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2월 19일)은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냇물이 풀리고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스물네 철마디(절기) 가운데 하나인 '우수'입니다. 한자로는 '비 우(雨)'에 '물 수(水)'자를 씁니다.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킴이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이 오랜 철마디(절기)를 조금 더 살가운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싹비'라고 합니다. 예부터 이 싹비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아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봄은 이제 시골집 사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가 시작되는 입춘(立春)이지요. 선비들이 동지 때부터 그린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가 완성되면서 입춘이 되고 드디어 기다렸던 봄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입춘 무렵의 세시풍속으로는 봄이 온 것을 기리어 축원하는 입춘축(立春祝)을 집 대문이나 대들보ㆍ천장 따위에 붙입니다. 입춘축을 다른 말로는 춘축(春祝),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련(春聯), 문대(門對), 춘첩자(春帖子), 춘방(春榜), 대련(對聯), 춘첩(春帖)이라고도 하지요. 입춘축 가운데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입춘이 되니 크게 길 할 것이요, 만 가지 일들이 형통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지요. 그밖에 쓰는 말로는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로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부자가 되어라“가 있고,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곧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라는 것도 있으며, 조선중기의 문신이자 의병장인 우성전(禹性傳)의 《계갑일록(癸甲日錄》에는 “묵은 병은 이미 겨울을 따라 사라지고(舊疾巳隨殘盡) 경사로운 징조는 이른 봄을 좇아 생겨나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시 전통문화공간 남산골한옥마을(중구 퇴계로34길 28)은 밤이 가장 길고 다시 빛이 시작되는 절기 ‘동지’를 맞아 12월 20일(토) 세시절기 행사 ‘2025 남산골 세시절기 <동지, 한 해를 잇다>’를 연다. 이번 행사는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획했으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 행사 때 : 2025년 12월 20일(토) 10:00~17:00 ○ 행사 곳 : 남산골한옥마을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옥인동 가 옥 등 ○ 프로그램 : 전시·체험·나눔·연계 이벤트 등 전 연령 참여형 무료 행사 □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에서는 전시 <동지를 건너는 문장들>이 열린다. 동아시아 출판사가 운영하는 ‘카페허블&남산책방’과 협업한 전시로, ‘어제의 기록’, ‘오늘의 풍경’, ‘내일의 상상’ 세 구역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을 바라보며,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책들을 한옥 공간에서 천천히 읽고 머무를 수 있다. 전시 또는 필사 체험에 참여하면 ‘<카페허블×남산책방> 음료 20% 에누리표(당일 사용)’을 받을 수 있다. 동지의 전통을 현대적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22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인 소설입니다. 절기 이름이 작은 눈이 내린다는 뜻으로 소설(小雪)인데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겨울 채비를 하는 때입니다. 그러나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살이 비추므로 작은 봄 곧 소춘(小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는 평균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첫 추위가 옵니다. 그래서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전할 정도지요. 그런가 하면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으며,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습니다. 또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하기 위해 서두르고,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위한 일들에 분주합니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고,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하며,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을 모아두기도 하지요. 참고로 같은 동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의 소설 풍습 가운데 재미난 것을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북방 지역에서는 영양 보충과 체온을 높이기 위해 만두, 고기 등을 먹습니다. “겨울엔 따뜻한 음식으로 기를 보한다(补冬)”라는 관념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츠케모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입동(立冬)’으로 겨울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겨레는 이날 '치계미(雉鷄)' 잔치를 벌였습니다. 치계미는, 입동(立冬)ㆍ동지(冬至)ㆍ섣달그믐날 같은 때에 마을에서 양로 잔치를 벌였던 것을 말합니다. 본래 치계미는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온 풍속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한해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금품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습니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고,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했는데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어르신들의 원기 회복과 건강을 비손하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였습니다. 