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언젠가 어느 교수가 내 연구실로 들어서며, “재수 없는 놈은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으며 받은 아픔을 털어놓겠다는 신호다. 혼자 속으로 ‘엎어지면 제아무리 재수 있는 놈이라도 코가 깨지기 십상이지.’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이야기를 들어 주느라 애를 먹었다. 이분은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하는 속담에서 ‘자빠져도’를 ‘엎어져도’로 잘못 알고 쓴 것이다. 어찌 이분뿐이겠는가! 살펴 헤아리지는 않았지만, 요즘 젊은 사람의 열에 예닐곱은 ‘엎어지다’와 ‘자빠지다’를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하는 듯하다. 제대로 가려 쓰자고 국어사전을 뒤져 보아도 뜻 가림을 올바로 해 놓은 사전이 없다. 우리말을 이처럼 돌보지도 가꾸지도 않은 채로 뒤죽박죽 쓰면서 살아가니까 세끼 밥을 배불리 먹어도 세상은 갈수록 어수선하기만 한 것이 아닐까? ‘엎어지다’는 서 있다가 앞으로 넘어지는 것이고, ‘자빠지다’는 서 있다가 뒤로 넘어지는 것이다. 코가 얼굴 가운데 튀어나와 있으므로 엎어지면 자칫 땅에 부딪혀서 깨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빠지면 뒤통수가 땅에 부딪혀 깨질지언정 얼굴은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백성이 잘사는 길을 추구하는[民爲邦本] 세종은 그 실천과정의 하나로 신제(新制, 新製)나 창제를 목표로 삼았다. 그 방법으로는 고전에서 관례를 찾고 토론을 통해 현실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이를 실천하고 법제화 해나가려 했다. 여기서 또 하나는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체계화하고 활용하고자 한 것이었다. (각도에 《농상집요》 등에 따라 경작할 것을 권면하다.) 호조에 전지하기를, "각도에 공문을 내어 메밀을 경작하게 하되, 《농상집요(農桑輯要)》ㆍ《사시찬요(四時纂要)》 및 본국(本國)의 경험방(經驗方)으로 시기에 따라 경작할 것을 권면시키라." 하였다.(⟪세종실록⟫5/6/1) 이미 농사짓는 방법에 대해 경험과 논리적인 방법을 종합해 만든 《농상집요(農桑輯要)》ㆍ《사시찬요(四時纂要)》가 있지만 여기에 우리나라 및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경험방’을 활용하여 경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전의제조(典醫提調, 궁중에서 약을 짓고 질병을 치료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의 우두머리) 황자후(黃子厚)가 종친 양부 이외에서는 병가에서 말을 보내어 의원을 청할 것을 아뢴 일이 있었다. “병이 나면 치료할 처방 방안으로 《집성향약방(集成鄕樂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판소리 수궁가(水宮歌) 속에는 토끼의 궤변에 속은 용왕이 오히려 토끼를 위해 수궁(水宮)풍류를 베풀어 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대목에 명인들의 이름과 함께 여러 악기가 등장하는데, 지난주에 <봉피리>, <죽장고>, <거문고>, <옥통소>는 개략적으로 소개를 하였다. 특히, 거문고라는 악기는 한국 전통음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현악기이기에 더욱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거문고’의 한자 이름은 현금(玄琴)이다. 이 악기는 고구려 시대로부터 전해오는 악기로 남쪽 가야국에서 유행했던 가야금과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다. 규방(閨房)의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악기가 가야금이라고 하면, 거문고는 주된 향수 층이 거의 남성들이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특히 거문고는 선비들의 애호를 받아 온 악기로 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전승 돼왔다. 그런데 수궁 풍류 속에서는 거문고를 탄 사람이 바로 중국 춘추시대에 금(琴)의 명인으로 알려진 성연자(成蓮子)인데, 여기서는 석연자로 소개하고 있다. 그가 거문고를 탔다고 하는 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