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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이슬람, 한해 수입의 2.5%를 어려운 이에게

이슬람은 정치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사회운동
[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3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병산이 시내 구경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안사리의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이슬람을 공부하였다. 여기에서 나의 종교적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6.25 전쟁이 나던 1950년 4월에 태어났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일주일도 안 되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주 전동성당에서 ‘갈리스도’라는 본명(세례명)을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집안이 3대째 천주교였기 때문에 모태 신앙을 물려받은 것이다. 나는 30년 동안 천주교 신자로서 성당을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가 개신교에 다니는 아내를 만나 혼인한 뒤 31살이 될 무렵부터 아내를 따라 개신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30년 동안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십일조를 빠지지 않고 내었고 성가대에도 열심히 나갔다.

 

그러다가 61살이 되던 해에 아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나는 불교에 관심을 두었다. 그 뒤 재혼한 각시와는 전라남도 고흥군 거금도에 있는 금산정사에 둘이 가서 불교식으로 혼례를 치렀다. 금산정사를 통하여 받은 조계종 신도증에는 법명이 무심(無心)으로 기록되어 있다. 나는 우리나라 3대 종교를 두루 섭렵하였으나 이슬람은 생소했는데, 이번 순례 여행에서 이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다.

 

이슬람은 무슬림들에게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이상 사회를 건설하는 사회 운동이다. 이 점이 이슬람이 다른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나 불교와 다른 점인데, 무함마드의 행적과 관련이 있다. 이슬람은 무함마드와 추종자들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사실은 도망갔지만), 사건을 히즈라라고 하며 이슬람 달력의 기원이 된다. 무엇 때문에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주한 사실이 그토록 중요한 사건이었을까? 안사리의 설명에 따르면 그 까닭은 무함마드와 그 추종자들이 메디나로 이주한 후에 ‘움마’라고 부르는 무슬림 공동체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히즈라 이전에 무함마드는 추종자들에게 종교적 설교자였다. 그러나 히즈라 이후에 무함마드는 법을 제정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 지도자가 되었다. 히즈라는 ‘단절’을 뜻한다. 메디나 공동체에 합류한 사람들은 자기 부족을 포기하고서 이 새로운 공동체를 자기 부족을 초월한 연맹으로 받아들였다. 메디나 공동체는 무함마드가 어린 시절을 보낸 메카 사회의 대안이 될 이상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것은 정치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사회 운동이었다. 이슬람은 하나의 종교이지만 시작부터 이미 정치적이었다.

 

이슬람은 하나의 종교로서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며, 헌신적인 무슬림이라면 그 길을 따라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슬람은 개인의 구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정의로운 공동체의 건설이라는 정치적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이지만 정의로운 공동체의 건설에 참여함으로써 하늘나라에 자리를 얻을 것이다.

 

무함마드가 메디나 공동체의 지도자가 되자 사람들은 그에게 크고 작은 온갖 종류의 세상사와 관련된 질문을 가지고 와서 지도와 판결을 요청했다.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지, 손을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계약을 맺을 때 무엇이 공정한지, 도둑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이웃 부족과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지 등등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다른 사회에서라면 판사, 국회의원, 정치가, 의사, 교사, 장군 등의 전문가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변해야 한다.

 

그러나 메디나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예언자 무함마드의 소관이었다. 무함마드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알라로부터 계시를 받아 전달하였다. 이러한 계시는 무함마드가 죽기 전까지 무려 23년 동안 계속되었고, 무함마드가 전달하는 계시를 기록한 책이 코란이다. 그러므로 코란은 단순히 종교적인 경전이 아니고 인생과 국가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을 기록한 법전이며 지혜서(智慧書)라고 볼 수 있다. 이슬람 공동체의 전반적인 운영은 전적으로 코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이슬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섯 가지의 의무를 실천해야 하는데. 이것을 이슬람의 다섯 지주(支柱)라고 부른다. 첫째 지주는 ‘사하다’로서 하나의 신앙 증언이다. 알라 외의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자임을 직접 말하는 것이다. 이는 알라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경배하지 않으며 알라 외의 어떤 동반자도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를 직접 말함으로써 스스로 무슬림임을 자임하고 진실하고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를 다지는 것이다.

