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수중 선배님이 《물고기 귀로 듣다》 시집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번에도 말학(末學) 후배인 저에게까지 시집을 보내주시니 늘 죄송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번 시집은 8월 15일에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광복절에 세상의 빛을 받았으니 더욱 의미가 있네요. 그동안 선배님 시를 보면 인간의 개성은 말살되고 규격화되고 소외되는 현대사회에 대해 일침(一針)을 놓는 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바로 전의 시집은 시집 제목 자체를 아예 《규격론》이라 하여 이러한 비판의식을 더욱 앞세웠지요. 이번 시집에도 ‘규격론2’를 실어 그런 비판의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주인에 끌려 양재천을 산책합니다 걸으면서 절대 다른 개에 한눈팔 수 없어요 나는 일찌감치 중성수술을 받았어요 씨를 함부로 뿌려 족보의 희소가치를 망치면 안 되니까요 수술대 위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어요 내 귀한 후손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만 나는 웬일인지 눈물을 많이 흘려요 눈물 자국으로 눈 주위 얼굴 주변 털이 뭉쳐버리자 주인의 뜻대로 미안용(美顔用)으로 눈물샘까지 제거당했어요 나는 웃프게 웃프게도 더 이상 울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요 시 ‘규격론2’의 뒷 부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항상 경영자들이 경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기! 기업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고, 국가에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등 위기관리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평소 위기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실기(失期)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선에도 이런 위기관리 비법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군주의 역량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은 끊임없는 기록과 관리를 통해 위기에 대비했다. 비록 시간이 흐르며 대응체계가 형편없이 무너져 종국에는 나라를 잃었지만, 조선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주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많다. 이 책, 《조선의 위기대응노트》는 마치 기출문제를 풀 듯, 그러한 위기대응 사례를 한 건 한 건 살펴보며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좋은 통찰력을 얻는 책이다. 역사와 경영의 만남, 꼭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이 과제를 지은이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훌륭히 해내고 있다. 책은 모두 20개 사례로 구성했다. 위기라고 해서 꼭 전쟁이나 재난 같은 급박한 상황만 다루지 않고, 사전의 정의처럼 ‘안정을 흔드는 급격한 변화, 또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순간’까지 모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제가 어제 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오랫동안 묵혀두고 있다가, 잠실나루역 앞 ‘서울책보고’에서 드디어 살 수 있었던 책 《잠수복과 나비》에 대해서 말씀드렸었지요? 그때 같이 산 책에 《반쪽의 고향》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오랫동안 목록 속에 잠자고 있다가 ‘서울책보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 책은 1996년 7월 30일 나왔으니, 26년 만에 돌고 돌아 저에게까지 왔네요. 이 책의 저자 이상금은 일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15살에 해방을 맞으면서 고국으로 오신 분입니다. 저자는 이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오랜 세월 재직하다가 1993년에 일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반쪽의 고향》이란 제목으로 내셨습니다. 제목이 왜 《반쪽의 고향》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일본어로 일본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서문을 보니 저자는 일본 청소년의 21%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면서, 저자 가족의 생활사를 통해서 일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구체적인 역사를 그들에게 읽히고 싶었답니다. 이야기 자체가 일본에서의 성장사(成長史)이고, 저자 또한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태극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국기, 태극기도 한때는 용기의 상징이었다. 태극기를 높이 들어 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태극기는 곧 독립운동이요, 독립운동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과감히 태극기를 들었던 여성들이 있다. 자칫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면서, 민족과 조국을 위해 용기를 냈던 이들이 있다. 이 책 《태극기를 든 소녀 1》은 그 여섯 명의 지극한 용기에 바치는 헌사다. 의병가를 지어 의병의 사기를 드높인 의병대장 윤희순. 이화학당 교사이자 목숨을 걸고 고종의 비밀문서를 파리로 가져간 김란사. 기모노 속에 2.8 독립선언서를 숨겨 들여온 김마리아, 3.1운동의 불씨를 고향에서 이어간 유관순. 독립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려 손가락을 자른 남자현. 전투기를 몰고 조선총독부를 폭격하려 했던 권기옥. 이 책은 이 여섯 명의 의로운 여성들을 차례차례 되살려낸다. 이야기를 읽어주는 듯 친근한 어투로 그들이 겪었을 고뇌와 삶의 고통을 풀어내, 어른도 그 아픔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폭력과 탄압이 난무하던 시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장 도미니크 보비(1952~1997)가 쓴 《잠수복과 나비》를 읽었습니다. 참, 이 책에 대해 말하기 전에 제가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된 지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저는 책을 읽다가 나오는 참고문헌이나 언론에 나오는 서평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적어둡니다.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도 이렇게 목록에 적어두고요. 《잠수복과 나비》도 이 가운데 어떤 경로로 제 살 책 목록 속에 들어간 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오랫동안 제 목록 속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절판된 책이라 당최 살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잠실나루역 앞 ‘서울책보고’에서 드디어 이 책을 살 수 있었습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헌책방으로, 여기에는 많은 헌책방이 서가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때도 아산병원에 문상가다가 들러 검색대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검색하는데, 어? 검색 결과 창에서 《잠수복과 나비》가 반짝반짝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검색 결과가 알려주는 서가로 달려가, 드디어 2008년도에 나온 《잠수복과 나비》를 제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잠수복과 나비》를 쓴 장 도미니크 보비는 세계적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낙타? 