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가을 오란비(장마)가 참 길다 싶습니다. 아침에는 그동안 내린 비보다 많은 비가 모여 내리듯 내렸습니다. 오늘은 하늘 가득 짙은 구름이 뒤덮고 있지만 여느 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은 참으로 많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솜뭉치 같다가도, 어느새 길고 가는 붓으로 그린 듯한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 ‘나비구름’은 그 많은 구름의 모습 가운데 가장 가볍고 어여쁜 모습을 담아낸 이름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나비구름’을 '날아가는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진 구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새털구름이 얇고 넓게 퍼져 있거나, 조각구름 두어 낱이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마주보고 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날아가는 나비처럼, 곧바로 날갯짓을 하며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가볍고 아름다운 구름이 바로 ‘나비구름’입니다. 이처럼 어여쁜 말이니 말꽃지음이(문학 작가)의 눈에 들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김남조 님의 가락글(시) 「겨울 바다」에 이 말이 애틋하게 담겨 있습니다. 미지의 새, /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 (…) / 나비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1) 내시 이만을 목 베고, 세자의 현빈 유씨를 내쫓았다. ㅡ태조 2년(1393) 6월 19일 명절 연휴가 끝나는 막바지, 가족 사이는 더 멀어지기도,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사이는 반갑기도 하지만 긴장도 흐른다. 늘 편하지만은 않고, 가까운 만큼 더 큰 파괴력을 가진 사이가 가족관계다. 가족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은 조선 왕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세자와 사이가 좋지 못한 며느리 문제로 속을 끓일 때가 많았다. 이경채가 쓴 이 책, 《조선왕가 며느리 스캔들》에서는 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조선 여성들이 여러 가지 음행으로 구설에 오른 이야기를 다룬다. 태조 이성계의 세자빈이었던 현빈 유씨의 일탈부터, ‘성군 세종에게 치욕을 안겨준 두 맏며느리’, ‘중의 아이를 낳은 경녕군의 셋째며느리’, ‘효령대군의 손부 어우동 사건의 진실' 등으로 구성되어 엄격한 유교사회에 가려진 솔직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들의 일탈은 조선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지나친 억압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특히 법도가 지엄했던 궁중에서, 차기 국모가 될 세자빈들의 일탈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묵과하기 어려운 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가위는 잘 쇠셨습니까? 환한 보름달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러 날 쉬시면서 힘을 채우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은 하늘과 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붙들어 한데 담은 ‘꽃구름’입니다. 이 말은 두 가지의 눈부신 바람빛(풍경)을 우리에게 안겨 줍니다. 하나는 하늘에 있고, 다른 하나는 땅에 있습니다. 먼저, 하늘에 피어나는 ‘꽃구름’을 만나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꽃구름’을 '여러 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이라고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여러 가지 빛깔로 어우러져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구름'이라고 그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줍니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온통 붉고 노랗고 자줏빛으로 물들 때 예쁘게 피어오르는 구름, 바로 그 모습이 ‘꽃구름’입니다. 마치 하늘에 커다란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말이니,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 빛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꽃구름이 일고 있는 하늘 어디쯤을 한 마리의 어린 제비가 날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 최명희, 『혼불』 하지만 때로는 그 아름다움이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