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문학과 음악 분야에서 세계적 거장의 자리에 올랐던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지난 3월 3일과 28일, 각각 세상을 떠났다. 진보적 민주주의자로 탈원전, 반핵 운동 등 사회운동도 앞장섰으며, 대표적 친한파로서 한국에서도 양심적 지식인으로 존경받아왔던 두 사람의 별세 소식이라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이들의 대표작을 통해 거장들의 고뇌와 깊이를 다시 한 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문화정보실 자료 제공-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1935.1.31~2023.3.3 (향년 88세)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 만엔원년의 풋볼,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체인지링, 책이여 안녕 등 【작품 1】 《동시대 게임(同時代ゲーム)》 주인공 ‘나’는 멕시코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강사다. 멕시코 체재 중, 신관(神官)이었던 아버지의 직업인 ‘마을=국가=소우주’의 신화와 역사를 쓰는 일을 이어받기로 결심한다. ‘나’의 고향인 ‘마을=국가=소우주’는 도쿠가와 시절에 권력에서 도망쳐 탈번(脱藩)한 사람들이 시코쿠의 산속에 창건하였다. 메이지 유신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인천 무형문화재 회관에서 열린 젊은 소리꾼, 이경아의 <동초제 심청가> 완창(完唱) 공연이 4시간 40분 동안 진행되었다는 이야기, 이모(姨母) 조소녀 명창과 어머니(조영자 명창)에게 어려서부터 판소리와 민요를 배웠다는 이야기, 임방울 대회의 <대통령상>이 소리길 종착역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완창 발표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날(2023. 4월 15), 인천 무형문화재회관에서 열린 이경아의 완창 공연은 4시간 40분이 소요되는 <동초제 심청가> 한 바탕이었다. <동초제 심청가>란 무슨 말인가? 간단하게 말해, <동초제>는 판소리의 한 유파(流波)를 가리키는 말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를 지낸 김연수(1907~1974) 명창이 새롭게 짠 심청가라는 말이다. 김연수의 아호가 동초(東初)이기에 소리 세계에서는 이름 대신 아호를 넣어 동초제(制)라 부르는 것이다. 참고로 이 유파는 그의 제자, 오정숙(1935~2008) 명창이 이어받았으며, 1997년에는 동초제 보존회가 결성되어 전주를 중심으로 확산해 왔는데, 이일주, 조소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일곱째 입하(立夏)입니다. 입하는 '여름(夏)에 든다(入)'라는 뜻으로 푸르름이 온통 뫼(산)와 가람(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지요. 입하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릅니다. 이맘때는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 더 바빠지며, 세시풍습의 하나로 쑥버무리를 시절음식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입하에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를 봅니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끕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하지요.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는 한국의 어린이날이었다. 일본도 이날은 ‘어린이날(고도모노히 , 子供の日)’이다. 일본의 어린이날을 ‘탄고노셋쿠 (端午の節句 )’라고 하는데 원래 이날은 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비손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날은 형형색색의 모형 잉어를 띄우는데 이를 “고이노보리 (こいのぼり)”라고 한다. 예전에는 남자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긴 장대에 모형잉어를 매달아 놓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는 아파트 베란다에 모형잉어를 장식하기도 한다. 왜 모형 잉어인가? 중국 《후한서 (後漢書)》에 보면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 (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전해지는데 일본에서도 잉어는 입신출세와 건강의 상징으로 믿어왔다. 일본의 단오풍습은 에도시대 (江戶時代.1603-1868)에 무사집안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시 입신출세란 ‘덕천가강 (도쿠가와이에야스)’ 같은 씩씩한 장수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 무렵이면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등을 현관에 장식으로 걸어두고 아이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는 춘천(春川)지역에서 30여 년 이상, 전통 민요를 발굴하고, 보존ㆍ보급해 온 이유라 명창의 이야기를 하였다. 춘천의 민속 소리제(制)는 일부 경(京)토리가 가미된 메나리조 중심이며, 대표적인 민속가로는 <노동요> <상엿소리> <아리랑> 류를 꼽는다는 점, 1960년대에는 <춘천국악회>를 비롯해 <한국국악협회 강원지부> <강원국악연구원> 등이 설립되어, 강습활동이 전개되었으나 민요창은 강사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가 고 안비취 명창에 의해 이유라가 춘천과 인연을 맺고 활동을 전개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라 감독은 <춘천국악원>, <강원소리진흥회> 등을 설립, 강원도 소리의 발굴, 채록, 연구 등을 계속해 오면서 소리극에 관심을 갖고 이를 새롭게 무대에 올리며 국악의 확산운동을 펼쳐왔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 4월 15일, 인천 무형문화재 회관에서 있었던 젊은 판소리꾼 이경아의 <동초제 심청가> 완창(完唱) 공연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완창이란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자가 심청가나 춘향가와 같은 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여러분들의 깊은 신앙심에 힘입어 약사사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수리 작업을 해온 국보 동탑(国宝 東塔) 대수리를 끝내고 4월 21일부터 25일까지 낙경법요(落慶法要)를 엄수합니다. 