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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청 보라매’의 말밑과 유래

최기호의 “몽골어와 우리말 사이” 2

[한국문화신문 = 최기호 한국몽골학회 명예회장]  전라북도 남원에는등가타령이라는 민요가 있다. 남원산성에 올라가 바라보는 풍경과 새색시의 일화, 노총각 짝사랑으로 엮어진 가사인데 남원산성이라고도 부르는 민요이다.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떴다 봐라 저 종달새 / 석양은 늘어져 갈매기 울고 / 능수 버들가지 휘늘어진다. / 꾀꼬리는 짝을 지어 / 이 산으로 가면 꾀꼬리 수리루 

이 민요에는 많은 새 이름이 나오는데 둘째 행에 나오는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는 무슨 새이며, 그 유래는 무엇인가? 

수지니 날지니는 서로 짝을 이루는 말이다. ‘수지니는 한 살이 되지 아니한 매를 날지 못할 때에 잡아다가 길들인 매이다. 이에 반하여 날지니는 길들이지 아니한 야생 매를 말하는 것이다.  

19세기의 학자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 형식의 책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해동청(海東靑)’에 대하여 이렇게 기록하였다

황해도 해주목과 백령진에는 매가 매우 많이 나서 전국에서 제일이다. 이 매를 해동청이라고 하였다. 매가 그 해에 나서 길들여진 것을 보라매라 하는데, 보라라는 것은 사투리로 담홍이며 그 털빛이 얕음을 말한다. 매 중에서 가장 재주가 뛰어나며, 청색인 것을 해동청이라 한다.” 




   
▲ 세계인류무형유산에 오른 매사냥 1(문화재청 제공)

이 기록은 백기완 선생의 장산곶매 이야기황해도 장산곶매는 싸우러 나갈 때는 자기 둥지를 부수고 떠난다고 하는 용맹스러운 매이야기와 일치하고 있다.  

해동청은 수지니 가운데 깃털에 푸른빛이 나는 매이다. 1802(순조 2)에 편찬된 어휘집 물보(物譜)에는 해청(海靑)거문나치라 설명하였다. 보라매는 난 지 한 해가 안 된 새끼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에 쓰는 매인데 보라매는 앞가슴에 담홍색의 털이 난 매로서 길들여서 매사냥을 하는데 널리 쓰였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매사냥을 즐겼다. 삼국사기 김후직 조에 진평왕이 사냥하기를 즐겨 매나 개를 놓아 돼지, , 토끼를 잡으러 다녔다.”고 기록되었다. 일본서기에는 일본의 닌토쿠왕 때 백제 사람이 매사냥과 매 기르는 법을 가르쳤다고 기록하였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몽골에 매사냥이 매우 성행하였다고 자세히 기록하였다. 13세기 몽골제국시대에 몽골 유풍이 고려에 많이 전해졌으며 고려에도 몽골식 매사냥도 성행하게 되었다.  

몽골에서는 고려에 해동청과 같은 좋은 매가 산출되는 것을 알게 되어 고종 이후로 해동청을 조공으로 요구하였다. 조정에서는 그 조공용 매의 사육과 사냥을 관장하는 관청인 응방(鷹坊)까지 설치했다. 




   
▲ 세계인류무형유산에 오른 매사냥 2(문화재청 제공)

현재 몽골 나담 씨름대회에서 승자는 매 같은 춤을 덩실덩실 추며 중앙의 깃발을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며 승리의 기쁨을 나타낸다. 씨름대회에서 최종 우승자에게는 '아루스탄(사자)' 2위에게는 '(코끼리)', 3위에게는 나친(начин,)’이라는 영웅 칭호가 붙여진다. 

그러니까 나친은 매를 말하는데 우리민요에서 날지니는 몽골어 나친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세몽골어 나친(鴉鷹,način)은 조선시대의 몽골어 어학서 몽어유해(蒙語類解)에는 나친이로 나타난다. 또 조선시대 사역원(司譯院)에서 만든 중국어 어휘사전 역어유해25에서 보라매(秋鷹)’몽골어 보로(boro)’가 고려어에 차용되어 보라매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밖에 매이름으로 송골매, 수친, 쿽친, 갈지게, 튀곤 따위가 있다. 모두 몽골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궉진(白角鷹,kőgsin)은 만주어 겸 한어(漢語) 사전 한청문감13에는 슈진이로 나타난다. 몽골의 역사서 몽골비사에 할치게( qarciγai)몽어유해에 갈지게(黃鷹), 할챠개로 표기하고 있다. 1527(중종 22) 최세진(崔世珍)이 지은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튀곤(白黃膺)은 몽골어 튀곤(tuiγun)으로 송골매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인류가 오랜 옛날부터 즐기던 매사냥은 유네스코에서는 2010년에 한국을 비롯하여 몽골, 벨기에, 체코, 프랑스, 카타르, 스페인 등 동서양 11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하여 매사냥은 인류무형문화재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