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강 따라서 조금 가니 차단기로 길을 막아놓았다. 나는 답사 날 며칠 전에 제4구간을 사전 답사한 적이 있다.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와서 길을 조사하였다. 지도상으로는 길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멀리서 보기에 차단기 건너 산 밑으로 길이 있어 보였다. 그때 마침 하일교 부근에서 산불감시원을 만났다. 그는 이곳 토박이였다. 그에게 물어보니 차단기를 넘어서 걸어가면 옛날 길이 나 있어서 다수대교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중간에 바위동굴이 나타나는데, 사람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차단기 앞에서 일행에게 설명한 뒤 내가 먼저 차단기를 넘어갔다. 모두 뒤따라왔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일행이 있어서 나는 무섭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인적이 없이 낯선 길은 낡은 시멘트 길이었다. 바위가 부서져 내린 곳도 있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작년에 무성했던 잡풀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시덤불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통행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다. 가는 중간에 괭이눈 군락지가 나타났다. 씨앗 모양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괭이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들꽃이다. 이 길을 계속 가면 다수대교까지 연결되는데, 하일교에서 다수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정자에서 바라보면 강 건너에 근사해 보이는 집들이 모여 있다. 이것은 ㈜선라이즈클럽밸리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펜션 단지이다. 이곳에는 18평형부터 45평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펜션이 있어서 여름에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라고 한다. 이 펜션 단지에 건너가기 위해서 무릉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강 따라 조금 더 걸어가니 길 왼편에 물고기 모양의 길 안내판이 나온다. 자세히 보니 쏘가리라고 쓰여 있다. 물고기 등지느러미가 뾰족한 것을 보니 쏘가리가 맞을 것 같다. 안내판에는 농원과 펜션들의 이름과 방향 그리고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안내판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뇌운리이다. 뇌운계곡은 뇌운리 앞으로 평창강이 흐르는 7km 구간을 말한다. 뇌운리는 《조선지지》에 ‘雷雲里’라고 하였다. 마을 가운데에 용산(龍山)이라는 작은 산이 있는데, 용처럼 생겼다. 조선 세조 때 새로 임명된 강릉부사가 부임하다가 문재(필자 주: 횡성군 안흥면에서 방림면 운교리로 넘어가는 높은 재. 지금은 문재터널이 있다.)에 이를 무렵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사 일행은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요즘 자동차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나무를 베어내고 묘목을 심은 넒은 구간을 쉽게 볼 수 있다. 묘목의 크기는 10~20cm에 불과하여서 나무를 베어낸 구간은 멀리서 보면 거의 민둥산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인데, 숲의 나무를 왜 베는가? 2021년 1월 21일 산림청은 정부대전청사에서 ‘2050년 탄소 중립 30억 그루 나무 심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 목표인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어내고 30억 그루의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므로 나무를 심는 일은 화석연료(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무를 많이 심겠다는 목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산림청의 정책을 반대했다. 왜 그랬을까? 나무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빈 땅에 나무를 심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나무를 심을 만한 놀고 있는 땅이 많지는 않다. 빈 땅이 없으므로 산림청에서는 기존의 숲에서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심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4월 8일 (목) 오후 2시~6시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최돈형 모두 7명 <답사기 작성 날자> 2021년 4월 17일 (토) 오늘 걸을 평창강 제4구간은 방림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평창읍 임하리 임하교회에 이르는 11km 거리다. 지난 4월 5일 식목일 새벽에 서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어제 봄비가 내려 만발했던 벚꽃이 다 졌다고. 그는 길바닥에 무수히 떨어져 있는 하얀 벚꽃 조각들을 사진까지 찍어서 보냈다. 벚꽃의 잔해 사진을 보는 순간, “여기 평창에는 아직 벚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꽃을 다시 보려면 평창으로 오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생각을 실마리로 하여 서투르지만 시를 써 보았다. <꽃을 다시 보려거든> 서울 사는 친구에게서 오늘 아침 카톡이 왔는데 어제 봄비가 내려서 활짝 핀 벚꽃이 다 져버렸다고 꽃이 피기는 어려워도 지기는 쉽다고 아쉬워한다. 가는 세월 막을 수 없고 떨어진 꽃 되살릴 수 없어라. 그러나, 친구여 방법이 있소. 꽃을 다시 보려거든 봄을 다시 보려거든 Ha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는 이제 소란한 31번 국도를 외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둑길을 걷고 있다. 둑길 양쪽으로 벚나무를 심어놓았다. 수령이 꽤 되어 보인다. 하얀 벚꽃이 피면 이 길은 하얀 터널이 될 것이다. 둑길 아래로는 풀밭과 자갈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자갈밭 너머에는 평창강이 소리 없이 흐른다. 강물이 소리 없이 흐른다. 아래쪽을 보니 보가 있었다. 벚나무가 양쪽으로 서 있는 이 구간은 매우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산책길 이름을 붙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다. 깊은 강물 너머로는 가파른 바위산이 보인다. 산이 가팔라서 산 아래 소는 깊을 것이다. (나중에 방림2리 이장님과 전화 통화하여 소의 이름을 알아보니 맨앞소라고 한다.) 벚나무길은 상방림교에서 끝난다. 이 구간의 길이를 카카오맵을 이용하여 재보니 1.5km다. 아름다운 이 구간을 ‘맨앞소벚나무길’이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 평창강에도 봄이 오기는 오는가 보다. 강가에 버들강아지가 예쁘게 피어났다. 우리는 맨앞소벚나무길 중간에서 잠깐 쉬었다. 그런데 일행은 개성들이 모두 강해서 그런지 각자 좋아하는 음료수가 달랐다. 은곡은 걸망에서 막걸리를 꺼내었다. 나와 시인마뇽은 믹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영국의 식품회사인 워커스사는 2007년에 감자칩 한 봉지를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75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봉지에 표기하였다. 