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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8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순신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그것이 곽재우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장군의 모습이 아닙니다.”

“자네의 모습은 어떠한가? 의병대장으로 맹 활략을 펼치다가 왜 잠적했는가?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 명성이란 것이 생기면 생길수록 시기와 모함도 독버섯처럼 따라서 성장 한다는 것을. 권력에 기생하는 무리들은 점점 더 가증스럽고 혐오스럽게 탐욕의 저주를 안겨준다네. 난 더 이상 지치고 도망갈 수 없기에 스스로 신하의 몸을 깨 부쉈을 뿐일세.”

이순신은 순간 평온해 보였으며 의연한 자세로 돌아와 있었다. 곽재우는 그의 의도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시기가 좋지 않다. 일본의 2차 침략으로 정국이 어수선 했으며 명나라 또한 많은 군대가 조선에 주둔해 있다. 만일 역성혁명이 발생 한다면 백성들의 혼란은 어떨 것이며 자칫 하다간 나라가 완전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선이 일본과 명나라에 나누어질 판이 아닙니까?”

“자네는 그리 생각하나?”

“내란이 발생 한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패를 상상하나?”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아니. 알고 있네.”

“미래를 예측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이순신이 실소를 머금었다. 그가 웃음을 흘리자 이상하게 곽재우는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아니고, 정도령......그는 천기를 볼 수 있다고 하더군. 우리의 개벽은 광대하지. 일본을 초토화 시키고 명나라를 여진과 양분할 것이네! 그래서 이순신이 꿈꾸는, 백성들이 원하는 강한 대국을 세우는 것이야!”

“맙소사! 그걸 믿으시는 겁니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난 믿음이 왔네. 정도령을 신뢰해.”

“대관절 그가 누구이기에 그토록 신임하시는 겁니까?”

“선인일세. 평범하지는 않지.”

“선인(仙人)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이상은 나도 모르네. 다만 서애 대감께서 천거해 주셨지.”

곽재우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게 벌어졌다.

“그럼 영상께서도 응답하셨단 말입니까?”

이순신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분도 오염된 권력, 부패된 왕에 대해서 실망하신 것이겠지.”

“아아!”

홍의장군 곽재우는 탄식을 토해냈다. 그는 묵묵히 일어나서 방안의 깨진 술병 조각들을 찾아내어 손안에 쥐었다. 서애 유성룡이 응답하였다면 이 대업은 무조건 동참해야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곽재우는 판단했다. 그리고 힘을 주었다. 피가 손안에서 흘러 나왔다. 이번에는 이순신이 놀라서 바라보았다.

“무슨 짓인가?”

“소생의 피로 형님께 맹세하는 것입니다. 동참하겠습니다.”

곽재우는 흐르는 피를 멈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뚝뚝 떨어지는 곽재우의 피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받았다.

“이 성령의 피로 나도 맹세하겠네. 백성들을 위한 나라! 백성들이 원하는 나라! 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우 리 함께 만들어 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