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세종실록 5년(1423) 2월 10일 기록을 보면 당시 요리와 관련된 사옹원에 소속된 실제 노비는 250여 명이 넘었습니다. 또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보면 사옹원에서 궁에서 요리 관련 일을 하는 노비의 숫자는 400여 명이었지만 잔치가 있게 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났으며, 요즈음으로 치면 주방장이었을 숙수(熟手)가 있고 각 영역의 전문가들인 각색장(各色掌)이 있었지요. 이 기록에는 그 각색장의 이름들이 나오는데 고기 요리를 담당한 별사옹(別司饔), 찜 요리 전문가 탕수증색(湯水蒸色), 채소요리 전문가 채증색(菜蒸色), 굽는 요리 전문가 적색(炙色), 밥 짓는 반공(飯工), 술을 담그는 주색(酒色)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재미난 것은 물 긷는 수공(水工), 물 끓이는 탕수탁반(湯水托飯), 쌀을 고르는 미모(米母), 상차림 전문가 상배색(床排色), 상에 음식을 높이 괴는 앙련(仰聯), 음식을 보관하는 장자색(藏子色)도 있지요. 여기서 우리는 수라간에서 요리하는 일이 얼마나 분업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각 수라간에 배치된 미모(米母)와 떡 전문가 병모(餠母)를 빼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부산박물관은 5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59일 동안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3년도 특별기획전 「조선의 외교관, 역관」을 열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역관(譯官)을 중국과의 사대(事大), 왜ㆍ몽골ㆍ여진과의 교린(交隣) 등 외교에서 주로 통역의 임무를 맡았던 관직이라고 풀이하면서 역어지인(譯語之人)ㆍ역어인(譯語人)ㆍ역인(譯人)ㆍ역학인(譯學人)ㆍ역자(譯者)ㆍ설인(舌人)ㆍ설자(舌者)ㆍ상서(象胥)로도 불리었다고 기술했다. 그렇다면 역관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종요로운 일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박물관들은 여기에 눈길을 주지 않아 역관만을 다루는 전시회를 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부산박물관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특별기획전 「조선의 외교관, 역관」을 기획했고, 조선 사신단의 행차 속에서 역관의 외교적 역할과 그들의 활동이 조선 사회에 미친 다양한 이야기들을 150여 점의 유물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부산의 역사성 그리고 정체성과 연결되는 왜관 이야기, 동래(부산) 현지의 역관인 소통사(小通事)의 활약 등 관련 자료도 한자리에 모았다. 역관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은 간다 - 손로원 작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위 노래는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뱍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은 1953년에 쓰인 것인데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계간 《시인세계》 2004년 봄호) 1위에 꼽혔다. 또 여전히 이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좋아하고 있으며, 이미자, 배호, 조용필, 나훈아, 최헌, 김정호, 심수봉, 김도향, 이동원, 장사익, 한영애 등 유명 가수들이 이 노래를 자신만의 창법으로 다시 불렀을 정도로. 이 노래는 '치명적 매력'이 담겨 있다. 가사에서는 성황당 길에 옷고름 씹어가며 꽃이 피면 같이 웃었다고 노래한다. 지금이야 없는 서낭당이라고도 하는 성황당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셔 놓은 신당을 말함이다. 예전 마을마다 있던 성황당 길에 한복의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옷고름을 씹어가며 임과 다시 만나자며 맹세하던 그 봄날은 지금 가고 있다. 그 임은 다시 올지, 말지 모른다. 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해 12월 9일부터 올 1월 21일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MBC 금토드라마로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이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7년 전 세자빈을 잃고 금혼령을 내린 임금 앞에 죽은 세자빈으로 빙의할 수 있다는 혼인 사기꾼이 나타나 벌이는 궁궐 사기극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왕비나 세자빈을 들이려 할 때 ‘간택령’을 내렸고 이와 함께 ‘금혼령’을 함께 내렸지요. ‘금혼령’은 나라에서는 신중하게 국모감을 고르려고 내리려는 것이겠지만, 백성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왕비나 세자빈을 고를 때의 금혼령만 있는 줄 알지만 《순조실록》 순조 23년(1823년) 5월 10일 기록에 보면 "명온 공주(明溫公主)의 부마(駙馬)를 이제 간택하여야 하겠으니, 15살에서 12살까지는 금혼(禁婚)하고, 제외 대상자 이외는 단자를 받아들이도록 하라." 하여 공주의 배필을 구하기 위한 남성 금혼령도 있었습니다. 더 기가 막힐 일이 고려시대에 보입니다. 원나라 간섭기에 원나라는 고려에게 공녀를 보내라고 요구합니다. 충렬왕은 고려 여성들을 공녀로 보내기 위해 금혼령을 내렸습니다. 13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최근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새 제품 ‘스트레스케어 쉼(이하 쉼)’이 출시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1초에 1병 이상 팔린 셈으로, 이는 2019년 선보인 ‘장케어 프로젝트 엠프로(MPRO)3’보다 빠른 기록이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제품의 이름을 토박이말 <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요즘 새로 출시되는 상품을 보면 이름을 거의 영어로 짓고 있는데 그것은 영어로 이름을 지어야만 제대로 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풍조인 듯하다. 