미꾸라지는 한의학적으로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비위(脾胃)를 보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추어탕은 뼈째 끓이기 때문에 칼슘, DHA, 비타민 등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반보기 - 이명수 손님이 멀리서 찾아오면 중간쯤 나가 마중한다 제주공항에서 수월헌(水月軒)의 중간은 애월(涯月), 자구내 포구에서 한림, 월령코지, 명월 지나 애월 곽지모물까지 낮달과 함께 네 개의 바다를 건너간다 한가위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우리 겨레의 큰 명절답게 이때 즐겼던 시절놀이(세시풍속)은 참으로 많지요. 우선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강강술래'가 있습니다. 또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 '원놀이', 잘 익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 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손하는 풍습 올게심니(올벼심리)', 채 익지 않은 곡식을 베어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위(神位)에 올리는 ‘풋바심’,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기는 풍속 '밭고랑 기기' 같은 것들이 있지요. 그런가 하면 '반보기‘ 곧 중로상봉(中路相逢)도 있는데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 겨레의 큰 명절 ‘한가위’가 눈앞으로 곳곳에서는 벌써 명절 잔치가 시작된 듯하고 각 기업체는 명절맞이 선물 광고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는 ‘한가위’라 쓰고 누구는 ‘추석’이라고 씁니다. 심지어 추석은 ‘秋夕’이라고 한자로 써 놓기도 하여 혼란스럽습니다. 여기서 ‘추석’과 ‘한가위’의 말밑(어원)을 살펴봅니다. 먼저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하는데 여기서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으로 우리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입니다.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유래가 분명한 우리 토박이말이지요. “한가위”는 ‘크다’라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음력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에서 유래한 것인데 《삼국사기》의 기록에 분명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 후기 한양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도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기록도 있어 이처럼 우리 겨레는 오랫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정종실록》 1권 정종 1년(1399년) 3월 1일 기록에는 중추원 부사 고 구성우의 부인 유 씨와 중 신생이 사통하고 구성우의 종 둘을 살해한 것이 들켜 이들을 잡아 국문하고 죄를 물어 죽이자고 청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에 임금이 말하기를 “범한 바가 크기는 하지만, 봄ㆍ여름은 만물이 생장하는 때라, 옛 법에도 죽이는 것을 꺼렸으니, 추분(秋分) 뒤를 기다려서 단죄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서서히 음의 기운이 커진다는 24절기 열여섯째 추분(秋分)입니다. 조선시대는 위 정종실록의 예처럼 범죄자를 죽이는 일도 추분 뒤로 미룰 정도로 추분에는 모든 것을 삼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추분 무렵이 되면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벼에서는 향[香]이 우러나고 사람에게서도 내공의 향기가 피어오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또 《철종실록》 10년(185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성 쌓는 곳에서 감독하고 일하는 많은 사람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밤낮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이러한데 어떻게 밥맛이 달고 잠자리가 편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속이 타는 사람의 가슴을 축여 주고 더위 먹은 사람의 열을 식혀 주는 데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따로 한 처방을 연구해 내어 새로 약을 지어 내려보내니, 나누어 주어서 속이 타거나 더위를 먹은 증세에 1알 또는 반 알을 정화수에 타서 마시도록 하라” 위는 《정조실록》 18년(1794) 6월 28일의 기록으로 정조 임금이 화성을 쌓는 공사장의 일꾼들이 더위에 지쳐 몸이 상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더위를 씻어준다는 ‘척서단(滌暑丹)’ 4천 정을 지어 내려보냈다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삼복의 마지막 말복(末伏)입니다.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난 지 이틀이 되었고,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가 보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혹독한 불볕더위가 온 지구촌을 뒤흔들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 못 들게 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복지경(伏地境, 더위가 한창인 때)엔 자칫하면 열사병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24절기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이제 절기상으로는 가을철로 들어서는 때지만 아직 불볕더위는 기승을 부립니다. 《고려사(高麗史)》에 보면 “입하(立夏)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를 보면 입추까지 날씨가 무척 더웠고 더위를 얼음으로 겨우 버티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또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라고 하여 된더위에 고생한 것을 위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사에는 “'입추' 무더위 여전‥. 주말, 남부 또 폭우 최대 120mm”라는 기사가 보입니다. 얼마 전에도 물폭탄으로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일어나 사람들은 불볕더위와 물폭탄으로 이중 고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조실록》 113권, 영조 45년(1769년) 7월 7일 기록에는 “사문(四門)에서 영제(禜祭)를 행하도록 명하였는데, 장마가 졌기 때문이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영제(禜祭)’는 입추 뒤까지 장마가 계속되거나, 오랜 장마로 고통이 심한 때 날이 개기를 빌던 나라의 제사로 ‘기청제(祈晴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