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교수 골프대회에는 약 40명(10팀) 정도가 참석한다. 어쩌다가 총장님이 고문 자격으로 교수 골프대회에 참석하면 그날은 매우 즐거운 날이 된다. 총장님은 매번 큼직한 부상을 기부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총장님이 참석하기를 은근히 바랐다. 언젠가 총장님이 교수 골프대회에 참석했는데 전날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교수들의 그날 골프 비용 전부를 자기가 내겠다고 해서 교수들이 크게 손뼉을 친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에서는 사립대학의 소유가 세습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연세가 많으신 총장님의 아들은 S대학의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데, 말하자면 차기 권력이기 때문에 모든 교수가 그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누가 기획실장과 한 팀이 되어 골프를 치느냐는 것은 교수들에게는 매우 궁금한 사항이 된다. 기획실장이 자기 팀으로 지명하는 사람은 그만큼 신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기획실장은 항상 자기 팀에 타 교수를 지명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그때그때 바뀐다고 한다. 그러므로 타 교수는 기획실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고 모든 교수가 믿고 있었다. 타 교수는 기획실장과 함께 골프를 치면 나이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음악대학의 국악과 타 교수, 피아노과 파 교수와 미녀식당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타 교수는 유명한 국악인이었는데, 국립국악원에서 지휘자로 오래 근무하다가 몇 년 전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금의 명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파 교수는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얼마 전에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교수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교수로 바꾸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타 교수와는 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K 교수는 대금을 배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져왔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어디에선가 들은 대금 소리가 운명처럼 항상 K 교수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공부하느라고 바빴다. 교수가 되어서는 연구 논문 쓰느라고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연구하여 논문을 내고 책을 쓰고, 열심히 강의 준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취미 생활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교수가 된 지 7년쯤 지나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1945년생인 조영남은 음악대학을 다녔고 가수로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 때에는 그림을 잘 그려 미술반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23살 때인 1968년에 번안곡인 딜라일라를 불러서 단번에 유명 가수 대열에 끼게 되었다. 그는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잘하는 대표적인 재주꾼이다. 조영남은 스스로 자신을 화수(화가+가수)라고 말한다. 그는 미술과 음악의 같은 점과 차이점을 매우 명쾌하게 설명한다. “미술과 음악에 차이가 있다면 눈과 귀의 차이이다. 미술이 눈을 위한 기쁨조라면, 음악은 귀를 위한 기쁨조 같은 것이다. 나는 음악을 먼저 공부했기 때문에, 미술에 관한 공부를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음악과 미술 두 가지를 다 해보면, 그 두 가지가 일란성 쌍둥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둘 다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으로 옛날 초가집이 있는 풍경화를 그릴 때의 감정이나, 윤용하의 '보리밭'을 내 목소리로 부를 때의 감정은 결국 동일하다. 초가집을 그릴 때도 기분이 아련하고 몽롱해져서 어린 시절 추억에 젖게 되고 보리밭을 노래할 때도 역시 기분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후, K 교수는 미술대학의 ㅅ 여교수와 미녀식당에서 점심을 같이하게 되었다. ㅅ 여교수가 나이가 한 살 더 많고 ㅅ 여교수의 남편도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서로 아는 사이였다. 여교수와 식사할 때는 오해를 피하려고 2:1로 만나야 한다. 그날 K 교수는 화학공학과의 아 교수와 함께 나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미스 K가 마침 식당에 없었다. 세 사람은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주로 그림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K 교수는 그림에는 재능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ㅅ 여교수가 말하는 것을 열심히 들어주었다. 평소에도 말이 없는 아 교수는 그날도 별다른 말이 없이 조용하였다. 독일에서 유학한 아 교수는 봄가을 1년에 두 번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간단다. 아 교수는 R석 표를 사서 부인과 같이 가볼 정도로 부유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아 교수는 그림에 대해서는 K 교수처럼 문외한이었다. 그날 대화는 ㅅ 여교수가 이끌어갔다. 우리나라에서 중학교 학력 이상의 사람치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라는 네델란드 출신의 화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유명한 자화상 그림을 그린 두 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내친김에 K 교수는 술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K 교수는 술을 많이는 못 마셔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매우 즐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시성(詩聖) 두보는 “사람의 마음을 너그럽게 해 주는 데는 술이 제일이요, 사람을 흥겹게 해 주는 데는 시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라고 했다. 시선(詩仙) 이태백은 “술 석 잔이면 대도(大道)에 통하고 술 한 말이면 자연과 합일하는 경지로 접어들 수 있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술에 관한 기록은 부여시대 영고라는 제천의식에서 술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 이미 소주가 등장했고, 조선시대에는 180종의 술이 있었다. 현재까지 전하는 민속주로는 문무백관과 사신접대용으로 쓰인 경주 법주를 비롯한, 말술을 자랑하는 사람이라도 석 잔을 못 넘기고 취한다는 면천 두견주, 대동강 물로 빚어야 제맛이 난다는 문배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주이다. 외국의 유명한 술을 보면, 마시면 천일 동안 깨지 않는다는 중국의 천일주, 55도인데도 순하게 느껴지는 달고 아름다운 마오타이주, 위스키의 자존심 부캐넌스, 빈 병값만 7만 원 하는 코냑 루이13세 등이 유명한 술에 속한다. 