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책도, 글도 많은 시대다. 읽을거리가 넘쳐나고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같을 때는 독서도 글쓰기도 참 쉬울 것만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대부분 정보를 영상과 이미지로 흡수하면서, 오히려 읽고 쓰는 활동은 뜸해져 간다. 짧은 글과 이미지, 영상에 익숙해지다 보니 긴 글을 읽어내는 문해력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 책, 다이애나 홍의 《세종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는 조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다독 군주 세종과 다작 선비 다산의 사례를 통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의욕을 활활 불타게 하는 책이다. 세종과 다산의 사례를 풍부히 인용하면서도 다른 역사적 인물이나 지은이의 개인적 경험도 함께 녹여내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세종은 조선 임금 가운데 그 누구보다 독서를 즐겼다. 게다가 즉위하고 처음으로 한 말이 “의논하자.” 일 정도로 토론 또한 즐겼다. 특히 일종의 독서 토론인 경연(經筵)을 워낙 좋아해, 태종이 30회의 경연만 참가한 것에 견주어 세종은 1,898회나 참가했다. 경연은 임금과 신하가 함께 고전을 읽으며 현안을 풀어가는 조선의 독특한 정치 방식이었다. 이 토론에서는 거의 계급장을 떼다시피 한 격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고 가격이 아주 비싼 상표의 제품.” 국어사전에서 찾은 ‘명품(名品)’의 정의다. 아무래도 요즘 많이 쓰이는 쪽은 후자다.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 명품관으로 달려가는 것이 유행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명품은, 그 자체로 뛰어나기도 하지만 ‘쓰면 쓸수록 값어치가 새록새록 느껴지는 물건’에 가깝다. 그냥 휙 보고 지나가기보다, 생활 속에서 곁에 두고 썼을 때 더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 《생활명품》의 지은이 최웅철은 예(藝)와 맛의 고장 전주에서 종가의 장손으로 우리 문화를 흠뻑 느끼며 자랐다. 한옥에서 한지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랐고 마루와 구들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전주에서 규모가 큰 한식당을 운영할 정도로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 덕분에 맛있는 우리 먹거리도 많이 맛보았다. 지은이는 그 시절이 자신을 지탱하는 그리움이고, 양분이고, 열정이라고 회고한다. 그래서 지혜롭고 아름다운 전통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한 나머지, 우리 문화의 미감과 매력을 차곡차곡 담은 책 한 권을 펴냈다. 그가 엄선한 한국의 공예와 회화, 건축, 음식을 따라가다 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글’. 우리가 우리말을 ‘한글’로 부른 것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언문’, 또는 ‘훈민정음’이라 불려오다가, 주시경 선생이 ‘위대하고 큰 하나의 글’이라는 뜻을 담아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한글은 민족의 마음속에 크고도 높게 자리 잡았다. 이 책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은 1443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때부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까지, 한글이 우리 역사에 스며드는 과정을 28대 사건으로 풀어냈다. 그 가운데는 허균이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펴낸 것처럼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이야기가 많아 한글을 둘러싼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를테면 하급 관리들이 한글 벽서를 써 붙여 고위 관료를 비판했다든지, 《훈민정음》에 관한 시험을 보아 고위 관료를 선발했다든지, 종로시장 상인들이 한글 투서로 호조판서를 비판했다든지… 한글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쓰였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28대 사건 중 가상 인상적인 5대 사건을 골라 보았다. 1. 1460년, 《훈민정음》으로 고급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74) 사람들은 왜 내 겉만 보고 어쩌다 내 진면목이 숨겨진 채 괴롭힘을 당한 난쟁이로만 인식되어온 걸까? 사람들이 우리를 가까이 하도록 우리를 아끼는 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사랑을 주고 길러온 것인데...... 자연의 풍광을 정원으로, 정원에서 집안으로 들여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는데 괴롭혀온 것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오해투성이의 말들만 난무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흔히 분재에 대해 갖는 편견이 있다.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잘 자랄 나무를 괜히 못살게 굴어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분재는 그런 억압과 왜곡의 예술이 아니다. 나무가 가장 좋은 조건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고도의 기술을 발휘해 균형과 절제의 미학을 구현하는 것이다. 사람의 타고난 본성을 교육해 순화시키듯, 분재 또한 나무의 본성을 적절히 다듬어 천 년을 가는 나무로 탈바꿈시킨다. 이 책 《분재인문학》의 지은이 성주엽 실장은 제주도 서북쪽, 한경면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에서 아버지 성범영 원장을 도와 1991년부터 나무와 정원을 돌보고 있다. 이 책은 분재에 대한 항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나무를 통해 깨달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일본의 노예》라는 책을 보았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책으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보통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다룬 책들은 주로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사실을 발굴, 분석하여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해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에도 막부 시대의 가라유키상, 또 거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일본 전국 시대의 인신매매인 인취와 난취까지 다루고 있다. 여기서 ‘가라유키상’이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윤락녀를 말하고, ‘인취(人取)’란 전쟁터에서 사람을 전리품으로 납치해가는 것을 말하며, ‘난취(亂取)’란 전국시대 병사들에게 사람과 물건을 약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얘기한다. 이렇게 말하면 저자는 당연히 역사를 전공한 학자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박태석은 검사로 20년, 변호사로 15년을 살아온 평범한 법조인이다. 