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우리는 공연의 3요소를 흔히 무대ㆍ배우ㆍ관객으로 말한다. 이 전통적 개념에서 볼 때, 공연을 완성하는 주요한 요소가 창작자의 것을 바라보는 관객이 포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작자가 무대 위에서 창의적 활동을 할 때, 이를 보고 소통하는 관객이 없다면 공연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에서 관객은 시대에 따라 그 대상이 점점 더 다양해졌다. 예전에 예술은 소수의 부유층이 누리는 문화예술로서 그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의미하였다. 곧 특별한 것을 누리는 고급문화로서 계급적 권위와 품격을 높이는 행위로서의 예술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예술은 대중의 향유에 시선을 맞추고 대중성에 입각한 상업의 흥행을 목적으로 향해 가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예술의 값어치를 돈으로 지급하는 부유층의 후원에 따라 진행하던 것이 나중에는 대중의 흥행에 의한 것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관객은 예술성과 대중성의 경계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서 살고 있다. 소수의 부유층이 향유 했던 예술을 전통 또는 클래식으로 말했지만, 이는 소수의 예술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향유되는 예술로서 그 범위가 확산하였다. 그러나 대중
[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이 글에 앞서 서이초등학교 교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교보재 준비실에서 지난 7월 18일 아침 10시 30분 안타까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다. 무너진 교권 앞에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교단에 서기까지 18개월 아이들부터 88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던 사람으로서, 지난날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른다. 신입 강사 시절, 한 유명 사립유치원에서 단체 수업을 하고 있는데, 유난히 말썽꾸러기였던 아이가 문밖에서 계속 수업을 안 들어오겠다며 장난을 쳤다. 그 아이만 신경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 필자는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다행히 아이는 교실에 들어와서 수업에 참여하였지만, 학부모 민원으로 이어져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원장님은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는 다른 교사들이나 원장님께 도움을 청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필자는 돌발상황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알게 되어 하나를…
[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21세기를 맞은 전 세계는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2019년 12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지역봉쇄, 이동 통제 등 나라별 방역지침이 강화되었다. 대면을 통한 소통과 교류가 불가능해지면서 그 대안으로 미디어 매체들을 활용하였다. 특히, 공연예술계는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예술을 완성하는 ‘현장성’을 대신하기 위하여 미디어 매체를 단순히 영상을 통해 공연의 작품을 전달하는 용도가 아닌 소통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2022년 위드 코로나 시기를 지나 2023년 대부분의 나라들은 코로나 종식을 발표하며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은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면서 좀 더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였으며, 독특한 미디어 매체만의 문화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또한, 공연예술계는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코로나 팬더믹 시대 속에서 예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론들이 제시되었다. 영상콘텐츠, VR, AR,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의 표현과 다른 방법들로 새
[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국가무형문화재 거문고 산조 예능 보유자 이재화 선생님을 처음 뵈러 갔던 날이 생생하다. 온화한 미소와 꿰뚫어 보시는 듯한 눈빛, 단호하나 정 있는 말씀 속에서 거문고와 그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찍이 여러 사정으로 거문고 실기 전공에서 이론 전공으로 노선을 바꾼 나였지만 지금까지도 나의 첫사랑, 거문고를 손에 놓고 있지 않은 까닭은 거문고가 주는 깊은 울림과 멋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호기심은 석ㆍ박사 학위논문에 그대로 남아 있다. 거문고를 미취학 아동에게 가르쳐 볼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하여 어린이용 거문고를 제작하고 아동들에게 적용을 해보면서 개량 거문고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더욱 깊어져 갔었다. 그러나, 아무 지식 없이 악기의 길이만 줄여서 어린이용 거문고를 제작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후 이러한 아쉬움을 박사논문에서 개량 거문고 “화현금(6현 거문고에서 줄을 늘린 것)”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의지로 현재 거문고 앙상블 더 거문고의 대표이자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에 계시는 이선희 선생님의 소개로 이재화 선생님을 처음 찾아뵙게 되었다. 거문고 개량에…