술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세 사람이 미녀식당에 들어서자, 미스 K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미녀라고 소문난 교수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교수님은 이틀 전에 오셨는데, 오랜만이라고요? 호호호...” “아이고, 저런. 거짓말이 탄로 났네요. 남자들이 이렇게 엉큼합니다. 하하하...” “여자도 엉큼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사람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엉큼해진다고 해요. 호호호.” 미스 K가 묘하게 발언하면서 사태를 수습했다. 여름이 되면서 미녀식당의 베란다는 무성한 숲에 싸여 있었다. 나무 그늘을 커튼처럼 두른 베란다에서 세 사람은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다. 늦은 점심 식사가 끝나고 K 교수가 일어서려 하자 바 교수가 물었다. “그런데 오후 강의가 있나요? 저는 오후는 비는데. 모처럼 미인교수님과 미인사장님을 만났으니 함께 와인 한 병을 마시면 어떨까요?” “저는 좋지요.” K 교수가 말했다. “저도 괜찮아요.” ㅁ 여교수도 찬성했다. 중간 정도 값이 나가는 포도주 한 병을 주문하고 잔을 4개 가져왔다. 미스 K가 안주로 모짜렐라 치즈를 내왔다. 바 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연구실로 돌아오자마자 조교를 불렀다. 조교는 서울에서 통근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K 교수는 《캘리포니아 좋은 날씨》라는 책을 사 오라고 조교에게 제목을 적어주었다. 다음 날 조교에게서 1, 2권으로 된 책을 받아서 책장을 넘겼다. 안 표지에는 책의 저자인 남자가 손에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남자는 남자가 잘 안다. 강인한 인상을 주는 호남형 남자였다. 여자들이 좋아할 그런 남자였다. 인물 소개를 읽어 보니 그 남자는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 남자는 약관인 스무 살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문단에 데뷔했단다. 그 뒤 연극인으로 성장하였는데, 유명한 극작가 동랑(東浪) 유치진(1905~1974)이 창설한 동랑 극단의 기획실장을 오랫동안 맡았다고 했다. 그 남자는 연극, 영화, 출판, 광고,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일대 돌풍을 일으킨 인물로 소개되었다. 또한 그는 뒤늦게 기업계에 뛰어들어 나산 그룹 기조실장, 논노 그룹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 남자는 상도 많이 탔다. 연극 <오늘 같은 날>로 1994년 한국희곡문학상(대상)을 받은 거 말고도 일간스포츠 광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다음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K 교수는 S전문대학에 근무하는 대학 후배 라 교수와 미녀식당에서 불고기 스파게티를 먹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미스 K가 자리를 함께하여 커피를 마시는데, 라교 수가 미스 K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여성잡지 Queen 6월 호에 나왔다던데요.” “네, 맞아요.” 미스 K가 대수롭지 않다는 어투로 말했다. “아, 그래요? 잡지를 구할 수 있나요?” K 교수가 약간 놀라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저기 한 권 있는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더니 두툼한 여성잡지 한 권을 가져왔다. K 교수가 잡지를 받아 목차를 살펴보았다. 미용 섹션에 그녀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그녀의 예쁜 사진 몇 컷과 함께 그녀에 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가 실려 있었다. 그 기사는 미스 K가 40대인데도 불구하고 20대의 몸매를 가졌다는 소문을 듣고 잡지 기자가 취재를 나와서 쓴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읽어 보니 얼마 전에 미스 K는 먹는 화장품인 이메딘(IMEDEEN)의 광고 모델로 뽑혀서 파스타 밸리에서 사진까지 찍었다고 한다. 미스 K가 고운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은 먹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무성생식, 남녀의 기원, 일부일처제, 불륜 등을 생물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설명하자 그녀는 흥미롭게 경청하였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가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런데 교수님은 전공이 생물학인가요?” “아니에요. 저는 물 전공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물박사라고 부른다고 지난번에 말했는데.” “호호호.... 물박사님의 생물학 지식이 대단한데요. 물박사가 아니고 진짜 박사 같아요. 호호호.” “제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야기 중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요.” “뭔데요?” “생물이 세포분열을 통하여 번식하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네요. 세균 같은 생물은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K 교수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계속했다. 사람이나 강아지 같은 포유류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다르다.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가 다르다. 포유류 동물은 암수 교접으로 새끼를 낳는다. 어미와 새끼 또한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의 경우에, 예를 들면 세균은 성의 구별이 없다. 오직 한 종류의 세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고등생물이 양성생식을 채택하자 대가가 따랐다. 성의 구별이 없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 생물은 분열을 되풀이하여 종족은 무한히 보존되고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양성으로 나뉘면서 생물은 분열 대신 결합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자손의 탄생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고 동시에 부모의 죽음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되었다. 먹이의 한계라는 틀 안에서 자손의 보존을 위하여 부모는 죽음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양성으로 나뉘어 짝짓기를 하면서 정절 문제가 대두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일부일처제는 매우 희귀하다. 암수가 서로에게 정조를 지키는 일부일처제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규칙이 아니고 예외인 것이다. 오래 전부터 생물학자들은 새들 중에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면서 새끼를 길러내는 종이 많다고 생각했다. 어떤 학자는 조류의 94%가 일부일처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새끼들의 아버지를 밝혀내는 유전자 지문법을 도입하여 연구해 본 결과, 한 둥지에서 자라는 새끼 새들의 평균 30% 이상이 함께 사는 수컷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예로부터 바람을 피운다고 알려진 동물들도 그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이 밝혀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