그런데도 그에 역주행하듯 토박이말로 이름을 지은 것은 칭찬해야만 할 텐데 뜻밖에도 그 상품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 한국 전자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보면 한쪽은 상호를 토박이말은 아니지만 우리말을 고수하고 있고, 한쪽은 영문자를 쓰고 있다. 그런 양상을 보더라도 마케팅에 우리말을 쓰는 것이 해가 되는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hy가 <쉼>이란 이름을 상표에 붙인 것은 큰 결단으로 칭찬해 마지않으며, 그 결단이 성공으로 이끈 요소 가운데 하나인 듯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영등포공원에서는 이번 어린이날을 기려 잔치가 열렸다. 그런데 이날 잔치마당에는 영어가 신나는 한판이었다. 먼저 행사를 하는 무대에는 "뻔뻔뻔(fun fun fun)한 어린이 축제"라 하여 영어 'fun'을 뻔뻔하게 내놓고는 무대 아래 펼침막에는 "잘놀go! 잘웃go! 잘크go"라고 하여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법 규정을 어겼다. 어린이 잔치부터 영어가 신나는 한판을 만드는 공무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일곱째 입하(立夏)입니다. 입하는 '여름(夏)에 든다(入)'라는 뜻으로 푸르름이 온통 뫼(산)와 가람(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지요. 입하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릅니다. 이맘때는 곡우에 마련한 못자리도 자리를 잡아 농사일이 좀 더 바빠지며, 세시풍습의 하나로 쑥버무리를 시절음식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입하에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를 봅니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끕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고도 하지요.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비 꽃비 - 문현수 아침에 잠시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봄비가 무거운지 꽃잎들이 바닥에 내려와 봄비와 어울려 나부끼니 봄비가 온 것인지 꽃비가 온 것인지 거리에는 아름다운 연분홍 꽃잎들이 길을 수놓고 꽃잎 하나라도 덜 밟으려고 이리저리 피하지만 그래도 내 발 밑에 숨는구나 어제, 오늘 비가 줄기차게 온다. 일부 지방은 장대비가 내린다고 하고 남해에는 260.5mm나 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올 때 기상청은 ’호우주의보‘라는 말을 쓰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호우(豪雨)”를 찾아보면 《순종부록》 1925년 7월 20일 기록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올 뿐이다. 그런데 이 《순종부록》은 일본인들의 간여하거나 쓴 것이기 때문에 크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자 “豪(호)”는 호걸이란 긍정적인 뜻이 있지만, 큰비가 사람들에게 호인이나 귀인같이 좋은 손님일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조선왕조실록》 통틀어 《순종부록》에 단 한 번 나오는 이 “호우(豪雨)”는 분명히 우리가 쓰던 우리말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대신 “대우(大雨)”를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보면 무려 960번이나 등장한다. 따라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선조실록》 선조 25년(1592년) 5월 3일 치 기록에 보면 “경성이 함락되자 도검찰사 이양원 등이 도망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뒷부분에 보면 “이때 궁궐은 모두 불탔으므로 왜적 대장 평수가(平秀家)는 무리를 이끌고 종묘(宗廟)로 들어갔는데 밤마다 신병(神兵)이 나타나 공격하는 바람에 적들은 놀라서 서로 칼로 치다가 시력을 잃은 자가 많았고 죽은 자도 많았었다. 그래서 평수가는 할 수 없이 남별궁(南別宮, 소공동에 있던 태종의 딸 경정공주가 살던 궁)으로 옮겼다.”란 기록이 보입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과 왕비, 그리고 추존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사당으로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주례(周禮)》와 《예기(禮記)》에 보면 ‘우사직 좌종묘(右社稷左宗廟)’라 하고, <제의(祭儀)>에는 ‘좌묘우사(左廟右社)’라 하여, 임금이 도성을 건설할 때 궁궐 왼쪽엔 종묘를, 오른쪽엔 사직단을 세워야 했습니다. 따라서 종묘는 사직과 함께 나라의 뿌리였습니다. 그래서 종묘에서 지내는 ‘종묘대제(宗廟大祭)’는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포함된 의례로, 임금이 직접 거행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종요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지난 4월 27일 <절창Ⅰ>을 보고 <김준수ㆍ유태평양의 찰떡 호흡, 객석이 자지러지다>를 올린 바 있다. 이어서 어제 5월 2일 저녁 7시 30분엔 역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절창Ⅱ> 소리꾼 민은경ㆍ이소연의 공연이 열렸다. 역시 <절창Ⅰ>를 보고 소문이 난 덕분인지 아니면 민은경ㆍ이소연 소리꾼의 인기 덕인지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황이었다. 지난 공연 <절창Ⅰ>은 김준수ㆍ유태평양 소리꾼이 같은 ‘수궁가’를 차진 호흡으로 서로 넘나들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는데 이번엔 민은경ㆍ이소연 소리꾼이 각자의 주 전공인 ‘춘향가’와 ‘적벽가’를 중심으로 서로의 소리를 넘나들며 연극적 재담의 묘미를 살린 입체창과 역할극을 선보인다고 해서 역시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적벽가’와 ’춘향가‘를 두 소리꾼은 어떻게 엮을 것인가? 그동안 ‘적벽가’ 하면 영웅 이야기에 중심을 둔 소리로만 우리가 알아 왔지만, 이번 소리는 원전 소설과 달리 군사들의 고통을 노래한다는 점에 주목, 전쟁의 참혹함을 들여다본다. 특히 우리 겨레에겐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