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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 씨가 천사처럼 홀연히 나타나니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3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마침, 손님은 하나도 없고, 미스 K 혼자서 빈 식당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알바생은 이미 퇴근했다. 혼자서 심심하던 차에 K 교수가 방문하니 미스 K는 반갑게 맞아준다. 손님이 없더라도 12시가 넘어서 식당 문을 닫는다고 한다. 미스 K의 숙소인 K리조트는 식당에서 3분 이내 거리에 있다. 이해가 된다. K리조트 방에 가봐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썰렁할 것이다. 차라리 식당에서 마무리 일을 하면서 음악이라도 듣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K 교수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서 미스 K가 묻는다. “술 드셨어요?” “네, 서울에서 열린학회 모임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1차로 저녁식사, 2차는 맥주, 3차는 노래방 가서 최신곡을 세 곡이나 불렀답니다.” “운전은 어떻게 하셨어요?” “나는 모범생이잖아요. 모범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택시를 1시간 동안 문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택시를 돌려 보내세요. 이따가 제 차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그러지요 뭐. 잘 되었네요.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인가 봐요.” K 교수는 택시요

너와 내가 하나의 꽃이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2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환경운동의 기본 전제는 모든 생명체와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말은 지구의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1972년 6월 5일 소집된 제1차 UN인간환경회의의 구호이었다. (세계환경의 날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6월 5일로 정하였다.) 이러한 구호를 채택한 까닭은, 인류가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지구를 오염시켜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향이 싫으면 고향을 떠날 수 있고, 자기 나라가 싫으면 다른 나라로 이민 갈 수 있다. 그러나 지구가 오염되어 못 살겠다고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갈 수는 없다. 모든 동식물과 인류의 거주지가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소중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하나기 때문에 소중하다. 나의 어머니가 소중한 것은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하나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오직 하나뿐인 외동딸이나 외아들은 얼마나 소중한

(우리말 바로 알기) '가치'보다 '값', '값어치'

말집(사전)이 그어 놓은 보이지 않는 금을 넘어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우리는 무언가의 소중함이나 쓸모를 이야기할 때 ‘가치’라는 말을 참 자주 씁니다. 그런데 혹시 이 말을 쓰면서 우리 토박이말 ‘값’이나 ‘값어치’를 떠올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가치’와 ‘값’은 비슷한 말이라고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선뜻 바꿔 쓰기는 망설여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값', '값어치'라는 말보다 '가치'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알맞다고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까닭은 우리가 늘 펼쳐 보는 말집(사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먼저 말집(사전)에 실린 ‘가치’의 뜻풀이를 보겠습니다. 가치(價值)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표준국어대사전》 /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값이나 쓸모.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철학]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표준국어대사전》 [철학]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가치’의 비슷한 말(유의어)로 ‘값’과 ‘값어치’를 나란히 올려놓았습니다. 이 풀이만 보면 ‘가치’가 쓰이는 어떤 자리에든 ‘값’이나 ‘값어치’를 마음껏 골라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김옥균에게 궁중의 동정을 전해 주던 고대수

갑신정변에 행동요원으로 활약했던 유일한 여인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51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한 명의 궁녀와 김옥균이 비밀리에 밀통하기 시작한 것은 1874년 김옥균의 나이 23살 때였다. 궁녀의 나이는 훨씬 많았으니 31살. 그 때부터 궁녀는 김옥균에게 구중심처 궁중의 동정을 전해 준다. 김옥균은 자신의 일기(1884년 12월 1일 자 《갑신일록(甲申日錄)》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궁녀 모씨는 나이는 42살이고, 신체가 건대하며 남자 이상의 힘을 가져 보통 남자 5, 6인을 당할 수 있다. 평상시에 고대수(顧大嫂)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곤전(중전)의 근시(近侍, 웃어른을 가까이 모심)로 뽑혀 있는 분인데, 벌써 10년 전부터 우리 당에 밀사(密事)를 통고해 주는 사람이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고대수로 통하는 이 궁녀가 기골이 크고 힘이 장사였으며 민비의 측근에서 시중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오랫동안 김옥균을 위해 간첩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기에서 김옥균이 ‘우리 당’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개화당’ 또는 ‘독립당’을 말한다. ‘당(黨)’이라고 하지만 오늘날 말하는 정당과는 거리가 멀고 일종의 비밀 동아리 같은 것이었을 터다. 오늘날의 언어 감각으로는 ‘파(派)’라 하는 것이 보다 맞을지 모르겠지만

교과서에는 없는 정조 암살 미수 사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사건실록》, 정명섭, 도서출판 우리학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이야기. ‘교과서’로 만난 역사는 참 딱딱한 적이 많았다. 과정은 생략되고, 연대와 결과 위주로 건조하게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역사’를 꼽는 학생들도 적지 않고, 역사에 흥미를 잃어버린 채 성인이 되어서도 역사책은 전혀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은이 정명섭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사건실록》을 통해 결과만을 보여주는 교과서, 지루한 암기 과목이 되어 버린 ‘역사’라는 과목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 교과서에 간단하게 나오는 사건의 이면을 자세히 보여주며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 박진감 넘치는 서사를 가진 생생한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는 ‘불패의 장수, 이성계’로 시작해 ‘멸망의 전주곡, 고종의 춘생문 사건(1895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개의 사건이 실려있다. 지은이의 속도감 있는 필력 덕분에 역사가 이토록 재밌는 것이었는가 새삼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존현각 정조 암살 미수 사건(1777년)’이다. 조선 임금에 대한 은밀한 독살 시도나 반란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객으로 암살을 시도했던 사건은

맹인골퍼에게 내기에 지고 1,000달러를 주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3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뒤, K 교수는 체육대학의 가 교수와 스파게티를 먹으러 미녀식당으로 갔다. 가 교수는 축구해설가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축구에도 관심이 많은 재단이사장이 다른 대학에서 스카우트 해 온 가 교수는 축구 선수 출신의 유명한 해설가였다. 그런데 체육대학에는 아직 미스 K의 소문이 알려지지 않았나 보다. 가 교수는 미스 K를 보자마자 “대단한 미인이십니다”라고 면전에서 칭찬의 말을 했다. K 교수가 “사장님은 실제로 1978년 미스 코리아 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 교수는 깜짝 놀라면서 “아, 그래요? 그러면 아마도 40대 아닌가요? 저는 20대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남자들이 잘하는 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날은 손님이 많아서 미스 K가 합석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가 교수는 미스 K를 바라볼 수 있었으니 여복이 조금은 있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안식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가 교수는 학교에 온 지 6년이 되지 않는데도 작년에 안식년을 6개월 갔다 왔다고 한다. 안식년이란 지적 노동을 하는 교수들이 6년 동안 근무하고 재충전을 위해 1년간 쉬는 제도이다. 그러나 S대학 총장은 안식년을 교수들에게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