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 때 사간원에서 성균관 학유 조득인의 직임을 거두기라는 상소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학정(學正)ㆍ학록(學錄)이란 벼슬은 유생(儒生)의 사표(師表)로서, 인재의 현능(賢能, 어질고도 재간이 있음) 여부와 풍속의 아름답고 고약한 것이 모두 이와 직접 관련되고 있으므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신 등이 이조에서의 각 품에 제수한 문서를 접해 보았는데, 새로 급제한 조득인(趙得仁)으로 성균관 학유(學諭)를 삼은 적이 있습니다. 신 등의 생각으로는, 염치(廉恥)라는 것은 사풍(士風, 선비의 기풍)의 가장 큰 근간이옵고, 장리(贓吏, 뇌물받거나 횡령한 자)는 중인이 경멸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탐관오리와 불법한 인간은 비록 그 후손까지라도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하께옵서 특별히 관대하옵신 도량과 어떤 추한 것도 다 포용하옵시는 덕으로 장리의 자손까지도 또한 다시 등용하시니, 이는 〈아름다운 덕은 길이 그 후손까지 뻗어가게 하시고, 악한 일은 그 자신에만 그치게 하옵시는〉 아름다운 뜻으로 아옵니다. 그러하오나, 조득인은 장리인 조진(趙瑨)의 손자입니다. 어찌 성균관 학정·학록의 직임에 합당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세상의 모든 영욕 다 내려놓고,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 짚신. 그리고 물 담는 표주박 차고 강산풍경을 찾는 <죽장망혜>를 소개하였다. 장저와 걸익이 밭을 갈고 있는 모습과 바둑 두는 사호(四皓)선생, 그리고 기산(簊山) 넘어 영수(潁水)에서 허유(許由)가 귀를 씻는 모습이나, 소부(巢父)가 물을 마시려는 소의 고삐를 잡아끄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와 “어화 벗님네야, 빈천(貧賤)을 한(恨)치 말고 자락(自樂)하며 지내보세.”로 끝맺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에는 노랫말이 아름답거니와 그 가사 위에 얹힌 가락들이 친숙해서 비교적 널리 불려지고 있는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줄여서 <운담풍경>이라는 단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노래 역시, 한문으로 짜인 부분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는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기에,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멋진 풍경을 보는 듯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작 부분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풀이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소거(小車)에 술을 싣고, (구름은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소갈머리’는 국어사전에 어엿하게 올라있는 낱말이다. 국어사전들이 뜻을 뭐라고 풀이해 놓았는지 알아보자. 1) ①‘마음속’의 낮은말. ②‘마음보’의 낮은말. 2) ‘마음이나 속생각’을 얕잡아 이르는 말. 3) ①마음이나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 ②‘마음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세 국어사전이 한결같이‘ 소갈머리’를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풀이해 놓았다. 그런데 이들 풀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과 ‘낮잡아 이르는 말’의 두 덩이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또 ‘소갈머리’가 ‘소갈’과 ‘머리’라는 두 낱말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 드디어는 ‘소갈’이 곧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이며 ‘머리’가 곧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것도 드러난다. 그러면 ‘소갈’이 어떻게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인가? 이 물음은 연재 글을 처음부터 읽어 왔으면 벌써 풀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앞에서 이미 ‘소갈’은 곧 ‘속알’이며, ‘속알’은 또 ‘마음의 알’이고, ‘마음의 알’은 곧 ‘생각과 뜻’이라고 밝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