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되는데 풀과 나무에 싹이 돋아나고 겨울잠 자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날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다니며, 몸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면서 개구리(또는 도롱뇽, 두꺼비) 알을 건져다 먹지요. 또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에 흙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며,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합니다. 또 이때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그 나무물[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돼지날(亥日, 해일)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하였으며, 경칩 뒤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지요. 《성종실록》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반겨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지요. 경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 무렵 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헤살대던 바람 지나는 마을마다 무작정 풋정 풀어놓고 입춘 지나 저끝 마라도로부터 북상해 갔습니다. 버들강아지 산수유 제가끔 제 몫으로 이 나라 산야에서 야무지게 봄물 오를쯤 이젠 옛이야기로 남은 허기진 유년의 봄날이 흑백 필름 거꾸로 돌아 모두 한꺼번에 살아옵니다. 우수 무렵 위는 김경실 시인의 시 <우수 무렵>입니다. 시인은 우수가 되니 “얼여린 살 차가와 선뜻 다가서지 못해 동구 밖 서 있었습니다.”라고 노래합니다. 오늘은 24절기 둘째인 우수(雨水)입니다. 우수는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방의 풍속이 예로부터 세시를 중히 여겨 / 흰머리 할아범, 할멈들이 신이 났네 / 둥글고 모난 윷판에 동그란 이십팔 개의 점 / 정(正)과 기(奇)의 전략전술에 / 변화가 무궁무진하이 / 졸(拙)이 이기고 교(巧)가 지는 게 더더욱 놀라우니 / 강(强)이 삼키고 약(弱)이 토함도 미리 알기 어렵도다. / 늙은이가 머리를 써서 부려 볼 꾀를 다 부리고 / 가끔 다시 흘려 보다 턱이 빠지게 웃노매라.” 위는 고려말~조선초의 학자 목은 이색이 쓴 《목은고(牧隱藁)》에 나오는 시로 이웃 사람들의 윷놀이를 구경하면서 쓴 것입니다. 이 윷놀이를 할 때 던져서 나온 윷가락의 이름, 도ㆍ개ㆍ걸ㆍ윷ㆍ모는 원래가 가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봅니다. 곧 도는 돼지를, 개는 개를, 걸은 양을, 윷은 소를, 모는 말을 가리킵니다. 특히 도는 원말이 ‘돝’이 변한 것으로 어간(語幹) 일부의 탈락형인데 돝은 돼지의 옛말로 아직도 종돈(種豚)을 ‘씨돝’이라 부르고, 돼지고기를 ‘돝고기’라고도 부릅니다. 또 윷은 소를 뜻하는데 소를 사투리로는 “슈ㆍ슛ㆍ슝ㆍ중ㆍ쇼”라고도 하는데 여기의 “슛”이 윳으로 변하였다가 윷으로 된 걸로 보입니다. 마지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둘째 절기 ‘동지(冬至)’로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날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했지요.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데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쑨 유래는 중국 형초(荊楚, 지금의 후베이ㆍ후난 지방)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옵니다. ‘공공씨’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 죽어서 돌림병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돌림병 귀신을 쫓으려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합니다. 전병윤 시인은 <동지 팥죽>이란 시에서 “눈이 쌓여 오도 가도 못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서 못된 짓 하는 역귀(鬼)가 되었다. 그는 피를 보면 바들바들 떤다. 그래서 피 대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리면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동 - 이덕규 곡식 한 톨이라도 축내면 그만큼 사람이 굶는다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빈손으로 떠난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절기 입동(立冬)으로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섭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나이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우유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제 임금이 아니어도 우유를 맘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처지일 것입니다.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는데 이는 입동 등에 나이 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데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지요. 입동 무렵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데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고는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 농사일에 경험이 많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윗글은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무렵을 아름답게 표현한 내용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절기 ‘상강(霜降)으로 말처럼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벌써 하루해의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습니다. 9월 하순까지도 언제 더위가 가시냐고 아우성쳤지만, 어느덧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노랗고 붉은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겨울을 재촉합니다. 