영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상품을 우선 구입하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사서 지구환경보호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다른 회사들도 제품에 탄소발자국 표시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탄소발자국이라는 용어 대신 ‘탄소성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2009년 2월부터 환경부 고시 <탄소성적표지 인증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두고 탄소성적표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및 수송, 유통, 사용, 폐기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품에 표기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장 주도로 저탄소 소비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 탄소성적표지제도는 법적으로 강제하는 인증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임의적인 인증제도이다. 이 제도는 1단계 탄소배출량 인증, 2단계 저탄소제품 인증, 3단계 탄소중립제품 인증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차를 두고 시행되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날교를 건너지 않고 계속해서 둑길로 직진했다. 벚나무는 둑의 왼쪽에 줄지어 심어있다. 평창강은 조금 흐르다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강둑의 오른쪽에는 집들이 이어져 있는데, 특히 마지막 집은 매우 특이했다. 돌로 식탁과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물레방아도 보이고 커다랗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정원수에는 까만 비닐 같은 것이 걸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비닐이 아니고 크리스마스 때에 장식하는 작은 전구를 연결한 줄들이 걸려 있었다. 밤에 전구를 켜면 멋있겠다. 은곡이 앞장서서 들어가 주인장과 수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우리더러 들어오란다. 시계를 보니 3시 10분. 걷기 시작한 지 90분 정도 지났으니 여기서 쉬어도 좋겠다. 주인장은 이곳 출신으로서 서울 광화문에서 세척제 사업을 한다고 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만 와서 지내는 별장 같은 집이다. 텃세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물어보니, 이 마을 이장도 초등학교 동창이고 친척도 여기 살고... 전혀 문제가 될 리가 없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내가 가져온 군고구마를 나누어 먹었다. 은곡은 걸망에서 막걸리를 한 병 꺼내어 먹는다. 그는 막걸리를 매우 좋아한다. 주인장은 우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3월 25일 (목) 오후 1:50 ~ 5:50 <참가자> 이상훈, 이규석, 우명길, 원영환, 최돈형 <답사기 작성 날자> 2021년 3월 31일 (수) 오늘 걸을 평창강 제3구간은 대화면 상안미리에 있는 금당계곡 비석에서 출발하여 방림면사무소에 이르는 10.3킬로미터 거리이다. 이틀 전에 나는 대학교 동창인 최돈형(호가 가양-可洋이므로 이하 그렇게 호칭함)으로부터 제3구간을 같이 걷고 싶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가양은 한국교원대 환경교육과 교수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한 뒤 서울에서 살고 있다. 석주는 어제 서울에서 내려와서 봉평 우리 집에서 잤다. 석주와 나는 각시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은 뒤에 낮 11시 30분에 평창역으로 가양을 마중 나갔다. 가양은 슬기말틀(스마트폰)에 연결할 수 있는 셀카봉을 가져왔다. 시인마뇽은 군포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장평터미날에 12시 10분에 도착했다. 우리는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2구간 종점이자 3구간 출발점인 금당계곡 비석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은곡은 방림면에 있는 집에서 낡은 트럭을 운전하여 출발점으로 왔다. 오늘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이산화탄소(CO2)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잘못해서 만들어내는 오염물질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그리고 인류가 문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오염물질이다. 이산화탄소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휘발유를 소비할 때, 밥을 먹기 위하여 쌀을 재배할 때, 고등어를 요리할 때 등등 인간의 모든 활동에서 발생하므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적게 하는 것이지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재는 하나의 척도로서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다. 탄소발자국은 캐나다의 웨커네이겔(M. Wakernagel)과 리스(W. Rees)가 1996년에 쓴 책 《Our Ecological Footprint》에서 제안되었는데, 근래에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기후위기가 가장 심각한 지구환경문제로 인식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탄소발자국은 우리가 모래밭을 걸어가면 발자국이 남듯이 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봉황정에 앉아 고구마를 먹으면서 시인마뇽이 한마디 했다. “어떤 신부님이 말하기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맞는 말이다. 멀리서 가는 길을 혼자 간다는 것은 매우 외롭고 지루할 것이다. 멀리 가려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인원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둘이나 넷보다는 세 명이 가장 적당한 인원수다. 산행도 마찬가지이지만 단체로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여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선택해야 하는데, 다수결로 결정해야 할 때가 생긴다. 이때 짝수로 의견이 갈리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홀수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오늘은 4명이 걷지만, 다행하게도 다수결이 필요한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간식을 먹고서 봉황교를 건너 지방도로로 다시 돌아오자 봉화마을을 가리키는 커다란 봉황새 모양의 간판이 눈에 띈다. 봉황새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길 동쪽에는 잘 지은 2층 건물인 ‘개수2리 다목적체험관’이 자리 잡고 있다. 체험관 뒤쪽으로 ‘개수리 보건소’가 보인다. 돌로 만든 봉황대 표시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