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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선악의 판단을 하지 못한다

사마천 《사기(史記)》에 나오는 ‘걸견폐요(桀犬吠堯)’ [정운복의 아침시평 25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걸견폐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선악을 가리지 않고 자기 주인에게 충성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걸왕은 대표적인 폭군이고 요임금은 대표적인 성군입니다. 그런데 폭군인 걸왕이 기르는 개는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자지러지게 짖어댑니다. 그것은 개의 머리에 선악의 판단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직 자기 편이냐 아니냐를 근거로 단순하게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세태에 참 맞는 성어인 것 같아서요. 자기 편이 아니면, 곧 자기와 의견이 다르면 옳고 그름을 떠나 막무가내로 물어뜯습니다. 우리 겨레가 쓰는 말은 자신의 의견을 고급스럽고 품격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훌륭한데도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물론 총과 칼로 하는 정치보다 말로 하는 정치가 그래도 온건하다는 것을 압니다. 우린 특정 나라의 언어를 저급영어라고 폄훼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층이 말하는 언어를 보면 그런 비판을 해 온 것이 부끄러워집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함몰되어 있으면서도 말은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차라리 "우리 당과 나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아서요."라는 솔직함이 더 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상대는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리다’며 적개심을 높인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89]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바로 코앞에 와있습니다. 생각보다 선고가 늦어지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 가지 부수적 쟁점에서 재판관들은 생각이 다른 점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또 역사에 길이 남을 결정이라 한창 마무리 조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가인 제 관점에서는 절차적 문제점이 있는지는 논외로 하고 윤 대통령이 저지른 행위를 놓고 봐서는, 이 사건은 도저히 탄핵소추를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아무리 보수적인 재판관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평생 법관으로서 소양을 쌓아온 사람들이라 기본적인 헌법 틀을 벗어난 결정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저는 윤 대통령이 헌법 요건에도 전혀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나라 경제도 엉망이 되고, 국가신인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것 못지않은, 아니 어떤 점에서는 그 이상의 잘못은 국민을 두 쪽으로 분열시킨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좌절된 뒤 처음에는 떳떳하게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하더니만, 곧바로 이를 번복하며 각종 법기술

디자인 이끄미 40인이 풀어낸 남도 인문학

《남도가 정말 좋아요》 40인의 의자, 디자인하우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여행은 사람을 깊어지게 한다. 남도여행을 떠난 40인의 디자인 이끄미(리더)들도 그랬다. 남도 구석구석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유산을 접하고, 이를 인문학적 감성으로 해석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디자인하우스에서 펴낸 이 책, 《남도가 정말 좋아요》는 우리나라 디자인 이끄미 40인이 각각 40군데의 남도 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엮은 책이다.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40인의 의자’라는 모임을 결성해 매주 한 번 인문학을 공부했고, ‘남도’를 정신적으로 가장 윤택한 땅이자 한반도에서 가장 미학적인 고장이라 여겨 40군데로 여행을 떠났다. 이들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본 남도는 풍요롭다. 땅은 넓지 않아도, 켜켜이 쌓여있는 인문학의 두께는 넓이를 압도한다. 풍경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가 끝이 없고 알아갈수록 매력적인 고장이 남도이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해남 윤씨 고택의 사랑채, 녹우당이다. 해남 윤씨 고택은 윤효정이 당시 해남 땅의 부호였던 해남 정씨와 혼인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윤선도 대에 이르러 사랑채를 옮겨지어 완성했다. 이 사랑채는 어린 시절 윤선도에게 학문을 배운 효종이 왕위에 오른 뒤 하사한 집에 있던 것으로, 윤선도가 효종