이때는 추수도 마무리되고 겨울 채비에 들어가야 하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문 선사는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박쥐는 짐승 가운데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인데 박쥐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쥐는 짐승과 새가 싸울 때 짐승이 우세하자 새끼를 낳는 점을 들어 짐승 편에 들었다가, 다시 새가 우세하자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새의 편에 들었다는 우화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박쥐는 변덕이 심한 동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쥐는 예부터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활용품 속에 그 모양을 그려 넣거나 공예품, 가구 장식, 건축 장식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또한 박쥐를 길상(吉祥)무늬로 여겨 베갯모에 수놓았을 때는 다산을 뜻하였고 아들을 점지해 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박쥐의 강한 번식력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자문화권에서는 모두 길한 동물로 여겼는데 특히 중국에서는 복(福) 자를 크게 써서 박쥐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걸어두면 복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는 박쥐를 뜻하는 한자 편복(蝙蝠) 속에 들어 있는 복(蝠) 자를 복(福)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박쥐를 하늘의 쥐를 뜻하는 천서(天鼠)라고 부르거나 신선한 쥐라고 해서 선서(仙鼠)라고도 불렀습니다. 박쥐는 주로 밤에 움직이므로 우리말로는 밤쥐를 뜻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언론에 “사상 최악의 폭염…온열질환ㆍ가축폐사 잇따라” 같은 기사가 나오는 요즘입니다. 최근 온열질환자 수가 2,900명에 육박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불볕더위에 폐사한 양식장 어류와 가축은 667만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MBC뉴스에 나온 한 배달노동자는 "지옥이 있다면 이게 지옥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바닥이 너무 뜨겁습니다."라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처서(處暑)입니다. 불볕더위가 아직 맹위를 떨쳐도 오는 가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흔히 처서를 말할 때 ’땅에서는 가을이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입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들고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불볕더위에 고생하고 있지만,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 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때로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땡볕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의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합니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조선시대에는 이때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비를 멈추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된다고 했지요. 그뿐만이 아니라 비를 섭섭하게 하는 모든 행위는 금지됩니다. 심지어 성교까지도 비를 섭섭하게 한다 해서 기청제 지내는 전날 밤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양방(陽方)인 남문(南門)을 열고 음방(陰方)인 북문은 닫으며,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절대 금합니다. 제사를 지내는 곳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며, 입추가 지난 뒤의 더위를 남은 더위란 뜻의 잔서(殘暑)라고 하지만, 말복이 남아 있어 불볕더위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하루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우리 겨레의 명절 설날이면서 십이지(十二支) 날 가운데 ‘갑진일(甲辰日)로 새해 ‘첫 용날’ 곧 상진일(上辰日)입니다. 이날 새벽 하늘에 사는 용이 땅에 내려와 우물에 알을 풀어놓고 가는데 이 우물물을 가장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어 먹으면, 그 해 운이 좋아 농사가 대풍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부녀자들은 이날 남보다 먼저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오기에 바빴지요. 《동국세시기》에는 이러한 풍습을 ‘용알뜨기’라 했습니다. 용의 알을 먼저 떠간 사람이 그 표시로 지푸라기를 잘라 우물에 띄워두면 다음에 온 사람은 용의 알이 있을 딴 우물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전라남도 어떤 지방에서는 첫용날에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오지 않는데 만일 물을 길어오면 농사철 바쁜 때 큰비가 내려 홍수가 난다고 믿었으며, 어촌에서는 어장(漁場)에 해를 입는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지방에서는 첫 진일 전날에 집집이 물을 넉넉히 길어다 두었습니다. 또 첫용날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털이 용의 머리털처럼 길어진다고 해서 이날 여인들은 머리를 감았으며, 농가 아이들은 콩을 볶아서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는데 그렇게 하면 그해 곡식에 좀이 슬지 않는다고 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