동탑의 일반공개는 2023년 4월 28일부터 2024년 1월 15일까지입니다.” 이는 일본 천년고찰 나라(奈良)의 약사사(야쿠시지, 薬師寺) 누리집의 ‘알림문’이다. 낙경법요(落慶法要, 이하 낙경법회)란 ‘사원에서 건물의 신축이나 수리 등의 끝냄을 축하하는 법회’를 말한다. 약사사의 국보 동탑(国宝 東塔)은 현저한 손상으로 2009년에 전면 해체 공사에 들어가 각 분야의 장인들이 동원되어 12년 만에 수리를 마치고 2021년 2월 준공되었으나 코로나19로 지난 4월 21일에서야 낙경법회를 열게 되었다. 이번에 수리된 동탑의 1층에는 4개의 상(像)이 안치되어 있는데 모두 높이 약 3미터, 폭 4·7미터, 깊이 1·5미터의 크기로 그 모습은 어머니의 태내에 깃든 '입태'(북), 탄생을 뜻하는 '수생'(동), 왕자로 지내는 '수락'(남), 수행생활을 하는 '고행'(서)을 나타낸다. 이는 부처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의미하는 것이다. 일본 초기 불교의 중요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이유라 명창이 강원의 소리를 발굴하고 이를 채록, 연구해 왔다고 이야기하였다. 지역민들의 삶을 그려내기 위한 전통적 소리는 무엇보다도 노랫말이나 가락 구성이 강원도라고 하는 지역의 특징을 제대로 표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이유라 명창은 종래 창극단이나 소리극단에서 무대에 올려오던 창극(唱劇), 또는 소리극에 관심을 갖고 이를 ‘국악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0년에 선보인 <절기(絶技), 전계심>이라든가 <아, 김유정>과 같은 작품이다. 전자는 춘천 기생, 전계심의 삶을 민요와 판소리, 창작음악, 춤, 연기, 등으로 극화(劇化)한 공연물로 대단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의 또 따른 능력을 검증받기도 했다. 또한 <아, 김유정>은 춘천 출신의 작가, 김유정의 삶과 작품을 전통의 소리와 춤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유정은 춘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잃고 서울재동초등학교-휘문고등보통학교-연희전문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문맹 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한 엘리트였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약사불(藥師佛)’은 과거 아직 부처가 되지 않은 보살이었을 때 12가지의 소원을 세웠습니다. 아픈 자의 질병을 치유하고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하게 구원받기를 간절히 바랐고, 반드시 그 바람을 이루리라 맹세했습니다. 약사불은 오랜 시간 쌓은 공덕으로 부처가 되었고, 간절했던 서원(誓願)으로 인해 병든 자들을 구원하는 부처로 오랜 시간 신앙이 되었습니다. 금동불, 석불, 마애불(암벽에 새긴 불상), 목조불 등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꾸준히 조성되었으며, 그의 모습은 보물(옛 지정번호 보물 제2012호)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처럼 불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보물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는 약사불과 그의 두 협시보살을 그린 조선시대 불화입니다. 높이 60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적갈색 화면 위에 부처와 두 보살의 찬란한 모습이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금니(금박 가루를 아교풀에 갠 것)로 그려져 있습니다. 보상화(寶相華)와 연꽃무늬로 장식된 높은 수미단 위에 금니로 섬세히 그려진 연꽃이 활짝 피었고, 그 위로 약사불이 앉았습니다. 바탕재가 훼손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다리 위에 올린 왼손에는 약사불의 상징인 약합(藥盒)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버지가 번역한 일본어판 《백범일지》를 5년의 노력 끝에 펴낸 류리수 박사가 며칠 전 글을 보내왔다. 류리수 박사는 최근 일본 외상의 '조선인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뻔뻔스러움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예전에 한국문학지에 번역해서 소개했던 시 몇편과 해설이 실린 글을 필자에게 보내왔다. 글의 내용을 읽고 보니 필자 혼자 보기 아까워 5회의 연재로 싣는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빈다. (연재 글은 류리수 박사가 미츠다 이쿠오 교수의 글을 정리한 것임) - 기자의 말- " 1958년 2월 홋카이도 산속 땅굴에서 한 사람이 발견되었다. 미츠다 이쿠오(満田郁夫) 메이지가쿠인대학(明治学院大学) 교수는 땅굴에서 14년 동안 숨어 살다가 발견된 중국인에 대한 시를 《群》(통권14호 2003.10)에 발표했다. (《문학과 현실》(2010년 봄호)에 번역 소개됨) 미츠다 교수의 시는 다음과 같으며 내용이 조금 길다. 류리엔렌(劉連仁)이 죽었다 - 미츠다 이쿠오 산동성(山東省) 쯔아오포(草泊)촌의 1944년9월 어느 아침 마을 서쪽 변두리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갓 올린 잎새를 달고 별 바라보던 가지 끝에 곡우(穀雨) 나리시면..... 겨우내 할퀴던 바람이 첫사랑의 숨결처럼 달콤하고 별빛 부서지던 잎새, 촉촉한 입술을 반긴다. 곡우 발길 아래서 부정한 사람은 악귀를 몰아내고 볍씨를 담그는 농부의 손은 조심스럽다.” 홍순천 시인의 시 ‘곡우(穀雨)’ 일부입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여섯째로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지요 “곡우(穀雨)는 봄비(春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라고 하여 붙여진 말인데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농사철로 접어듭니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와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합니다. 시골에서는 못자리할 볍씨 담그기 따위로 바쁠 때인데 볍씨 담그기 전날은 부정 탈까 봐 부부가 잠자리도 하지 않습니다. 또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때인데 이때 사람들은 곡우물을 마십니다. 곡우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따위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인데 몸에 곡우물이 좋다고 해서 예전부터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