸 안았을 때의 질감과 온도가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 방식을 택했다. 숫자가 99인 이유는, 스스로를 안아 줄 한자리를 ‘당신’에게 남겨둠이다.

 

전시는 3월 12일부터 2주간 류가헌 전시1관에서 이어지며, 16일 토요일 저녁 4시에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사진가이자 산문가 또 충실한 기록물관리사로서 그동안 해온 모든 사진 작업 시리즈를 책으로도 기록해왔듯이 《99명의 포옹》 역시 작은 책으로 묵었다. 전시장에서 사인본 책을 만날 수 있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