 

둘째 지주는 ‘살라트’로서 하루에 5번 기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번 기도하는 데에는 단지 몇 분밖에 소요되지 않으나 이 시간만큼은 예배를 드리는 무슬림과 알라가 직접 소통하는 순간으로서 중요시된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는 새벽, 정오, 오후, 저녁, 밤에 이루어진다. 기도 전에는 반드시 정해진 방법으로 몸(손, 턱, 입, 눈, 귀, 팔, 이마, 목덜미, 귀, 발)을 씻어야 한다. 씻는 데는 주로 물이 사용되나 물이 없으면 모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씻지 않고 하는 기도는 무효이며 반드시 메카 방향을 향해서 기도해야 한다.

 

셋째 지주는 ‘자카트’로서 자신을 깨끗하고 신성하게 하려고 부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말한다. 무슬림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소득 가운데 일정 부분을 희사함으로써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정화된다고 믿는다. 모든 무슬림들은 의무적으로 자카트를 행하기 때문에 이를 ‘구빈세(救貧稅)’라고도 부른다. 무슬림들은 자신이 낼 희사금을 개인적으로 계산하는데, 해마다 그해 순수입의 1/40 (2.5%)을 희사한다. 헌금할 여유가 없으면 선행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헌금은 사원 운영에 쓰면 안 되고 자선사업에만 사용해야 한다. 사원 운영 자금은 그 사원을 희사한 부자가 별도로 댄다.

 

넷째 지주는 ‘사움’으로서 라마단 기간을 성실히 지키는 것이다. 라마단이 행해지는 한 달 동안에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음식과 음료를 섭취해서는 안 되고 부부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9월에 해당하는데, 단식과 금욕의 목적은 신앙심의 고양과 정신적인 자기 정화이다. 스스로 세속적인 욕망을 절제하고 인내와 자아 성찰, 예배와 기도로 한 달을 경건하게 보내는 것이다.

 

다섯 번째 ‘하지’는 성지 순례에 관한 규약으로서 경제적, 신체적으로 가능하다면 일생에 한 번은 메카 순례에 참여해야 한다. 성지 순례는 이슬람력 12월 8일에 시작되어 3일 동안 진행되는데 매년 약 300만 명의 순례자가 메카에 모인다. 순례자들은 민족과 피부색, 계층과 문화의 구별 없이 모두 바느질을 하지 않은 흰옷을 두르는데 이는 모든 무슬림이 알라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슬람 공동체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돈거래를 할 때 이자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통은 무함마드의 직접적인 지시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무함마드는 죽기 직전 고별 연설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과 함께 생활 경제의 원칙을 밝히면서, “남에게 빚을 진 자는 그 빚을 갚아야 하고, 이자는 받지도 주지도 말라. 또한, 생명과 깨끗한 재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날까지 신성하다.”라고 선언했다.

 

이슬람 경제 체제에서 돈을 버는 것은 좋지만 공동체 구성원의 고통과 희생을 바탕으로 재산을 축적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 유지를 위한 이슬람의 기본적 가치관을 보면 부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의 상생이 목적이므로 한쪽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고리대금업 같은 거래는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자는 금지하지만, 이윤은 철저히 보장된다.

 

잘 믿기지 않지만, 현재 대부분의 이슬람 은행은 저축 예금에 대한 고정 이자 없이 운영된다. 이자 없으면 누가 은행에 돈을 맡길까? 무슬림들은 이슬람 은행에 계좌를 유지하는 것을 종교적, 도덕적 의무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슬람 은행들은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은행은 모인 돈을 기업에 투자하여 이윤을 남긴 다음 비용을 빼고 예금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당금으로 나누어 준다.

 

이슬람 경제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윤뿐만 아니라 손실까지도 함께 나눈다는 전제를 둔다. 이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자본가나 노동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부당한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만일 사업이 이익을 내면 자본가와 노동자는 이익의 정당한 몫을 나누어 갖고, 손해가 나면 손실 또한 나누어 책임진다. 이슬람은 자본주의의 병폐인 빈부 격차가 이자 제도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이슬람 금융의 원칙과 이슬람 경제 원리들이 새롭게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에도 이슬람 금융은 세계 금융계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불러온 이익 지상주의와 빈부 격차 심화라는 사회적 병폐를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이슬람 경제 제도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공부해 보고 싶다.