그런데도 박 변호사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피상적으로만 언급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역사 서적들과 자료들을 탐독하고 심층 분석하여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평범한 법조인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연신 감탄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북한은 미지의 세계다. 북한을 가본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북한을 잘 모른다. 북한 전반에 대해서도 그러할진대 북한 유물에 대해서는 더더욱 접할 기회가 없다. 그저 옛날 고구려 땅이었으니 고분에 그려진 벽화가 있겠고, 개성이나 평양에도 유물이 좀 있겠거니…하고 짐작하는 정도다. 북한 유물이 궁금하면서도 알아갈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 《미리 가본 북한유물박물관》이 반가울 법하다. ‘세계 유명 박물관 여행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나온 이 북한 유물 입문서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지만, 성인 독자도 책장을 넘겨보며 북한에 있는 유물을 빠르게 파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는 것처럼, 평양의 중심부에도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조선미술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북한에 있는 문화유적과 유물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무덤벽화는 벽화관, 조선미술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회화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은 유물관으로 묶어 선보인다. 책에 수록된 유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다섯 가지 유물을 골라보았다. &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57-58) 가시리 가시렵니까 버리고 가시렵니까 나는 어떻게 살라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것이지만 싫어지면 아니올까 서러운 님 보내오니 가시는 듯이 돌아오소서 높고 고운 나라, 고려(高麗)에는 노래가 참 많았다. 이 노래들을 우리는 ‘고려가요(高麗歌謠)’라 부른다. 지은이는 고백한다. 학창시절, 높고 고운 노래(高麗歌謠)를 접하자마자, 간절함 아래 흐르는 짙은 슬픔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그때는 삶도 문장도 서툴기만 하여 공책에 노랫말을 옮겨 적고 서랍 깊숙이 넣어뒀지만, 지금도 그 영혼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 자신하긴 어렵지만, 더 미루면 영영 그 노래들을 이야기하지 못할 듯싶어 용기를 냈다고. 선유가 쓴 이 책 《가시리》는 입에서 입으로, 750년 후인 오늘까지 전해진 고려가요를 실타래 삼아 한 가인(歌人)과 그녀를 둘러싼 두 무사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고려시대 악사들이 소속되어 있던 기관 팔방상(坊廂)의 으뜸 가인 아청(鴉靑)과 좌별초와 우별초를 대표하는 무사로 이름 날린 좌(左), 우(右)가 그 주인공이다. 셋은 원나라가 고려를 침공하여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절, 고려가 원을 피해 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의 사진에세이 4집 《내 작은 방》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라 카페 갤러리(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8)에서 사진전도 겸합니다. 그동안 박시인이 평화나눔 활동으로 중동, 남아시아, 남미를 순례하면서 찍은 사진 중에 37점을 엄선하여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사진에세이집 제목이 왜 ‘내 작은 방’일까요? 박 시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지요. “우리 모두는 어머니 자궁의 방,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방에서 태어났다. 그리하여 기쁨과 슬픔으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성취하고 저물어가면서 마침내 우리는 대지의 어머니, 땅속 한 평의 방으로 돌아간다. 살아있는 동안 한 인간인 나를 감싸주는 것은 내 작은 방이다. 지친 나를 쉬게 하고 치유하고 성찰하고 사유하면서 하루하루 나를 생성하고 빚어내는 내 작은 방. 우리는 내 작은 방에서 하루의 생을 시작해 내 작은 방으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고 앞을 내다본다. 그곳에서 나는 끊임없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다. 광대한 우주의 별들 사이를 전속력으로 돌아나가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이 격변하는 세계의 숨 가쁨 속에서 깊은 숨을 쉴 나만의 안식처인 내 작은 방. 여기가 나의 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제주에는 생각보다 책방이 꽤 많다. 물론 번화한 육지와 견줄 바는 아니지만, 책방만 찾아다니는 ‘책방올레’가 있을 만큼 섬 곳곳에 책방이 많은 편이다. 책방마다 개성도 뚜렷해 어디를 가든 그 책방만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작은 책방은 힘이 세다》의 지은이 장지은은 이런 제주 책방의 매력을 해녀의 물질 못지않은 ‘글질’로 건져 올린다. 스스로 소개하는 문장 역시 담백한 울림이 있다. ‘제주살이 3년 차. 걷는 것, 듣는 것, 읽는 일, 쓰는 일. 네 가지 정도면 나쁘지 않다며 오늘 사는 사람’. 간결하면서도 삶의 운치를 잘 표현해냈다. 이 책은 그녀가 혼인을 계기로 제주에 내려간 뒤, 책방 수십 곳을 직접 살피고 그 가운데 서른 곳을 엄선한 기록이다. 그녀는 새로운 책방을 들른 소식을 대학 선배인 편집자 박주연에게 보냈고, 편집자는 그녀가 보내온 기록을 책방 여행에 목마른 여행자의 마음으로 아껴 읽고 다시 읽다 마침내 책으로 펴냈다. (p.6-7) 현재 제주의 책방은 마흔 곳쯤 된다. 내가 좋아하던 몇 곳이 문을 닫았지만, 또 새로운 몇 곳이 생겨났다. 어떤 책방은 하루에 몇 사람이 찾아오고 어떤 책방은 하루종일 발 디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한국예술종합대학 직전 총장이었던 김봉렬 교수가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김 교수가 서울신문에 ‘김봉렬과 함께 하는 건축 시간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입니다. 연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김 교수가 시간을 거슬러 석기 시대까지 우리를 데리고 가, 고인돌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까지 시간을 따라가며 각 시대의 주요한 건축물을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글이나 강단에서만 건축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답사팀을 이끌고 건축물이 있는 현장도 찾아가, 현장에서 생생한 건축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단순히 건축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 건축의 시대적 배경, 그 건축이 나오기까지의 역사, 다른 건축과의 비교 등등을 구수한 이야기로 풀어나가지요. 게다가 유머도 곁들이니, 열심히 듣고 있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저는 김 교수의 답사를 여러 번 따라다녔습니다. 처음 김 교수의 답사를 따라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고교동기인 김 교수의 답사여행 소문을 듣고 2006년 9월에 나도 따라가기로 하였었지요. 당시 여기저기서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