[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스키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겨울에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강원도에 있는 스키장에 도착하면서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기초부터 시작해야 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맞는 난이도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기초부터 시작하면 초급을 찾으면 되지 않겠냐 하겠지만 어디로 가야 초급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키를 타기 위해서는 슬로프를 타고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에서 내려 스키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다른 스키장에 비해 규모가 제법 커서 스키장 안내소도 두 곳이나 있는 이곳의 난이도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각 슬로프의 이름도 난이도와 상관없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제우스는 신들의 신이니 가장 상급일 줄 알았지만, 난이도가 초급에 해당하였다. 벽에 붙은 난이도 안내지를 꼼꼼히 보지 않으면 슬로프 입구에서 확인하고 되돌아가야만 한다. 만약, 확인 못하고 슬로프를 타면 초급자가 상급자 코스까지 올라갈 판이다. 지난해, 스키 강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스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정성화 배우가 안중근 역으로 출연한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 지난 12월 21일 첫선을 보였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원작 뮤지컬 ‘영웅’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상영 중이다. 초등학교 5학년 진급을 앞둔 딸이 텔레비전 광고를 보더니, 뮤지컬 영화 ‘영웅’를 보러 가자고 하였다. 4학년 때부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찾아보며 스스로 역사 공부를 하는 딸은 12월 16일 유관순 열사의 생일과 12월 22일 주시경 선생의 생일을 챙기는 열정을 보이며 독립운동가들의 행보를 찾아보고 있다. 그런 딸이 처음으로 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한 영화가 안중근 의사에 관한 이야기니 나도 호기심이 생겨 예매를 서둘렀다. 딸은 영화를 보는 내내 웃고 울고를 반복하였다. 오른쪽 가운데 있는 손가락의 살들이 잔뜩 뜯겨 있길래 물어보니 눈물을 삼키느라 그랬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책으로 보고 알고 있었지만, 그 거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있었을 어려움과 고뇌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동지들을 잃고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어도 안중근 의사의 “조국에 대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절절하게 느꼈다고 했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이화여대 초빙교수] 요즘 트로트가 대세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그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악인들이다. 국악을 전공한 국악인들이 남녀세대 불문하고 활동하고 있다. 가수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트롯에서 진으로 우승하며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사람 가운데 두드러진다. 그녀는 한복 홍보대사와 한국 문화재 재단 홍보대사를 자청하여 맡았고, 서울 청계광장에 나가 국악 교육을 지켜달라며, 현재 초ㆍ중ㆍ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개 호소를 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전통을 모르고서 어떻게 자기 뿌리를 알겠어요?” 이렇게 되물었는데 송가인은 전통국악인 가족이기도 하다. 어머니 송순단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승교육사이고, 둘째 오빠 조성재는 국악팀 우리 소리 바라지에서 아쟁을 연주한다. 송가인도 광주예술고 국악과를 거쳐 중앙대 전통예술학부를 졸업한 국악인이다. 그녀는 “국악은 내 기초이자 뿌리”라며 “국악을 전공한 덕에 한 서린 목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적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진경 교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리랑은 본조 아리랑이다. 이 곡을 흔히 경기민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주제곡이다. 나운규는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철도 노동자가 부르던 아리랑에 영감을 받아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고 하였다. 당시 아리랑은 단성사에서 첫 상영을 하였고 크게 성공하였다. 단성사는 1907년 서울특별시 종로구 묘동에 세워진 대한민국 첫 본격적인 상설 영화관으로 1917년 조선인이 운영하는 영화관들이 없어질 무렵 1918년 박승필에 의해 재개관 된 곳으로 조선인들에 의해 제작한 영화를 가장 많이 상영한 곳이다. 아리랑 영화의 주인공 영진은 서울로 유학하였으나, 3.1만세운동에 충격을 받고 정신이상자로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방학에 내려온 영진의 친구 현구와 그의 여동생 영희는 사랑하게 되는데 일본 경찰의 앞잡이자 악덕지주의 천가의 머슴이었던 오기호가 영희를 겁탈하려고 하자 영진이 낫으로 오기호와 맞섰고 결국, 영진에 의해 죽으면서 영진은 일본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영진은 큰 충격으로 정신을…
[우리문화신문=이진경 교수] ‘문화예술기획자’란 직업을 아는가? 많은 사람에겐 생소한 직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문화를 외면하고 살지 않았다면 문화예술기획자와 알게 모르게 접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화예술기획자가 있어야만 문화와 관련된 행사를 열 수가 있다. 거문고를 공부하고, 지금 문화예술기획자로 살아가는 이화여대 이진경 교수의 글을 통해 앞으로 공연과 문화행사를 톺아보고, 그 뒤에 서린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이 교수가 어떻게 문화예술기획자가 되었고, 어떤 생각으로 문화예술기획자의 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향후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문화예술기획'이란 작업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자한다. (편집자말) 문화예술기획자가 된 지 10년이 넘어간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예술전공으로 뭐하며 살 수 있어요?”다. 그럼 나는 내가 어떻게 예술을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가지 직업들을 이야기해주곤 한다. 처음부터 문화예술기획자가 목표는 아니었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보면서 곧잘 공부하니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중학교 과학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