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노 년 - 허홍구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백아(伯牙)는 거문고의 명인이었고 종자기(鍾子期)는 그 백아의 연주를 참으로 좋아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높은 산에 있는 듯하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연주가 흐르는 물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멋있다. 마치 넘칠 듯이 흘러가는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그렇게 백아와 종자기는 마음으로 통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더는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곧 지음(知音)이 없다고 말하며 거문고 줄을 끊고 죽을 때까지 연주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도가 경전의 하나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종자기가 죽은 뒤 백아가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데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하여 ‘진정한 우정’을 말하는 고사성어가 됐다. 그리고 여기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벗’을 뜻하는 ‘지음(知音)’이란 말도 생겼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으로 참으로 어려운 지경을 맞이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만나는 것을 삼가라고 한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도 춤추며 살았어요 - 허 홍 구 스텝이 꼬이고 풀리는 게 춤이라면서요 꼬였다가 풀리고, 꼬였다가 풀리고 어렵게 꼬였다가도 부드럽게 풀리면 더 멋진 춤이 된다는구먼요! 마치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사람처럼요 남들이 다 하는 사교춤은 맛도 못 봤으나 꼬였다 풀렸다, 넘어졌다 일어섰다 했으니 나도 한평생을 춤추면서 살아왔더라고요 이제는 발이 꼬이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처럼 춤추며 하늘 오르는 꿈을 꿉니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악가무와 함께 살았다. 음악과 노래와 춤을 아우르는 삶이었다. 그 가운데 춤, 우리의 춤은 정중동이 살아있는 것이었다. 멈춘 듯하지만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하지만 멈추는 동작이 살아있는 것이 우리의 전통춤이다. 그 춤은 예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홍구 시인은 “스텝이 꼬이고 풀리는 게 춤이라면서요 / 꼬였다가 풀리고, 꼬였다가 풀리고 / 어렵게 꼬였다가도 부드럽게 풀리면 / 더 멋진 춤이 된다는구먼요! / 마치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사람처럼요”라고 노래한다. 누구나 삶을 살면서 스텝이 꼬였다 풀리기를 반복하는 게 사실이다. 늘 밝은 세상만 있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 면 - 조성례 아주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겨울을 감지한다 나무는 제 몸의 이파리들을 떨궈 발등을 덮는다 비로소, 침묵에 드는 겨울의 뿌리들이여! 발등을 덮은 작은 나무는 물관을 통해 수분을 간직하고 겨울은 기린의 목을 닮아 휘청휘청 내게로 온다 점점 두꺼워지는 껍질처럼 나이테들이 한 겹씩 남루를 껴안는다 남루 속에서 반짝이는 섬광들이 당신의 창문 밖을 기웃거리고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줄기가 추운 공중을 향해 여린 팔을 휘두를 때 줄기마다 내년을 약속하는 꽃눈, 꽃눈, 꽃눈, 그리고 온기를 보내는 당신의 작은 나무 시린 발을 땅속 깊이 묻고 나는 긴 잠을 자기로 한다 캄캄해서 환한 눈을 감고 당신을 기다린다 우리는 학생시절 교과서에서 0.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었다. '마지막 잎새'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폐렴에 걸려 희망도 없이 창문 너머에 있는 나뭇잎이 떨어지면 자기도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집에 사는 노화가가 섬세하게 나뭇잎을 벽에 그려서 비바람에도 견뎌내는 진짜 나뭇잎처럼 보이게 한다. 이에 존시는 삶에 희망을 품는다. 그 단편을 읽으며 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나뭇잎을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집으로 가는 길 - 김정원 길고 고단한 하루 땅거미가 기어올 때 쟁기질 끝내고 뚜벅뚜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 땀에 젖은 소를 마을 우물로 데리고 가 찬물로 등물을 해주며 엄마는 애틋하게 말합니다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그러면 말 못 하는 소가 엄마 치마에 머리를 살며시 대고 아기바람과 악수하는 무화과 나뭇잎처럼 가볍게 귀를 흔듭니다 우리네 어렸을 적에는 여름날 흔히 “등물”이란 걸 했다. 아버지가 논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돌아오시면 어머니는 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등물을 해주셨었다. 등물은 그렇게 끈끈한 가족애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김정원 시인은 엄마가 소에게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하면서 등물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러면 소는 가볍게 귀를 흔들며 응답을 했다나? 예전 우리 겨레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지낼 때 부르던 상엿소리가 있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했는지에 따라 죽어 염라대왕에게 심판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패랭이꽃 - 정습명 世愛牡丹紅 栽培滿院中 사람들 모란꽃을 좋아해 집 안 가득 심지만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시골 구석구석에는 아름다운 패랭이꽃 무더기 핀다네 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 꽃은 연못에 잠긴 달에 비치고, 향기는 바람결에 실려 오누나 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 외진 시골 꽃 찾는 귀인들 적어, 그 자태는 늙은 농부 몫일세 위는 고려 의종 때 문신 정습명(鄭襲明, 미상 ~ 1151년)의 한시 “석죽화(石竹花, 패랭이꽃)”다. 이 시에서는 먼저 모란이 등장한다. 모란은 한자 이름으로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는데 예부터 한ㆍ중ㆍ일 세 나라에서는 부귀와 공명을 뜻하는 꽃이라 하여 “꽃 중의 꽃” 곧 “화중왕(花中王)”으로 불렀다.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 모란을 수놓았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도 부귀와 공명을 염원하는 모란꽃이 그려졌다. 복스럽고 덕 있는 미인을 활짝 핀 모란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란은 그렇게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시골 들판 구석구석 무더기로 피는 패랭이꽃을 귀인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대신 농부들이 이 꽃을 사랑한다.