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오표는 허리를 굽혔다. 영상마저도 군왕 선조를 버리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오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다. 그럼 영상이 이순신과 손을 잡았단 말입니까? 방안 구석의 내부로부터 싸늘한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오표, 너무 입이 가볍구나. 순간 오표는 자신이 흥분했음을 상기하며 몸을 도사렸다. 황송하옵니다.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목청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김충선을 너에게 제거하라는 밀명이 내려졌단 말이냐? 어명이옵니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였다. 쯧쯧, 여전히 하성군은 바보로구먼. 하성군(河城君)이란 왕위에 오르기 전에 불렸던 선조의 호칭이었다. 여인은 당돌했다. 일국의 왕에 대하여 이렇게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오표는 그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급히 달려왔습니다. 오표는 주렴의 옥구슬 속에 숨겨져 있는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난 수년간 조선에서 경험하고 수집했던 모든 일에는 오표 자신도 관여했던 일이었다. 특히 항왜 장수 김충선에 대해서는 그들은 예민했다. 오표는 그 숨어있는 주인이 김충선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감정을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왕위에 오르기
[그린경제=유광남 작가]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어찌 이순신을 상감마마와 비교할 수 있겠나이까. 신은 한때 발칙한 죄를 저지른 이순신을 거듭 경계해야 함을 주청 드리는 것이옵니다. 그러한 자가 다시 신분을 되찾게 된다면 지난 과오를 다시 범할 염려가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순신은 후환이 된다는 것이구나. 바로 그러합니다. 선조의 눈빛이 변하였다. 넌 김충선을 자세히 모르지? 소문을 들어 약간 알고 있나이다. 솔직히 말하라. 강두명이 머리를 조아렸다. 모르옵니다. 짐작하기에 무서운 놈이다. 조국 일본을 배신한 독종이로다. 총기를 다루는 기술과 무장으로의 배짱도 두둑하다. 넌 그 놈이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을 찾아내라. 약점을 파고들란 이야기다. 이순신을 우선 대신해야겠다. 강두명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이순신을 대신하라는 것은? 선조는 거침이 없었다. 김충선을 제거해야겠다. 강두명은 침을 꼴까닥 삼켰다. 아......전하. 선조의 야비한 시선은 혼란에 휘감긴 강두명의 전신에 머물렀다. 아주 미약한 신음처럼 선조의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다시 이순신을 도모하라. 이순신에 대하여 선조는 지극히 집요하였다. 광해군을 견제하기 위해서 선조는 우선 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