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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세요. 조선은 위험한 나라예요

소설 '이순신의 제국 2' 의리의 장 1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정벌에 몸소 참전 하리라 결심했다. 사실 조선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은 나라였다. 명나라를 취하기 위하여 건너야 할 징검다리쯤으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은밀히 조선을 염탐하였던 간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조선은 희망이 없는 민족이었다. 조선 조정은 당쟁의 파벌이 극심하였고, 중국을 무조건 숭상하는 사대주의에 몰입되어 있었으며 임금은 권위에 함몰되어진 짐승과도 같았다. 1589년 기축년에 발생했던 정여립의 대동계(大同契) 사건은 역모라 하여 무려 일천 여명이 희생당하였다.

그런 썩어빠진 나라는 단숨에 거덜 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잔뜩 꼬여있는 실타래를 손아귀에 들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의병이라니! 조선 수군의 이순신이라니!”

명나라의 참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복병은 항상 의외로 출몰하여 예기치 않았던 결과를 돌출해 내었다. 지금의 경우라 그러했다.

지난 6년 간 조선을 공략 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 내가 출전 할 것이다.”

구루시마는 식은땀을 흘렸다.

고정하소서. 태합, 이순신과 조선을 소장에게 맡겨주옵소서.”

내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적막한 시선으로 허공을 노려보았다. 일본을 석권했던 야심의 그림자가 너울거렸다. 구루시마 미치후사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분위기에 압도당하였다. 과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가공할만한 기운을 소유하고 있었다. 설사 죽었던 그의 주군 오다 노부나가가 다시 찾아온다 하여도 히데요시를 가로 막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제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본인이 존재했다.

가지마세요. 조선은 위험한 나라예요.”

히로이마루였다.

다섯 살 남짓한 어린 소년은 눈빛이 총명하게 반짝였고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 붉은 빛이 감돌았다. 약간 살이 오른 볼은 누구든지 보는 사람들이 뺨을 비비고 싶어 할 정도로 앙징맞았다.

오오, 히로이마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천하를 군림하는 강력한 시선이 삽시간에 자애로운 부성의 감정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따스한 눈이 된 것이다.

소자를 두고 절대 떠나지 마세요.”


히로이마루는 똑똑한 발음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붙들었다. 장남 쓰루마스를 잃은 후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다. 세상의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혈육. 특히 평소 흠모해 왔던 아름다운 여인 오이치의 딸 요도도노에게서 얻은 자식이 아닌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사실 오다 노부나가의 누이동생인 오이치를 평생 사모해 왔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신분으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훗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국을 움켜쥐게 되자 이미 남의 여자가 된 오이치의 딸 요도도노를 측실로 삼고 그 사이에서 아들을 두게 된 것이다. 그가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리, 곧 아명인 히로이마루다.

엄마가 시킨 일이냐?”

그래요. 태합, 그것이 나의 뜻입니다.”

요도도노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의관은 갖추고 있었다. 전형적인 미인의 용모에 귀한 품격이 풍겨 나오고 있는 것이 마치 황후의 자태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