이화여대의 금혼학칙 2003년 사라져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예, 사실인가 봐요. 본인이 스스럼없이 미스코리아라고 인정하던데요.” “나이는 얼마나 됐나요?” “1978년에 미스코리아였다니까 아무래도 40은 넘었을 것입니다. 직접 나이를 물어보지는 못했지요.” “K 교수님이 20대로 보았다면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네요. 어떻게 사십 넘은 여자를 20대로 봅니까?” “아니에요. 같이 있던 다른 두 교수도 동의했답니다. 얼핏 보면 20대로 보인다고.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30대 정도로 보이지요. 그러나 여자 얼굴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안 믿어지네요. 어쨌든 나중에 한 번 보고 다시 토론합시다.” 교수들은 토론을 좋아한다. 식당 여주인이 20대로 보이는지 40대로 보이는지, 그게 무슨 토론거리인가? 사십 넘은 미인을 20대로 보건 30대로 보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교수들은 별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 토론만 길게 하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벚나무 그늘에서 스파게티를 먹으며 나누는 화제는 주로 원주 이야기였다. 지금은 춘천이 강원도 도청 소재지가 되었지만 원래 원주가 더 컸다고 한다. 기실 강원도라는 이름은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따랐다니

기후 소송: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충돌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아이들로부터 빌린 것이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1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2024년 8월 29일에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법률의 조항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헌법재판소가 판결해 달라고 소송이 제기된 법은 <탄소중립기본법>으로서 2021년 9월에 제정되었다. 이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리기후협약부터 설명해야 한다. 2015년의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안으로서 195개 나라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이 협약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또는 탄소 제로라고도 말함)을 달성해야 하며 각 나라들은 자체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 주기로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였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는 국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하는 조항인데, 제1항에서 2030년까지

1898만민공동회, 온 백성이 돈과 물자를 대다

명주 뺏은 도적, 만민공동회 얘기 듣고 돌려줘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22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금 우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내란 우두머리와 그 처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아니 비웃듯이 고대광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고 그 졸개들이 곳곳에서 독을 내 뿜고 있다. 이 역적들이 줄줄이 오랏줄에 묶여 끌려가는 그날 우리는 덩실덩실 춤을 출 것이다. 석 달 가뭄 속의 잉어가 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날을 고대하면서 1898만민공동회의 시공간으로 떠나 본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만민공동회와 그 배후 단체인 독립협회에 돈과 물자를 보탰다. 어느 한때의 서울을 살펴보면, 서울 다동에 사는 박씨 부인은 집 판 돈 1백 원을, 다리 밑 거지는 1원을, 나무장수는 장작 수십 바리를 풍찬노숙 땔감으로, 과일장사는 배 3상자를, 군밤 장수는 군밤 판 돈을(얼마인지 기록이 없음), 빈촌 필운대 사람들은 6원을 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지방에서도 뜨거웠다. 삼화항(三和港, 지금의 진남포)에서는 관과 민이 공동 모금하여 133원을, 인천 시민들은 36원 27전을 보냈다. 과천 사는 어떤 농민이 나무를 한 바리 팔러 서울에 왔다가(아마 오늘날 내란 수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고개마루를 지났을지도 모르겠다), 나무판 돈 30냥 가운데서

빗살무늬이 아니라 ‘빛살무늬’입니다

햇빛이 사방으로 퍼져 세상을 밝게 하고 풍요를 가져다줄 것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94]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득한 고대 우리 조상으로 믿어지는 사람들이 처음 생활에서 사용한 문명의 도구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그릇이겠지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펴보면 맨 앞부분에 빗금 친 무늬가 있는 토기가 등장하고 이 토기에 대해 ‘빗살무늬토기’라고 가르쳐줍니다, 토기의 겉면에 빗금 친 무늬들이 있는데 이것을 머리 빗는 빗의 살을 뜻하는 무늬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나온 위 토기는 그러한 '빗살'이란 이름의 토기의 대명사입니다. 우리는 배우는 처지에서 빗살무늬라는 이름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원래 북유럽의 판란드와 북부독일 일대에서 발견되는 신석기시대 토기를 핀란드 고고학자가 독일어로 ‘Kamm Keramik(Kamm’은 영어의 ‘comb’, ‘Keramik’은 ‘ceramic,’ 곧 ‘comb’ ceramic이다)으로 부른 것을 일본의 고고학자 후지다 료사쿠(藤田亮策)가 1930년에 빗이라는 뜻의 櫛(즐)이란 글자를 써서 즐문(櫛文)토기로 번역하였고 이것을 우리 고고학계가 빗살무늬 토기라고 뒤쳐서 현재까지 쓰는 것이고요. 이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가 다른 의견을 많이 내었으나 오로지 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