웬 낙타?’ 우리 역사에 낙타라니? 낙타가 등장할 만한 일이 무에 있을까 조금 의아할 수 있지만, 맞다. 있었다. 낙타는 생각보다 우리 역사에 꽤 여러 번 등장한다. 대부분 신기하게, 그리고 조금은 슬프게 빼꼼히 얼굴을 내밀곤 했다. 이 책, 《신기하고 조금은 슬픈 역사 속 낙타 이야기》는 ‘낙타’라는 생경한 동물을 소재로 우리 역사를 바라본 책이다. 어린이책이지만 소재가 워낙 재미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낙타 특집’이다. 우리 역사에 처음 낙타가 ‘문제적 동물’로 떠오른 건 고려 태조 왕건 때였다. 발해를 멸망시킨 요나라가 고려에 친선의 뜻으로 사신 삼십 명과 낙타 쉰 마리를 보냈는데, 거란(요나라)이 옛 고구려를 이은 발해를 멸망시킨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왕건은 낙타를 모두 굶겨 죽였다. (p.24-25) 10월에 거란에서 사신을 통해 낙타 쉰 마리를 보냈다. 왕이 말했다. “거란이 예전부터 발해와 화목하게 지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을 내어 옛날의 약속을 버리고 하루아침에 멸망시켰다. 잘못이 심하니 이웃으로 삼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신 삼십 명을 섬으로 귀양 보내고, 낙타는 만부교 밑에 매어 놓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Soul in Seoul》 제목부터 절묘한 운율을 선보이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서울의 멋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한국학자로 이름난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가 국문을 쓰고, 고려대 국제학부 김은기 교수가 영문 감수를 맡아 멋이 흠뻑 담긴 서울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최준식 교수는 머리말에서 여기서 다룬 내용은 아마 한국인도 잘 모르는 내용이 많을 거라며, 너무 일상적으로 접해서 굳이 의문을 던져보지 않았던 우리 건축문화나 음식문화를 다시금 톺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외국인들이 읽어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게 우리문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다. 책에서 다루는 공간은 크게 경복궁, 북촌, 인사동이다. 지은이는 마치 한 무리의 여행객을 이끄는 듯 친근하게 독자를 인도한다. 경복궁 앞마당에서 풍수론을 듣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또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p.20-21) 너무 밖에서 시간을 많이 쓴 느낌이다. 아직 궁 안에는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했다. 갈 길이 머니 어서 들어가자. 표를 받는 곳은 경복궁의 두 번째 문인 흥례문이다. 이 문이 있는 자리는 원래 일제가 식민지 정부청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5번째 사진에세이집 《아이들은 놀라워라》를 냈습니다. 박 시인은 지난 20여 년 동안 팔레스타인,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남미 안데스, 쿠르드족 지역 등 분쟁지역이나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역을 다니면서 평화를 전파하며 그들의 삶을 사진에 담아왔지요. 주로 흑백 아날로그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그동안 이렇게 담아온 사진을 지역별 또는 주제별로 나누어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었고 사진에세이집도 낸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지역의 아이들을 담은 사진에세이집을 냈네요. 물론 사진에세이집 뿐만 아니라, 라 카페 갤러리(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8)에서 같은 제목으로 사진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나눔문화> 임소희 이사장은 감사하게도 저에게까지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박노해 시인이 지난 20여 년간 만나온 세계 아이들의 강인하고 눈물겨운 모습이 담겼습니다.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지구마을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기록해온 시인의 이야기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은 희망이어라. 아이들은 어둠 속 빛이어라.” 인류의 희망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못난 역사도 역사다. 우리 역사에는 영광에 가득 찬, 빛나는 업적을 세운, 후세에 자랑스럽게 전할 만한 역사만 있는 건 아니다. 못난 모습도 많았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 적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서로 분열하며 탁상공론만 거듭하던 모습, 그리고 마침내 적에게 굴욕스러운 항복을 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장면을 합친 역사가 병자호란이다. 1636년 병자년, 12월 겨울부터 약 두 달 동안 이어진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60만 백성이 포로로 끌려가고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본래 강화도로 피신하려던 인조는 적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가오자 급히 남한산성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은 이때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공조참의 나만갑(羅萬甲)이 남한산성에서 쓴 《병자록(丙子錄)》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일종의 전쟁일기인 《병자록》에는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 백성들의 공포,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의 불안, 남한산성 안팎의 긴박했던 순간, 전쟁이 끝난 뒤의 상황까지 병자호란의 처음과 끝이 소상히 담겨있다. 비극은 그해 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병자년 늦은 봄, 청나라의 두 장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수학적 사고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더없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구현할 수 있겠다” 이는 이규봉 교수의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경문사, 2022)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느낀 글쓴이의 생각이다. 한 달 전쯤 저자인 이규봉 교수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그는 “살아온 날을 정리해 볼 겸 정년퇴임을 앞두고(2023년 2월) 쓴 책이니 천천히 읽어보라”라고 덧붙였다. 책을 사거나 받은 경우, 성미 급한 나는 어지간히 바쁜 일이 아니면 앉은 자리에서 날밤을 새워서라도 다 읽고 마는 성격이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대충 제목을 살피고 본문을 대강 훑어보았다. 아뿔싸! 수의 결합법칙과 노동조합, √2와 복사용지, 비유클리드 기하와 다름, 부등식과 무한의 세계 비선형오차와 나비효과 등등 제목이 심상치 않은 데다가 본문에도 ‘⨍(x+y)≠⨍(x)+f(y)’ 이런 방정식이 요소요소에 등장한다. 아이쿠, 이걸 내가 읽어낼 수 있을까 싶어 일단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폈다가 다시 덮길 두어 차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책을 폈다. 그런데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