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ㆍ대란(大蘭)ㆍ산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숨 소 리 - 원산 소중한 오늘이라는 하루 숨 쉬는 데 집중하고 산다 들숨 날숨 숨소리에 귀 기울인다 안심이다 존재하고 있음을 본다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위 시는 《나는 누구인가?》, 《이야기 삼세인과경》, 《보이지 않는 바람》 등 책을 펴냈으며, 《한강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원산스님의 작품이다. 스님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인식하고 있다. 어려운 말이 아닌 담백한 시어를 써서 담담하게 숨소리를 드러낸다. 《홍당무》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라면서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다음 블로그에서 “오늘이 있음에~”를 검색해 보았다. “오늘이 있음을 나는 기뻐한다.”, “오늘 살아 있음에”, “오늘 나눌 수 있음에”, “오늘도 잠들 수 있음에” 등 비슷한 글월이 무려 739만 건이 확인된다. 그만큼 “오늘이 있다”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나이가 들게 되면 주변에 아는 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위 경 련 - 김 옥 남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 더하고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오른 집값 보태서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자꾸 되새김도 했어 그래도 소화될 리 없지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그렇게 방안에 구겨져 있다. 김옥남 시인의 시 <위경련>에는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이 들리는가 하면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탓에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방안에 구겨져 있다고 신음한다. 자본주의가 보편화한 지금 세상에는 점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180만 원이고, 하위 10%는 85만 원으로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 더 참담하다.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이 임진ㆍ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 보물 제1096호 《오희문 쇄미록(瑣尾錄)》이란 책에는 처참한 백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했다거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달아났다거나, 심지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얼마나 가난이 극심했으면 이런 일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이윤옥 시인의 시 "목숨이 경각인 아들을 앞에 둔 어머니" 가운데 이는 십수 년을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일에 몸 바쳐 《서간도에 들꽃 피다》 책 10권을 완간한 이윤옥 시인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심정이 되어 쓴 시 일부다. 며칠 전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우리 겨레의 원수 이등박문을 처단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뒤에는 안중근보다 더 당당한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본명 조성녀, 태어난 날 모름 ~ 1927.7.15.)가 있었다. 위 시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아들의 구명이 아니라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라고 담담히 타이른다. 그 어떤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있으랴. 하지만,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그렇게 우리의 영웅 안중근을 만들어낸 위대한 분임을 시는 말하고 있다. 이 시는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팝페라테너 주세페김이 작곡하여 그의 아내 소프라노 구미꼬김과와 함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웃 음 보 - 김 태 영 벌써 여섯 해 되었네요 남편 직장 따라간 우리 딸 멕시코시티에 살고 있어요. 이른 아침에 전화를 받았어요. 엄마! 우리 딸 비주가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어요. 딸아이 목소리에 노래가 섞였다 “아. 그래 축하한다 네 딸 비주도 훌륭하지만 내 딸 지온이도 훌륭한 거 알지” 내 말 듣고 있던 우리 딸 웃음보가 터져 여기까지 들렸어요. *비주 / 손녀이름 *지온 / 딸 이름 검색 사이트에서 영화 “엄마와 딸”을 검색하면 아예 제목이 <엄마와 딸>인 한국멜로영화가 있는가 하면, 엄마와 딸의 연애편지를 얘기하는 <프리키 프라이데이>, 엄마와 딸의 서로 다른 시선이 부딪칠 때를 그리는 <스프링타이드>, 엄마와 딸, 사람 대 사람으로써의 인생 만남 영화 <바람의 언덕> 등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엄마와 딸”을 검색하면 국내도서로 무려 293개나 뜬다. 그만큼 엄마와 딸 관계는 책의 소재로도 중요한 것이리라. 여기서 몇 가지 책 제목을 보면 “열살 전에 떠나는 엄마 딸 마음여행”, “오늘 미워하고 내일 또 사랑하는 엄마와 딸”, “딸이 사춘기가 되면 엄마는 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성근 비라고 생각했네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동자승 불러 문을 나가 보게 했더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고 하네 밖에서 스산한 소리가 난다. 동자승을 불러 혹시 비가 오는지 나가보라고 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동자승이 하는 말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쓸쓸한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비가 오는 소리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동자승이 한 말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다. 나무 가지 사이로 살짝이 고개를 내미는 달, 그러니 비가 올 리가 없지. 이 시는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의 ”산사야음(山寺夜吟)“라는 제목의 한시다. 여기서 시는 쓸쓸한 나뭇잎 지는 소리로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네 삶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이렷다. 나이가 들면서 나의 몸에는 점차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까맣던 머리는 희끗희끗 새치가 많아지고, 윤택하던 피부는 잔주름과 함께 거칠어지고, 어디 그뿐이랴. 젊었을 때와 달리 조금만 운동하면 숨이 차고 헐떡이기까지 한다. 그걸 보며 머리는 염색하고, 얼굴의 잔주름 펴 젊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